우리 아이, 용돈 대신 주식·펀드 어떠세요?
[어서와요, 어린이 금융소비자님] ③
비대면 계좌개설 기준 완화로 '자녀 계좌 투자' 확산
절세부터 경제 교육까지…일석이조 효과
[이코노미스트 정동진 기자]자녀에게 용돈을 줄 때, 전통적인 현금보다는 주식이나 펀드 같은 금융상품으로 조금 더 ‘알찬’ 증여를 해주고 싶은 부모들이 늘고 있다. 단순히 아이가 돈을 모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어릴 때부터 금융지식을 쌓고 자산이 어떻게 불어나는지 체험하게 해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금융위원회가 ‘비대면 실명확인 가이드라인’을 개편하며 미성년 자녀의 증권 계좌를 원격으로도 개설할 수 있게 되면서, 이 같은 흐름은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업계 역시 미성년자 전용 상품과 교육 콘텐츠를 발 빠르게 내놓으며 이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추세다
계좌개설 4년 만에 15배 증가…미성년 투자자 급부상
미성년자 대상 금융투자는 꾸준히 증가 추세를 이어 왔다. KB증권의 통계에 따르면, 미성년 증권계좌 고객 수가 2019년 1만1632명에서 2023년 17만명을 훌쩍 넘어서며 4년 만에 15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와 증권사의 적극적인 디지털 전략이 맞물린 결과로, 미성년자들의 투자 접근성이 크게 향상됐음을 보여준다
신한투자증권도 지난해 4월 미성년자 계좌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미성년 계좌가 전체 개인고객 계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5%가량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 중 비대면으로 개설된 계좌 비율이 43.2%에 달해, 부모들이 간편한 방식으로 자녀의 투자 계좌를 개설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같은 증가세는 부모 세대의 인식 변화와 맞물려 있다. 자녀에게 단순히 용돈을 주는 대신, 아이 스스로 자산 증식 과정을 경험하고 투자에 대한 책임감을 기르도록 유도하는 경향이 늘고 있는 까닭이다. 예를 들어 소수점 단위의 주식을 소액으로 선물하거나, 아이가 평소 관심 있어 하는 브랜드나 엔터테인먼트사의 주식을 매입해 주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접근법은 아이들에게 ‘투자’라는 개념을 어려운 금융용어가 아닌, 일상 속 학습 주제로 받아들이게 만든다. 주식 가격의 변동을 지켜보며 자연스럽게 경제 뉴스에 관심을 갖게 되고, 투자의 기본 원리를 체득하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교육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직접 주식을 고르는 대신, 간접투자 방식인 펀드로 접근하는 부모들도 많다. 특히 ‘어린이펀드’는 이름 그대로 미성년 매수자를 주 타깃으로 설계된 상품으로, 특정 금융 지식이 없어도 꾸준히 납입하며 장기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2024년 4월 말 기준 국내에서 어린이 펀드로 분류된 상품은 20종을 훌쩍 넘어서고, 순자산 1000억원 이상인 대형 펀드도 여러 개 운영되고 있다. 그중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우리아이3억만들기펀드’는 순자산이 약 1900억원대로 가장 많았다
이들 상품은 대부분 부모와 자녀가 함께 살펴보기 쉽게 운영보고서나 투자 내역을 직관적으로 제공한다. 예컨대 매월 납입액에 맞춰 투자한 종목이나 수익률을 간단히 확인할 수 있어, 아이가 ‘이 펀드는 어떤 회사에 투자하고 있고, 수익이 왜 이렇게 변했을까?’라는 궁금증을 부모와 함께 나눌 수 있다. 특히 일부 자산운용사들은 어린이펀드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맞춤형 운용 보고서 제공 ▲경제 교육 자료 배포 ▲해외 유명 기업 탐방 등 다양한 금융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교육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펀드 가입자에게 해외 탐방 기회를 제공하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우리아이 글로벌리더대장정’이나 NH아문디자산운용의 ‘아이사랑 적립 펀드 경제 캠프’ 등이 대표적이다
절세 효과도 기대…“미리 시작할수록 유리”
미성년자 금융투자는 절세 측면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현행 세법은 만 19세 미만 자녀에게 10년간 2000만원까지 증여세 면제 혜택을 준다. 성년 자녀의 경우 이 한도는 5000만원이다. 부모나 조부모는 이를 활용해 자녀에게 주식이나 펀드를 소액으로 나눠 증여하거나, 정기적으로 금융상품을 매입해 줄 수 있다.
이를 통해 태어나자마자 2000만원, 10세에 2000만원, 20세와 30세에 각각 5000만원씩 증여한다면 원금 기준 총 1억4000만원을 세금 없이 만들어줄 수 있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주식이나 펀드 등 금융상품으로 증여하기 때문에 향후 자산 가치 상승에 따른 추가 세금 부담도 발생하지 않는다. 만약 분기별로 500만원씩 나누어 증여한다면 시장 변동성에 대응하면서도 꾸준한 자산 이전이 가능하다
단, 자녀가 만 18세 미만이라 하더라도 배당이나 이자 소득이 일정액 이상이면 종합과세에 해당할 수 있어 사전에 체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반적으로 미성년자라도 금융소득세는 동일하게 적용되는 만큼, 1년 안에 발생할 배당금·분배금 총액을 대략적으로 파악해 과세 기준을 초과하지 않도록 설계하는 전략이 중요하다. 가령 여러 펀드에 나누어 투자하거나, 배당이 적은 종목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세금 부담을 조절하는 방식도 권장된다
어릴 때부터 금융상품에 접근해 본 아이가 위험과 기회를 동시에 체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성년자 대상 투자 문화는 점차 확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에는 증권사마다 미성년 전용 UI를 갖춘 모바일앱을 출시하거나, 놀이처럼 즐길 수 있는 투자 콘테스트를 여는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시도하고 있다.
부모들은 일시적인 주가 급락이나 시장 변동성을 아이와 함께 살펴보며,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이야기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가 투자 손실을 가볍게나마 경험하고 그 원인을 분석한다면, 성인이 되어서도 감정에 치우치지 않는 합리적 투자 태도를 익힐 수 있다.
아울러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녀의 투자 목적을 설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예컨대 교육비나 유학 자금, 결혼 자금 등을 미리 마련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아이가 성인이 된 후 계속 재투자해 더 큰 자산을 모아가도록 유도할 것인지 등에 따라 운용 전략이 달라진다.
박종관 미래에셋자산운용 채널솔루션본부 본부장은 “아이 명의의 투자는 1~2년의 짧은 투자가 아닌 10~20년의 장기 투자가 될 수밖에 없는 만큼, 리스크 관리가 필수적”이라며 “펀드 투자 등을 통해 종목에 대한 리스크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나아가 종목 분산 등의 방식으로 장기 수익률을 향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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