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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 의결권 자문사도 갈렸다…주총 앞둔 고려아연 승패는 어디로 [이슈+]

임시주총 핵심 ‘집중투표제 도입’ 가결 vs 부결
국민연금 판단‧법원 가처분심리 등 막판 변수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가 입주한 오피스빌딩.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이하 MBK 연합)과의 경영권 분쟁의 향방이 1월 23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갈릴 전망이다. 이번 임시 주총의 가장 큰 쟁점으로 떠오른 ‘집중투표제’ 도입 여부를 두고 주요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들의 의견도 갈리고 있어 막판까지 치열한 눈치 싸움이 예상된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루이스는 1월 14일 의안 분석 보고서를 통해 고려아연 임시 주총 최대 쟁점 안건인 집중투표제 도입 정관 변경 안건에 찬성을 권고했다. 또 집중투표제 시행을 전제로 표 분산을 방지하고 고려아연 이사회 추천 후보의 선임 가능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고려아연 이사회 추천 후보 4명에게만 찬성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글래스루이스는 이사회 정원을 19명으로 제한하는 정관 변경안에도 찬성했다. 집중투표제 도입과 이사 수 상한 설정은 최윤범 회장 측이 제출한 안건들로 MBK 연합 측은 반대하고 있다.

글래스루이스는 “현재로서 MBK·영풍이 요구하는 실질적인 이사회 개편을 지지할 근거가 불충분하다”며 “지난 몇 년간 고려아연의 재무·경영성과는 최 회장의 리더십을 비롯해 동종 업계 대비 상당히 양호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고려아연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글래스루이스가) 고려아연 현 경영진의 손을 완벽하게 들어주면서 이번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해 반대의 뜻을 강하게 나타낸 것”이라며 “집중투표제의 경우 국내 자문사들이 줄줄이 찬성한 가운데 글래스루이스도 손을 들어주면서 도입에 큰 힘이 실리게 됐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MBK 연합은 “(글래스루이스의) 해당 보고서는 사법당국의 조사를 앞둔 일반공모 유상증자는 물론 원아시아파트너스, 이그니오 홀딩스 등 의혹이 가득한 투자 건에 대해서는 문제제기를 하지 않은 채, 최윤범 회장 측 인사들로만 구성된 현 고려아연 사외이사들에 대해 독립적이라고 평가하는 등 공신력을 의심케 하는 내용까지 담고 있다”고 반발했다.

지금까지 글래스루이스 외에 서스틴베스트, 한국ESG평가원 등은 “집중투표제가 소수주주의 권익 보호와 경영 투명성을 강화할 수 있다”며 ‘찬성’을 권고했다.

반면 또 다른 양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는 지난 1월 9일 이번 주총에서 집중투표제가 현 경영진의 선호 후보를 선출할 가능성이 높아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ISS는 집중투표제 가결 시 표 분산 방지를 위해 영풍·MBK 측 후보 4명에게만 찬성표를 행사하도록 권고해 주요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들의 의견이 엇갈린 모양새다.

‘집중투표제’ 도입 시 MBK 측 지분율 앞서도 ‘불리’

양대 의결권 자문사도 갈렸다…주총 앞둔 고려아연 승패는 어디로

업계에서는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사들이 최 회장과 MBK 연합, 양측 가운데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지 예의 주시할 수밖에 없다. 의결권 자문사들의 보고서는 주주들의 표심 길잡이 역할을 하는 만큼 막판 표심을 뒤집을 주요 변수가 될 수 있어서다. 특히 글래스루이스와 ISS는 글로벌 의결권 자문 시장에서 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양대 산맥으로 꼽힌다. 양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들의 의견을 중요하게 보는 외국계 기관이 보유 중인 고려아연 지분율은 발행 주식 수 기준으로 7%에 달한다.

그간 이번 경영권 분쟁의 캐스팅보터로 꼽혀온 국민연금의 판단도 주목된다. 국민연금은 지난 6일 고려아연 지분 2.98%를 처분했다. 하지만 여전히 4.51%의 지분을 보유한 만큼 막판 표심을 가를 수 있는 주요 주주로 꼽힌다. 국민연금은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책위)에서 17일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하기로 했다. 다만 영풍이 고려아연의 집중투표제 안건 상정을 막아달라며 신청한 의안상정금지 가처분 신청 첫 심문도 같은 날에 열릴 예정이라 주총을 앞둔 양측의 긴장감이 고조된 상태다.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고 주총에서 집중투표제 안건이 통과될 경우 경영권 분쟁은 최 회장 측에 유리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13명이다.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을 제외하면 모두 최 회장 측 인사로 분류된다. 고려아연 이사회 장악을 목표로 하는 MBK 연합 측은 현재 이사회 구성인 13명보다 많은 14명의 이사 후보를 내세웠다.

최 회장 측은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면 이후 이사 선임 투표에서 의결권을 집중시키는 방식으로 일부 이사 선임을 막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집중투표제란 이사를 선임할 때 주식 1주당 선임할 이사의 수만큼의 의결권을 주주에게 부여하는 제도다. 주주는 이사 후보자 1명 또는 여러 명에게 의결권을 몰아줄 수 있다.

집중투표제 도입으로 MBK 연합 측이 이사회 과반을 선임하지 못하게 되면 최 회장 측이 이번 경영권 분쟁을 뒤집을 있다는 시각에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현재 MBK 연합의 고려아연 자기주식을 제외한 의결권 지분율은 46.69%다. 최윤범 회장(우호 지분 포함)과 7~8%포인트(p) 격차로 앞서며 좀 더 유리한 모양새다.

하지만 집중투표제 안건 투표에서는 MBK 연합이 불리하게 된다. 영풍과 장형진 고문, 한국기업투자홀딩스(MBK의 특수목적법인) 등 세 주주가 대부분의 고려아연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집중투표제 안건 투표에서는 세 주주가 9% 정도의 지분만 행사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집중투표제 관련 정관 변경이 주총 특별 결의 사항으로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며 일명 ‘3%룰’이 적용되는 데 따른 것이다. 3% 이상 지분을 보유한 주주도 최대 3%에 해당하는 의결권만 행사할 수 있다. 특수관계인과 우호세력으로 지분이 더 잘게 쪼개져 있는 최 회장 측의 의결권이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셈이다.

다만 현재로서는 집중투표제 도입이 불투명한 데다 또 다른 변수들도 남아 있다. 고려아연 우군으로 분류되는 한화그룹·현대차·LG화학이 자사에 도입하기 부담스러워 하는 집중투표제에 찬성할지 여부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한화그룹·현대차·LG화학은 고려아연 지분을 7.80%, 5.05%, 1.89%씩 들고 있다. 이들 기업은 자사 정관에 집중투표제 도입을 배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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