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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붉은 가전’...韓 안방 장악하는 ‘레드 테크’

[중국 테크기업이 온다]①
‘가성비’와 ‘기술력’ 앞세운 생활 가전
배경에는 중국 정부, 유니콘도 성장 중

수출되는 중국 제품들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중국이 한국의 안방 깊숙이 들어왔다. ‘싼게 비지 떡’, ‘대륙의 실수’ 등의 말이 무색할 만큼, 중국 테크기업의 행보는 매섭다. 쌓아온 기술력을 바탕으로 기술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 중국 테크기업의 모습을 보며 일각에서는 ‘작정했다’라는 말까지 나온다.

중국 테크기업의 기술 면모를 살펴보기 위해선 집을 주시해야한다. 삶을 영위하는 공간은 집이다. 중국은 이 공간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결과물은 ‘중국의 가전’과 ‘스마트홈’이다. 스마트홈은 종합배선기술과 IT통신, 자동제어시스템 등의 기술을 복합적으로 융합된 공간이다. 쉽게 말해 가정에 있는 가전제품을 연동해 집안일을 편하게 처리할 수 있게 만드는 게 스마트홈이다.

28년 갈고 닦은 중국의 ‘똑똑한 집’

1997년. 중국에 스마트홈 산업이라는 개념이 처음 도입된 시점이다. 이때부터 중국의 스마트홈 산업이 태동하기 시작했다. 이후 1999년 마이크로소프트가 중국을 찾았다. 당시 마이크로소프트는 중국 정부와 협력해 중국 내 IT 인프라를 발전시키기 위한 프로젝트를 제시했다. 이 프로젝트의 이름은 ‘비너스’다. 이를 기점으로 중국 스마트홈 시장은 본격적으로 발전한다.

대표적인 예가 중국 가전제품 기업 하이얼이다. 하이얼은 1999년 중국 최초로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TV를 개발하기도 했다. 이후 2009년 사물인터넷 연구가 본격화됨에 따라, 스마트홈 관련 기술도 대폭 개선됐다. 또 발전 영역도 확대되기 시작했다. 당시 스마트 웨어러블 장비 관련 개발연구기관 간지중궈(感知中国)가 설립될 만큼, 중국은 기술 개발에 진심이었다.

중국의 진심은 지원 정책에서도 엿볼 수 있다. 36Kr-스마트홈산업연구보고 및 첸잔산업연구원 등에 따르면 스마트홈시장 발전을 위한 중국 정부의 지원 정책 다양했다. ▲신규인공지능산업발전3년계획 ▲소비체계완화 및 주민소비잠재력 개발제안 ▲소비촉진정책 ▲소비증가최적화 및 국내시장형성방안 ▲에너지절약보조정책 ▲고화질영상산업발전계획 등이다. 

이 밖에도 중국은 스마트홈 산업의 기반 기술인 사물인터넷 및 5G 관련 지원정책도 펼쳤다. ▲사물인터넷(NB-IoT)의 전면적인 발전 고지 ▲공업인터넷발전계획 ▲사물인터넷안전화이트북 ▲5G 가속발전 20개 이상 성급행 정구 관련 정책 등이다.

CES 2025에서 전시된 로보락의 로봇 청소기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中 테크가 채워 넣는 한국의 안방

중국 정부의 보살핌 아래 성장한 중국 테크기업의 상륙지는 한국이다. 중국 가전 기업 로보락은 한국 시장에 무사히 안착한 대표적인 중국 기업 중 하나다. 지난 2020년 한국 법인을 설립한 후 본격적으로 국내 시장에 자리 잡은 로보락은 지난 2022년부터 20204년까지 점유율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성장세도 꾸준하다. 로보락의 매출액은 ▲2020년 291억원 ▲2021년 480억원 ▲2022년 1000억원 ▲2023년 2000억원으로 매년 성장세를 이어왔다. 한국 법인 설립 이후 단 한번도 쉬지 않고 성장해온 셈이다.

이제 로보락은 ‘저가’가 아닌, ‘프리미엄’ 영역까지 넘보고 있다. 로보락은 롯데·현대 등 주요 백화점에 입점함과 동시에 최신 제품 가격을 180만원으로 책정할 만큼, 과감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다음은 샤오미다. ‘대륙의 실수’로 불리던 샤오미는 최근 한국 법인인 샤오미테크놀로지코리아를 설립했다. 샤오미는 ▲스마트폰 ▲TV ▲웨어러블 ▲보조배터리 ▲로봇청소기 등의 제품을 순차 출시할 예정이다.

특히 샤오미는 매번 실패했던 ‘스마트폰’ 영역에 힘을 싣는다. 샤오미는 최근 AI 스마트폰 ‘레드미 노트 14 프로(Pro) 5G’를 한국 시장에 공식 출시했다. 해당 모델은 8GB+256GB 모델을 39만원, 12GB+512GB 모델 49만원으로 출시돼 압도적인 가격우위를 점했다.

앞서 샤오미는 지난 2016년 국내 유통업체들과의 총판 계약으로 한국 시장을 노렸으나, 결과는 참패였다. 그 원인으로 ‘국내 서비스센터’의 부재가 꼽혔다. 이에 샤오미는 법인 설립을 바탕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열고, AS 서비스도 강화할 방침이다.

TCL도 움직인다. TCL은 글로벌 TV 판매량 점유율 2위를 달성한 중국 가전 기업이다. 지난 2023년 한국법인을 설립해 한국 시장에 뛰어들었다. TV를 주력으로 판매하는 TCL은 쿠팡 등 온라인 판매채널에서 ▲롯데하이마트 ▲전자랜드 등 일부 오프라인 매장으로 판매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TCL은 별도 오프라인 매장을 열고 직판 체제를 구축하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그간 TV 판매에 집중해온 TCL이 올해부터는 ▲냉장고 ▲세탁기 ▲청소기 ▲에어컨 등 다른 생활 가전을 직접 공급하며 판매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국에 상륙한 맏형들 뒤로, 후발주자도 충분하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유니콘기업은 총 1460개다. 유니콘기업은 기업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을 일컫는데, 한 국가와 지역의 혁신생태와 경제발전 활력을 가늠하는 징표 중 하나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지난해 미국의 유니콘기업 수는 701개로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357개의 중국이다. 미국과 중국의 유니콘 기업 분포 상황을 합산하면 약 74.6%에 달한다. 특히 중국의 신규 글로벌 500대 유니콘 기업은 총 32개로 집계됐다. 이는 신규 기업 수 세계 1위다. 신규 기업은 주로 ▲첨단 제조 ▲금융 과학기술 ▲기업 서비스 ▲인공지능 등 분야에 집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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