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진 상장폐지 기준 속 IPO 시장 위축…상장예심 철회 기업 급증
한달 반 동안 8곳 철회…제도개선안 발표 이후 급증
상장폐지 기준 영향?…바이오기업 IPO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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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정동진 기자]최근 상장 예비심사를 철회한 기업 수가 크게 증가하면서, 기업들이 기업공개(IPO) 시장의 높아진 문턱을 체감하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가 상장폐지 기준을 강화하고 IPO 규제를 조이고 있어, 이에 대한 부담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월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이달 중순까지 상장 예비심사를 철회한 기업이 8곳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5건, 2023년 3건과 비교해 큰 폭으로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12월 말 엘에스이링크와 진캐스트가 상장 예비심사를 포기한 데 이어, 올해 들어 에이모, 메를로랩, 영광와이케이엠씨, 아른, 엠틱스바이오, 레드엔비아 등이 예비심사 단계에서 상장 절차를 중단했다.
업계에서는 지난달 21일 금융당국과 거래소가 상장폐지 기준을 상향하고 IPO 규제를 강화한 이후, 기업들의 IPO 추진이 더욱 신중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올해 상장 예비심사를 철회한 기업 중 이전상장인 빙그레를 제외하면 모두 2월 내 철회를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IPO 제도 강화 이후 거래소 및 당국의 심사 분위기가 적잖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거래소가 오는 2029년까지 코스닥 시장에서 매출이 100억원 미만인 기업을 퇴출할 방침을 밝히면서, 상장 심사에서도 이에 대한 고려가 이뤄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과거에는 기술력과 시장성이 인정되면 적자 기업이라도 상장이 가능했지만, 최근에는 매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심사 단계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따라 적자 기업들의 IPO 추진 부담이 한층 커질 전망이다.
실제로 아른을 제외하면 상장예심을 철회한 기업 대부분이 2023년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기업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예를 들어 엠틱스바이오는 2022년과 2023년 매출이 1억원 미만인 반면, 영업손실은 각각 93억원, 72억원에 달했다. 메를로랩 역시 같은 기간 매출이 5억원에 미치지 못했으나, 영업손실은 40억원대로 나타났다. 에이모의 경우 2023년 매출이 약 92억원이었지만, 영업손실이 153억원으로 이를 크게 상회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현재 상장을 준비 중인 기업들도 심사 과정에서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바이오 기업들에게는 이번 심사 강화 기조가 치명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 기업들은 기존에도 신약 개발 전까지 대부분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IPO 상장 시 많은 논란이 있었는데, 만약 매출에 대한 새로운 기준이 적용된다면 향후 IPO 진행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1분기 최대어였던 LGCNS가 상장 이후 기대만큼의 흥행을 보이지 못하면서 시장 분위기가 더욱 위축되고 있어 올해 IPO 시장이 전반적인 침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이에 벤처캐피털(VC) 업계에서는 스타트업 투자 활성화를 위해 강화된 상장 기준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대적인 IPO 제도 개선으로 주관사 책임이 강화된 가운데, 심사 과정에서도 기업들이 이전보다 까다로운 요구를 받고 있다"며 "거래소는 명시적인 기준 변화가 없다고 설명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느끼는 부담은 더욱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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