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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랩소디’ 퍼니준 “소주, 넘치게 따라 혼난 적 있나요? 80% 채우기가 정답” [이코노 인터뷰]

구두로 전해지던 소주 마시기 법을 책으로 정리
주도 10단계 제안...작품 전시부터 소주 안무·노래까지

소주 아티스트 퍼니준(본명 김완준) 작가. 신인섭 기자
[이코노미스트 라예진 기자] “소이볼(소주를 넣어 하이볼처럼 만든 칵테일) 한 잔 드시고 시작하세요” 초록 재킷을 입고, 머리에는 초록 비니를 쓴 남자가 초록색 소주병을 들고 [이코노미스트] 인터뷰에 앞서 소주 한 잔을 건넸다. 취중 인터뷰를 진행한 그는 바로 소주 아티스트 퍼니준(본명 김완준). 소주를 매개로 사람과 소통하고 사회적 메시지를 전하고자하는 그는 최근 KBS 푸드 인문 다큐멘터리 ‘소주랩소디’에 출연하고, 넷플릭스 방영을 통해 세계 시청자들에게 소주의 숨은 이야기를 전했다. 도서 ‘알랑말랑 소주 탐구생활’을 출판하며, 소주 주도 10단계를 제안하는 소주 아티스트 퍼니준을 만났다.

“소주랩소디 촬영 전에도 지금처럼 제작진에게 소이볼을 건네고 이야기를 시작했어요. 제가 소주를 좋아하는 이유죠. 사람들 간의 소통을 돕는 윤활제 역할을 하잖아요.” 
KBS 다큐멘터리 '소주랩소디'에 등장한 퍼니준 작가. [사진 넷플릭스 화면캡처]

“소주 앞에서는 모두가 평등” 
그가 만들어준 소이볼에는 소주, 애플시럽, 토닉워터가 들어가 은은한 초록색을 띄고, 달콤한 향이 났다. 그는 다른 술보다 소주가 소통을 돕는 이유에 대해 ‘평등한 술’임을 말했다. “와인이나 양주를 마실 때는 그 술을 사는 사람이 모임 자리의 주인공이 되죠. 하지만 소주는 달라요. 소주 한 잔 산다고 으스대는 사람도 없고 또 소주 사는 사람에게 크게 고마워하는 사람도 없죠. 이 때문에 저는 소주가 모임의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만들고 그만큼 소통도 더 원활하게 만든다고 생각해요.” 

평소 그림을 즐겨 그렸지만,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던 김완준 씨가 책을 출판하고 아티스트 퍼니준으로 탈바꿈하게된 계기도 이때문이었다. 소주는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술이지만, 그만큼 소주를 진지하게 바라보고 소주에 대한 이야기를 문서로 정리한 도서가 없었던 것이다. 이에 퍼니준은 구두 전해지는 소주 마시는 법을 일러스트 그림으로 그려 ‘소주 주도 10단계’를 책으로 설명하고, 관련 그림들을 세계 곳곳에 나가 전시하기 시작했다. 

퍼니준 작가가 제안하는 소주 주도 10단계. [사진 퍼니준]
 “소주 주도는 착석에서부터 시작해요. 서서 마시는 술이 아니죠. 먼저 자리에 앉고 소주병을 잡고(2), 소주병을 따고(3) 상대방에게 권하고(4), 따르고(5), 그리고 나의 소주잔도 잡고(6) 나도 소주를 받고(7) 서로 잔을 부딪히고(8) 소주를 마시고(9) 잔을 놓는 것(10)까지가 주도 10단계예요. 이는 한국인에게 당연한 순서같지만 소주를 처음 접하는 외국인들에게는 새로운 문화예죠. 가령 따르기(5)에서 잔의 80% 정도만 따르라는 것을 말하는 데, 이는 소주만의 특징이죠. 일본에서는 사케를 120%, 즉 넘치게 따라야 예의이죠. 이 같은 소주 마실 때만의 특징을 정리한 주도 10단계는 외국 친구들에게 더 주목받고 있어요. 태국, 라오스, 베트남, 일본 등 해외 전시가 인기를 얻는 걸 보고 더욱 확신했죠.”

그는 주도 10단계를 정리하며, 소주를 마시는 행위가 한국인의 배려 문화에서 시작됐음을 발견했다. “소주를 따를때 오른손으로 소주 라벨지를 감싸 따르고, 소주를 받을 땐 오른손으로 소주잔을 쥐고 왼손은 펴서 오른손날과 소주잔을 살짝 댄 상태로 받죠. 모두 오른손이 기본인데 이는 왼손보다 오른손을 신성시 여기는 문화에서 내려온 것이죠. 상대방를 그만큼 존중하는 거예요. 또 소주를 마실때 어른 앞에서는 고개를 돌려서 마시는 것 역시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예의를 보여주죠. 소주를 마실 때마다 짠~을 외치며 함께 건배를 하는 것도 술을 마시는 사람을 생각하는 문화예요. 소주를 마시는 모습만 봐도 한국인이 얼마나 예의를 중요시하고 상대방을 배려한다는지 알 수 있어요.” 
 
안무가·작곡가와 협업해 작품 활동 확장 

소주 아티스트 퍼니준(본명 김완준) 작가. 신인섭 기자
그의 활동은 도서 출판에서 전시, 공연 등으로까지 확장하고 있다. 먼저 그의 작품은 국내 기업과도 협업해 전시가 진행됐다. 가장 최근에는 롯데칠성음료와 소맥(소주와 맥주를 섞어 먹는 형태)을 즐기는 법을 주제로, 일러스트 작품을 제작해 롯데칠성음료 팝업 스토어에 함께 전시했다. 타 장르 예술가와도 협업을 진행한다. 다큐 ‘소주랩소디’에서도 함께 등장한 안무가 신지아 씨와 소주 퍼포먼스 공연을 열고, 작곡가 홍가와 소주를 주제로한 음악을 제작했다. 

그의 목표는 사람들이 소주를 많이 마시는 것이 아니다. 소주를 통해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 “저는 버려진 물건, 소외 받는 하위문화 등에 관심이 많아요. 사람들이 소주를 통해 평등하게 이야기를 많이 나눌수록 서로를 이해하면서 소외 받는 사람도 줄거라고 생각해요. 소주, 한국의 배려 문화가 담긴 이 술이 결국 제가 바라는 세상의 모습을 함께 만들 수 있는 거죠. 물론 술이 사람을 마시면 안되고, 사람이 술을 마셔야 가능한 일이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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