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업’만으론 힘든 IPO주관사…필수 된 PI투자
수수료만으론 한계...증권사들, 자기자본투자로 수익 다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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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정동진 기자]기업공개(IPO) 업계가 상장 주관 수수료만으로는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워지면서, 자기자본(PI) 투자가 주관사들의 필수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주관사들은 상장 예정 기업에 직접 투자함으로써 IPO 성과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는 동시에 추가적인 수익 창출을 노리고 있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상장기업 26곳(예정기업 포함) 중 12곳에 IPO를 주관하는 증권사들이 자기자본 투자를 단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중 46%로, 절반에 가까운 비율이다.
3월 상장 예정 기업으로 한정하면 비중은 더 커진다. 업계에 따르면 내달 총 11개의 발행사가 상장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중 7곳(63%)에 주관사들의 지분 투자가 이뤄졌다.
투자를 진행한 증권사도 다양하다. 올해 1분기 주관업무를 맡은 기업에 지분 투자를 진행한 증권사는 미래에셋‧KB‧NH투자‧삼성‧대신‧신영 등 6곳이다. 이들은 각 주관기업에 적게는 9억원에서 많게는 30억원 가량의 투자를 단행했다.
이는 자기자본 투자가 늘어나기 시작했던 지난해와 비교해도 부쩍 늘어난 모습이다. 2023년 1분기 상장기업 14곳(스팩제외) 중 주관사가 직접투자를 한 기업들은 우진엔텍, 포스뱅크, 코셈, 에이피알, 삼현등 5곳으로, 전체의 35% 수준이었다.
증권사의 자기자본 투자가 증가한 이유는 IPO 주관 비즈니스가 ‘고비용 저효율’ 구조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IPO를 주관하는 증권사들은 기업들과 수년간 관계를 맺으며, 실사를 진행하고, 피어 그룹을 선정해 적정 기업 가치를 산정하는 등 상장 절차 전반을 지원하지만, 이에 대한 보상은 크지 않다.
특히 IPO 시장에서는 다수의 주관 계약을 체결하더라도 실제 상장까지 이어지는 비율이 낮다. 통상적으로 5건의 주관 계약을 맺어도 1건이 상장되면 ‘타율이 높다’고 평가될 정도다. 여기에 공모금 대비 200~300bp(베이시스포인트) 수준의 낮은 수수료율로 인해, 주관사들은 코스닥 상장기업 기준 건당 약 10억원 내외의 수수료를 얻는다.
그러나 일부 증권사의 경우 인건비와 실사 비용 등을 고려하면 손익분기점(BEP) 달성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이로 인해 주관사들은 IPO 수익성을 보완하기 위해 자기자본 투자를 필수 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다.
자기자본투자는 주관 계약을 확보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비상장 단계에서 투자하면 기업과의 신뢰를 높이고 관계를 공고히 할 수 있어, 이후 주관 계약 체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주관사의 자기자본 투자가 이뤄진 상장(예정) 기업 12곳 중 5곳은 주관 계약 체결 이전에 이미 투자가 진행된 곳이었다. 주관 계약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자기자본 투자는 단순한 수익 창출을 넘어 IPO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이전의 성공 사례도 이러한 흐름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하나증권‧미래에셋증권은 각각 마녀공장‧에이피알‧산일전기를 주관하는 동시에 자기자본투자를 진행해 IPO 주관 수수료의 수 배에 달하는 수익을 올렸다. 특히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산일전기 투자 지분에 대한 본격적인 엑시트를 진행하지 않은 상태로, 추가적인 수익이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다만 모든 자기자본 투자가 성공적인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주관사의 자기자본 투자는 기관투자자의 시리즈 투자 방식과 유사하게 진행돼 공모가보다 낮은 취득 단가를 가지지만, 상장 이후 주가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위험도 존재한다. 실제로 올해 상장한 기업 중 데이원컴퍼니의 경우, 28일 종가 기준 주가가 6730원으로,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의 취득 단가(1만7545원)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한편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주관사들의 자기자본투자가 IPO 업무 진행 시 기업의 성장과 지속 가능성보다 단기적인 수익 실현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일반 공모 투자자보다 낮은 가격에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만큼, 주관사들이 상장 성사 자체에만 집중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들이 매입한 지분을 단기 차익 실현의 수단으로 활용할 경우, 시장에 오버행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본격적으로 IPO 비즈니스를 하는 증권사들의 조직이 적게는 20여명, 많게는 60여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현재 구조로는 수수료 수익으로만으로 구성원들을 먹여살리기 어렵다”며 “향후에도 자기자본 투자를 적극 이어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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