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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주년’ 정용진, 더욱 굳건해진 독자 경영 체제

[회장 1년, 정용진의 빅스텝]③
정용진 회장, 취임 후 1년 간 성장 기반 다져
모친 이마트 지분 전량 매수...지배력 한층 강화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사진 신세계그룹]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지난 한 해 본업 경쟁력 강화를 통한 내실 다지기에 집중해 온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취임 2년 차에 접어들면서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모친의 이마트 지분까지 사들이며 지배력을 한층 더 강화했다. 백화점 부문과 이마트 부문의 계열 분리를 통해 독립 경영 체제를 완성하려는 정 회장에게 남은 과제는 이제 단 하나 ‘동생과의 관계’ 정리다.

모친 지분 전량 매입...이마트 지배력 강화

‘취임 2년 차’를 맞은 정 회장의 시계가 빠르게 돌아간다. 지난 한 해 내실 다지기에 집중한 정 회장은 올해 들어 독립 경영 체제 완성을 위한 작업까지도 가속하는 모습이다. 모친인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의 이마트 보유 지분을 전량 매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총괄회장은 최근까지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각각 10%씩 보유하고 있었다.

이마트는 지난 2월 11일 정 회장이 이 총괄회장 보유 이마트 보통주 278만7582주(지분 10%)를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지분 매입 금액이다. 정 회장의 주당 취득 단가는 8만760원으로, 당일 종가(2월 11일) 대비 20% 할증된 규모다. 총매수 금액은 2251억2512만원이다.

정 회장은 총매수액 중 93억원을 개인 자산으로 충당했으며, 나머지 돈은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이마트 주식(517만2911주) 담보로 대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정 회장은 이마트 총발행주식수(2787만5819주)의 28.56%(796만493주)를 보유하게 됐다. 사실상 승계 작업은 끝났다는 평가다. 이번 모자간 주식 거래로 정 회장의 이마트 지배력이 한층 강화됐기 때문이다.

이마트 측은 지난 1월 모자간 주식 거래 계획을 공시하면서 “성과주의에 입각한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정 회장의 조치”라고 설명했다. 다만 재계 일각에서는 신세계그룹 계열 분리를 위한 사전 작업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실 신세계그룹 모자간 지분 정리는 이미 예견된 일이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10월 이마트와 ㈜신세계의 계열 분리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물론 신세계그룹의 계열 분리 발표 이전부터 사전 작업으로 풀이되는 움직임은 있었다. 정씨 남매(정용진·정유경)는 지난 2016년 각자의 주식을 맞교환한 바 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2019년부터 이마트와 ㈜신세계가 실질적인 지주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백화점 부문 및 이마트 부문으로 나눠 운영돼 왔다. 현재 이마트 부문은 정 회장이, 백화점 부문은 정유경 ㈜신세계 회장이 각각 맡고 있다.
완전한 독립 위한 마지막 퍼즐 ‘SSG닷컴’

정 회장이 이 총괄회장의 이마트 지분을 모두 사들이면서 사실상 승계 작업은 마무리됐다. 하지만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하나 남아 있다. 동생 정유경 회장이 키를 쥔 ㈜신세계와의 지분 정리다. 현재 양측은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 SSG닷컴의 지분 관계로 얽혀 있다. 이마트는 45.6%, ㈜신세계가 24.4%의 SSG닷컴 지분을 보유 중이다.

정씨 남매가 독립 경영 체제를 완성하려면 SSG닷컴 지분 정리가 선행돼야 한다. 이들의 최종 목적지인 계열 분리를 성공하기 위해서는 공정거래법상 요건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관련 요건은 ▲상호 주식소유 요건(상장사 3% 미만·비상장사 10% 미만) ▲양측 임원 겸임 여부 ▲양측 채무보증 및 자금대차 여부 등이다.

SSG닷컴은 비상장사다. 계열 분리를 위한 상호 주식 소유 요건을 충족하려면 이마트 측이 SSG닷컴 지분 15%를 추가 매입하거나, ㈜신세계 측이 35%를 사들여야 한다.

업계에서는 사업 시너지 등을 고려할 때 이마트가 SSG닷컴 지분을 추가로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마트의 사업 포트폴리오 때문이다. 이마트는 ▲리테일(온·오프라인) ▲ 식음료(F&B) ▲호텔 및 건설 등의 사업을 펼치고 있다. ㈜신세계의 경우는 ▲백화점 ▲면세 ▲부동산 및 호텔 ▲도소매 및 브랜드 사업 등으로 구성된다.

㈜신세계의 핵심 사업인 백화점의 경우 이커머스 시장 급성장에도 선전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2024 주요 유통업체 매출 현황에 따르면 유통업에서 백화점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최근 5년간 17%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신세계 측은 최근 공개한 기업가치제고계획을 통해 “백화점이 명품 등 고관여제품을 취급함에 따라 이커머스가 대체할 수 없는 고유 채널로 진화·발전 중”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반면 이마트의 핵심 사업군인 오프라인 대형마트의 유통업 내 매출 비중은 최근 하락세를 거듭하며 지난해 10%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는 이커머스를 통한 소비가 급증해서다. 이마트 입장에서는 온라인 채널 경쟁력 강화가 절실할 수밖에 없다. 최근 중국 알리바바 측과 합작법인(JV) 설립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마트와 같은 대형마트가 오프라인에서 잘하려면 기본적으로 이커머스를 장착해야 한다”며 “쿠팡처럼 혁신을 보여주지 못한다고 해도 최소한 옴니채널(다채널 상품 검색·구매 서비스) 플레이어가 되지 않으면 시장에서 굉장히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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