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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 편향적’인 ATS 제한 규정…해외 사례는

[대체거래소의 반격]②
ATS 규제 형평성 논란…시장 경쟁 막나
해외선 드문 규제…점유율 산정 방식도 논란

대체거래소(ATS)의 거래량을 제한하는 규정이 한국거래소에 지나치게 유리하게 설계됐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국내 주식시장에만 존재하는 독특한 거래량 점유율 산정 방식 또한 공정 경쟁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 금융투자협회]


[이코노미스트 정동진 기자]대체거래소(ATS)의 거래량을 제한하는 이른바 ‘15% 룰’을 두고 증권업계 일각에서 해당 규정이 한국거래소에 편향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장 경쟁 활성화를 목표로 ATS를 도입했지만, 정작 제한규정이 한국거래소의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는 장벽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행 ATS 거래량 한도는 지난 2013년 자본시장법 시행령개정으로 처음 도입됐다. 당시 정해진 ATS 거래량 한도는 5%였으나, 시장 환경 변화 및 수익성 개선을 감안해 2017년부터15%로 상향 조정됐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 한도 상향의 근거나 기준이 명확히 제시되지 않아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넥스트레이드가 빠르게 시장에 안착하면서 ATS 거래량 제한 규정이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증권사들의 HTS 및 MTS에 탑재된 SOR(Smart Order Routing) 시스템을 통해 투자자들이 넥스트레이드를 적극 활용하면서 거래량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대체거래소의 점유율은 15%를 상회해, 만약 이러한 추세를 유지한다면 거래량 집계 시점(출범 후 6개월 뒤)에  한도에 도달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현행 규정이 넥스트레이드 성장에 제약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 규정이 유지되면 투자자 주문이 한국거래소로 강제 유입될 수밖에 없다”며 “시장 경쟁 활성화를 위해 규정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해당 규정이 만들어진 이유에 대해 '한국거래소의 메인 거래소 지위 보호와 시장 안정성을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와 같은 근거만으로는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주요 해외 주식시장에서 ATS 거래량을 법적으로 제한하는 경우는 드물 뿐 아니라, 5% 및 15%라는 기준 역시 일본 주식시장의 사례만을 참고했을 뿐 특별한 정량적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15%라는 상한선을 과도하게 낮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유럽 대체거래소의 점유율이 예외적으로 25% 내외로 높은 편이지만, 미국과 캐나다 등 주요 해외 시장에서 ATS 거래량 비중은 통상 10~15%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는 까닭이다.

실제로 미국 대표 대체거래소 블루오션 테크놀로지스의 브라이언 힌트드먼 대표는 넥스트레이드 출범 전 국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시장 진입 초기 단계에서는 15% 정도의 한도가 적절한 출발점일 수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또 출범 후 6개월이 지난 시점부터 거래량 제한이 적용되는 만큼, 넥스트레이드 점유율이 향후 15% 이하로 수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거래소 거래량 산정 방식…“글로벌 표준과 동떨어져”

하지만 국내 규정에서 더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거래량 점유율 산정 방식이다. 한국의 경우 ATS 거래량 점유율을 산정할 때 전체 시장 거래량이 아닌 한국거래소 거래량만을 기준으로 삼는다.

예컨대 특정 주식이 한국거래소에서 90만주, ATS에서 10만주 거래됐다면 대체거래소의 실제 시장 점유율은 약 10%지만, 한국거래소 거래량(90만주)만을 기준으로 하는 현 규정에 따르면 ATS 점유율은 11.1%로 1.1%p 증가한다. 결과적으로 해당 산식을 이용하면 넥스트레이드의 점유율이 실제보다 높게 계산돼, 거래 가능 대금이 제한되게 되는 셈이다.

이러한 산정 기준은 타 해외 주요 대체거래소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ATS 거래량 한도가 존재하는 일본에서도 점유율 산정 시 자국 내 주식시장의 총거래량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실제로 일본 재팬넥스트(Japannext)의 규정을 보면, 거래량 제한 기준을 '지난 6개월간 모든 국내 거래소(all domestic exchanges)에서 거래된 주식 및 주식옵션 채권의 총 지급액의 10%를 초과하는 경우'로 명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기묘한 기준에 한국거래소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넥스트레이드 출범으로 시장 점유율을 일부 빼앗길 수 밖에 없는 입장이었던 만큼, ATS 도입 과정에서 시장 안정화 등을 이유로 규제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넥스트레이드의 출범과 동시에 공정거래위원회가 한국거래소의 독점 문제와 관련한 검토에 들어갔다는 일부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과 함께 관련 사안을 검토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공정거래법상 해당 사안을 규율할 근거가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에 현재로서는 금융당국만이 해당 규정 변경에 관한 권한과 책임을 갖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경쟁 활성화와 투자자 이익 확대를 위해 점유율 산정 방식을 글로벌 표준에 맞춰 전체 시장 거래량 기준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시장에서는 글로벌 거래시간 확대 추세에 맞춰 단순히 ATS의 점유율 문제뿐 아니라 거래 편의성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정규장이 아닌 프리마켓이나 애프터마켓에서도 ATS 거래가 제한된다면 오히려 투자자 불편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대체거래소 출범 초기 단계에서 규정 변경을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당분간 현행 규정을 유지할 방침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아직 전체 종목이 자유롭게 거래되지 않은 만큼, 시장 상황과 시스템 안정화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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