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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만 수백, 수천%”…‘서민 중의 서민’ 울리는 불법 사금융

[‘돈줄’ 마른 서민 주머니] ①
불법 사금융 피해자 연 이자율 503%...최고이자율 초과
피해신고도 급증..."차등 금리 도입 등 금리 부담 줄여야"

서울 시내 거리에 대부업 광고물이 놓여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 보험설계사로 근무했던 추모씨는 건강이 악화돼 보험사를 그만두게 되자, 생활고로 인해 불법 개인 사채를 이용하게 됐다. 처음에는 급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5년 전 이용했던 정식 등록된 대부업체를 찾았으나, 신용도가 낮아 대출이 거절됐다. 당장 필요한 돈을 구할 방법이 없었던 그는 결국 불법 사채로 355만원을 대출받게 됐다. 납부한 금액은 583만원에 달했다. 원금을 제외하고 3개월간 발생한 이자만 228만원이었다.
 
# 일용직으로 일하는 노모씨는 생활비도 막막한 상황으로 대부업체를 찾았으나, 신용이 낮고, 최근 대출 연체율 상승으로 대출 심사가 강화되면서 대출을 거절당했다. 그는 스팸 문자를 보고 사채업자를 통해 45만원을 계좌로 입금받고 일주일 후 수수료를 포함한 70만원을 상환하는 조건으로 대출받았다. 만약 기한 내 상환하지 못하면 매주 25만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해서 노씨는 총 135만원을 입금해야 했다.

한국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 사금융 피해자의 연 평균이자율은 503%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법정 최고이자율이 20%인 점을 고려하면, 500%고리대금은 이를 25배 초과하는 불법적 행위다. 평균 대출 금액은 1100만원, 평균 대출 기간은 49일로 나타났다. 고물가·내수회복 지연 등에 따른 서민·취약계층의 어려움으로 이들과 같은 ‘불법 사금융’의 유혹에 빠졌다가 난관에 봉착하는 이들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불법 사금융 업체는 연 수천%의 살인적인 금리를 매기면서, 시도 때도 없는 추심으로 대출자의 일상을 파괴해 놓는다. 여기에 악질적인 불법 추심까지 지속돼 피해 국민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불법 사금융’ 업체란 금융당국이나 지방자치단체에 등록하지 않고 ‘미등록 영업’을 하는 대부업체를 말한다. 현행 법정 최고금리는 연 20%지만 이들은 수백%부터 수천%의 금리를 매긴다. 불법 사금융이 활개 치게 된 주요 원인으로는 경기 악화가 꼽힌다. 고물가 장기화로 가계에 돈이 돌지 않자, 생활고에 못 이겨 불법 사금융의 손을 잡는 것이다. 2021년 법정 최고금리가 연 24%에서 20%로 인하되자 제도권 대부업체들이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을 중단한 영향도 있다. 

이에 따라 대부업 이용자는 2018년 말 267만9000명에서 2023년 72만8000명으로 크게 72.83% 줄었다. 같은 기간 대부업 신용대출도 11조6253억원에서 4조5365억원으로 급감했다. 중·저신용 차주들의 대출 창구가 줄어든 셈이다. 이에 따라 불법 사금융 피해 신고 접수 건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금감원 불법 사금융 피해신고센터에 접수된 피해 신고 접수 건은 ▲2017년 787건에서 ▲2021년 2255건 ▲2022년 3216건 ▲2023년 3472건으로 급증했다.

실제 경찰에 검거된 불법 사금융 건수 역시 크게 증가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검거 건수는 2017년 1554건에서 2023년 2195건으로 급증했다.


불법 사금융 피해자 연 이자율 503%…피해 신고도 ↑


상황이 이런 만큼 당국에서도 불법 사금융과 관련한 추세를 주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불법 사금융에 한번 발을 들이면 헤어 나오기 힘든 만큼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우선 돈을 빌리려는 대부업체가 등록업체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나 금융위원회에 등록되지 않은 대부업체의 영업은 형사처벌 대상이다. ‘누구나 대출’ ‘신용불량자 가능’ 등 상식을 벗어난 문구로 유인할 경우 불법 대부광고일 가능성을 의심하고 등록 대부업체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등록된 업체라 할지라도 이자가 법정 최고 수준을 넘지 않는지 따져봐야 한다. 2021년 7월 7일 이후 신규 대출부터는 법정 최고이율이 연 20%로 제한됐다. 최고금리를 넘어서는 부분의 이자 계약은 무효이므로 원금 충당 또는 반환 요구가 가능하다. 대부업체들의 복잡한 계산식 때문에 이자가 적정 수준인지 알 수 없는 경우도 많다. 법정 최고이자율을 준수하는 것처럼 표시돼 있으나 실제로는 각종 명목으로 이를 초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대부업자가 선이자 명목으로 사전에 공제하는 경우 그 공제액을 제외하고 채무자가 실제 받은 금액을 바탕으로 이자율을 산정해야 한다. 담보권 설정비와 신용정보 조회비 등을 제외하고 대부업자가 수취한 비용은 명칭을 불문하고 모두 이자로 간주한다. 채무자가 내는 수수료·연체이자 등도 모두 이자에 포함한다. 대출금을 중도 상환할 때 발생하는 수수료는 다른 이자와 합산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고이자율 초과는 불법이며 계약은 무효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면서 “대부광고를 접하는 경우 불법일 가능성을 우선 의심하고, 제도권 금융회사나 등록 대부업체인지 확인 후 거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민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차주의 신용과 상환 능력을 반영한 차등 금리를 도입해 저신용자의 금리 부담을 줄이고 대부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며 “정부 예산 확대와 민간 재원 유치를 통해 정책서민금융의 안정적 운영을 보장하고 지속 가능한 재원 조달 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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