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 다음은 개조...시작된 韓조선의 ‘넥스트 스텝’
- [MRO 강국, 한국] ②
전 세계 상선 약 40%, CII D·E 등급
친환경 선박 개조 시장 성장세 견고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유지·보수·정비(MRO) 다음은 친환경 선박 개조(Retrofit)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탄소 규제 강화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글로벌 해운업계의 전환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친환경 선박 개조 시장이 신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국내 조선업계는 기술 혁신과 시장 선점 전략 등을 통해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섰다.
친환경에 쏠리는 눈
시장조사업체 글로벌인포메이션(GII)에 따르면, 전 세계 선박 개조 시장은 연평균 7.7% 성장률로 확대되며 오는 2030년에는 241억달러(약 34조원)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 주요 성장 요인으로는 ▲2023년 발효된 선박에너지효율지수(EEXI) 및 탄소집약도(CII) 규제 강화 ▲액화천연가스(LNG)·암모니아·수소 등 친환경 연료 인프라 확충 ▲EU 배출권거래제(EU ETS)의 해운 부문 편입 등이 꼽힌다.
앞서 IMO는 2023년 7월 개정된 ‘IMO 온실가스 감축 전략’을 채택한 바 있다. 이는 해운업의 탄소중립 로드맵을 명확히 제시한 것으로, 2050년까지 국제 해운 분야의 순배출량 제로(Net-zero) 달성을 최종 목표로 하며, 2030년과 2040년 중간 목표를 설정해 단계적 이행을 요구하고 있다.
IMO 전략의 세부 목표를 살펴보면, 2030년까지의 단기 목표는 2008년 대비 화물운송량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40% 이상 절감하는 것이다. 동시에 친환경 연료의 도입을 확대해 전 세계 선박 에너지의 5~10%를 무탄소 또는 저탄소 연료로 전환한다는 계획도 제시됐다. 2040년에는 더욱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며,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70~80%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종적으로는 2050년까지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잔여 배출량을 탄소포집·상쇄 기술로 완전히 상쇄해 순배출량 제로를 달성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해 도입된 것이 바로 IMO의 EEXI와 CII다. EEXI는 선박의 설계 사양(엔진 출력·속도·연료 소비 등)을 바탕으로 에너지 효율을 수치화하는 규제로, 기존 선박의 설계 효율성을 평가하는 데 활용된다. EEXI 기준에 미달하는 선박은 엔진 개조나 속도 제한 등 개선 조치를 의무적으로 이행해야 하며, 이는 운항 제한으로 이어질 수 있다.
CII는 실제 운항 데이터를 기반으로 선박의 연간 탄소배출 효율을 평가하는 지표로, 운항 실적에 따라 선박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A~E 등급으로 분류한다. CII 등급이 3년 연속 D등급이거나 E등급을 받을 경우, 선사는 개선계획을 제출하고 이를 이행해야 한다. 조선소의 개조 수요가 급증하는 배경에는 이러한 규제들이 자리하고 있다.
PwC 경영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 세계 상선의 약 40%가 CII D·E 등급에 해당됐다. A등급은 12%, B등급은 20%, C등급은 28%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선박 유지·보수·정비(MRO) 시장도 단순 수리에서 성능 업그레이드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이를 방증하듯, 올해 기준 세계 선박 개조 시장이 전체 MRO 시장의 절반 이상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시장조사업체 인피니티리서치는 EEXI, CII 등 탄소배출 규제 강화와 함께 LNG·암모니아·수소 등 친환경 연료 인프라의 확충에 힘입어, 2025년 기준 세계 선박 개조 시장이 전체 MRO 시장의 65%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LNG, 암모니아, 수소 등 대체연료 기반 선박의 도입도 빠르게 늘고 있다. 2023년 전 세계 신조선 발주의 45%가 대체연료 추진선이었으며, 이 가운데 LNG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메탄올, 암모니아, 수소 등의 연료 역시 점차 상용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대응하는 韓 조선
기후위기와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글로벌 해운업계가 선박의 친환경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 역시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기술 혁신과 전략적 투자를 통해 선박 개조(MOD) 시장의 새로운 주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먼저 HD현대중공업은 지난 2024년 HD한국조선해양, 하이에어코리아와 공동으로 LNG 냉열을 활용한 냉난방공조(HVAC) 시스템을 개발해 미국선급(ABS)으로부터 기본 인증을 받았다. 이 시스템은 LNG 연료의 기화 시 발생하는 냉열을 공조장치에 활용해 선박 운항 중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이고 운영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선박 개조 프로세스에도 첨단 기술이 적용된다. 먼저 HD현대의 선박 개조 프로세스는 3D 스캐닝 등 최신 계측 장비를 활용해 기존 선박의 구조와 시스템을 정밀하게 분석한다. 이어 목적에 맞는 맞춤 설계를 진행한다. 끝으로 선주 요청에 따라 재설계와 기술 검토, 도면 작성 등 엔지니어링 작업을 수행하고, 현장 실사를 통해 설계의 정확성을 높이는 것이 특징이다.
다음으로 한화오션이다. 한화오션은 암모니아 및 기존 연료 혼소(混燒) 엔진과 암모니아 추진 선박을 개발해 미국선급협회(ABS), 뷰로 베리타스(BV) 등 글로벌 인증기관으로부터 AIP(기본인증)를 획득했다.
지난해 1월에는 오세아니아 선주로부터 9만3000㎥급 초대형 암모니아운반선 2척(약 3312억원 규모)을 수주하는 등, 최근 2개월간 총 7척의 암모니아운반선 수주 실적을 기록했다. 해당 선박에는 자체 개발한 스마트십 플랫폼 ‘HS4’와 축발전기모터(SGM) 등 첨단 탄소저감 기술이 적용된다.
생산 현장 혁신도 가속화되고 있다. 한화오션은 거제조선소를 ‘스마트 야드’로 전환하며, 빅데이터·AI·IoT 기반의 자동화·지능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스마트 야드에는 스마트십 플랫폼 HS4를 중심으로 ▲자율운항선 관제센터 ▲디지털 트윈 기반 원격관제 시스템 ▲AI 센서 및 로봇을 활용한 용접 및 도장 자동화 ▲드론 기반 실시간 생산 모니터링 등 첨단 기술이 집약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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