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토스와 카카오뱅크가 일궈낸 브랜드 혁신을 보라 [허태윤의 브랜드 스토리]
- 불가능을 삭제한 UX(사용자 경험)설계로 젊은 층 공략 성공
고객 접점·디지털혁신서 압도적 차이를 보이다

#2 새벽 3시, 어머니는 호주 유학 중인 아들에게 급히 500달러를 송금해야 했다. 토스뱅크의 '평생 무료환전' 서비스로 수수료 걱정 없이 호주 달러를 구매하고 즉시 송금했다. 영업시간을 기다릴 필요도, 은행 지점을 찾아갈 필요도 없었다. 호주에서 아들이 곧바로 전화를 걸어왔다. "엄마, 벌써 돈이 들어왔어요!"
#3 동창회 모임이 끝난 후 총무는 카카오뱅크 모임통장 연결 카드로 식당 계산을 마쳤다. 누군가 "회비 걷느라 고생 많지?"라고 묻자 총무는 웃으며 말했다. "이제는 누가 냈는지 확인할 필요가 없고, 모두가 통장 내역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어서 투명해. 회비 알림도 자동으로 가니까 총무 맡은 지 2년 됐는데 스트레스가 사라졌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고리타분했던 은행 업무가 스마트폰 속으로 들어와 일상에 녹아들었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이 혁신적 변화의 중심에는 토스와 카카오가 있다. 창립 10년, 출범 8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이들은 어떻게 한국 금융의 지형도를 완전히 바꿔놓았을까?
숫자보다 중요한 소비자 경험의 혁명
2024년 말 기준, 토스의 월간활성이용자 수(MAU)는 2480만명, 카카오뱅크는 1800만명, 카카오페이는 2402만명에 달한다. 국내 성인 인구의 절반 이상이 이들 앱을 매달 최소 한 번 이상 이용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 숫자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들이 불러온 경험의 혁명이다.
토스의 출발점은 단순했다. 공급자 중심으로 만들어져 있는 모든 금융 프로세스를 소비자중심으로 바꾸자는 생각이었다. 그것이 바로 '금융을 쉽고 간편하게'라는 브랜드 이념이다. 2015년 간편송금 앱 토스를 출시하며 당시 금융거래의 최대 골칫거리였던 공인인증서와 보안카드를 과감히 걷어냈다. 여섯 자리 비밀번호만으로 송금할 수 있는 이 혁신은 금융의 진입장벽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이것이 소비자 중심의 첫 번째 혁신이었다
토스의 브랜드 DNA는 '금융의 모든 불편함(페인포인트)을 해결한다'이다. 이것이 토스의 모든 서비스 개발과 마케팅 전략의 근간이다.
토스뱅크의 '평생 무료환전'(25년 3월 말부터 700달러 이상은 수수료를 받음) 서비스는 금융 시장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환전 수수료 부과가 당연했던 외환 시장에 수수료 무료 경쟁을 촉발한 것이다. 출시 1년도 안 돼 200만 고객을 확보했다. "왜 환전할 때 수수료를 내야 하나요?"라는 단순한 의문이 시장 판도를 바꾼 셈이다.
또한 토스뱅크가 선보인 '함께대출'은 서로 다른 두 은행이 공동으로 자금을 조달해 소비자에게 대출을 제공하는 상품으로,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로 선정되기도 했다. 기존 은행들의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파격적 발상이었다.

카카오의 출발도 다르지 않다. "왜 사용자가 불편을 감수해야하죠?"가 첫 번째 질문이다. 이런 철학이 반영된 것이 카카오 모임통장이다. 카카오뱅크의 '모임통장'은 한국 사회에 뿌리깊은 모임 문화에 주목한 상품이다. 통장 하나로 회비 관리의 투명성을 높이고 총무의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이미 850만명 이상이 이용하는 대표 서비스로 성장했다.
14~19세 Z세대를 위한 카카오뱅크의 '미니뱅킹'도 빼놓을 수 없다. 통장 없이도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해 '미래의 고객'을 선점했다. 엄마 카드를 쓰던 10대들에게 '내 카드'라는 자부심을 심어준 건 물론이고 미래고객을 묶어두는 록인(rock-in)효과를 톡톡히 보고있다.
패러다임을 바꾼 조직과 문화
토스와 카카오 금융이 혁신적인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기존 금융권과는 다른 조직 문화가 있다. 가장 보수적인 은행산업에서 후발 주자지만 변화를 만드는 '메기'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었다. 그들은 그저 익숙한 '또 하나의 은행'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일례로 토스뱅크는 '도메인-트라이브-스쿼드'라는 조직 구성을 통해 각 영역이 온전한 책임을 갖고 신속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했다. 기존 은행은 기획부서와 개발부서가 분리돼 있지만, 토스뱅크는 하나의 스쿼드에 ▲상품 전문가 ▲디자이너 ▲개발자 ▲데이터분석가가 모두 속해 있다. 이런 구조가 빠른 의사결정과 고객 중심의 서비스 개발을 가능하게 했다.
이들의 고민은 "은행은 원래 이렇게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었다. '어떻게 하면 더 잘할까?'보다 '고객입장에서 불필요한 이 일을 아예 없앨 수는 없을까?'라는 근본적인 생각을 했다는 점이 다른 점이다.


현재 두 기업의 자산 규모는 시중 대형 은행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지만, 고객 접점과 디지털 혁신 역량에서는 이미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특히 금융업의 미래를 좌우할 MZ세대와 Z세대 시장에서는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어, 미래 성장 가능성은 무한하다는 평가다.
토스는 2013년 창업 이후 금융 규제 속에서도 혁신적인 간편송금 서비스로 시장에 도전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IT와 금융의 경계가 점점 흐려지는 가운데, 토스는 단순한 금융 서비스를 넘어 생활 플랫폼으로의 진화를 꿈꾸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2025년 핵심 전략으로 데이터 수익화에 주목하고 있다. 업계 최다 수준의 마이데이터와 자사 보유 데이터를 활용해 생성형 인공지능(AI)를 결합한 금융 플랫폼으로 진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개인화된 금융 어드바이저로서의 입지를 굳히겠다는 전략은 금융의 미래를 보여주는 중요한 시그널이다.
이들 두 금융브랜드의 디지털 금융 혁신 사례는 글로벌 금융업계가 주목하는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이들이 추구하는 '불가능을 삭제한 사용자 경험(UX)'은 금융을 넘어 다양한 산업에 영감을 주고 있다. 토스와 카카오 금융, 이들의 행보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허태윤 칼럼니스트(한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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