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 정책 '포비아']②
서울시, 토허제 효과 감소한다고 봤지만 '오판'
집값 상승세, 강남만 다르게 움직여
'수도권 vs 비수도권' 양극화가 '강남 vs 非강남' 구도로 재편

[이코노미스트 원태영 기자]오락가락하는 토지거래허가제 구역 지정으로 서울 마저 부동산 가격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동안의 부동산 시장 양극화가 주로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구분됐다면 이제는 서울 내에서도 큰 격차를 보여주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는 지난 1월 ‘규제 풀어 민생 살리기 대토론회’에서 시민이 제기한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요구에 대해 ‘신속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토지거래허가구역에 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공론화한바 있다. 이후 서울시는 지난 2월 주택 가격 급등 우려에도 불구하고 국제교류복합지구(잠실·삼성·대치·청담동) 등을 포함한 일부 지역에 대해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해제 사유로는 장기간 규제로 인한 시민의 재산권 및 거주이전의 자유 침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효과가 시간의 경과에 따라 점차 감소하고 있다는 연구 용역 결과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서울 집값에 혼란 불러일으킨 토허제
서울시는 해제 대상 지역을 비교적 투기 수요 유입 가능성이 낮은 지역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사실상 해당 지역은 서울 동남권 등 투자 수요가 집중되는 권역에 포함되기 때문에 해제 발표 직후부터 일부 단지를 중심으로 호가 상승 및 거래 활성화가 나타나는 등 당초 우려되던 가격 상승 조짐이 감지됐다. 결국 정부와 서울시는 지난 3월 19일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하며, 기존 토지거래허가구역보다 대상 지역을 더욱 확대해 재지정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재지정 범위는 강남 3구를 포함해 용산구 전체 아파트까지 넓혔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오락가락 토허제 구역 지정이 서울 집값에 더 큰 혼란을 불러일으켰다고 평가한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의 전국주택가격 동향 조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 송파구 아파트값은 4.28% 올랐다. 이는 서울 평균 상승률(1.06%)의 4배가 넘는 것이다. 전국 시군구 아파트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강남구와 서초구의 아파트 가격은 3.52% 상승하면서 송파구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의 아파트값이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은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의 영향을 받았다. 강남을 제외한 서울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정비사업 지역을 중심으로 강세를 보였다. 성동구의 아파트값은 올해 1분기 1.34% 상승했다. 이어 ▲용산구 1.27% ▲양천구 1.13% ▲마포구 1.09% ▲강동구 1.07% 등 5개 구가 서울 평균 상승률을 웃돌았다.
반면 ▲노원(-0.23%) ▲도봉(-0.17%) ▲강북구(-0.11%) ▲중랑구(-0.12%) ▲금천구(-0.11%) ▲동대문구(-0.09%) ▲구로구(-0.07%) ▲은평구(-0.05%) 등의 지역은 강남 토허제 해제에 따른 기대심리로 3월 들어 일부 상승 전환한 곳이 있지만, 분기 누적을 기준으로 하면 하락세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속에서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건설 BRIEF’를 통해 서울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와 확대 재지정에 따른 영향을 점검했다. 연구원 측에 따르면 전국 주택시장 침체 속에서도 서울 아파트 시장은 독자적인 상승 흐름을 유지해 왔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동향을 살펴보면, 전국 주택시장이 하락세로 전환된 이후에도 서울 아파트는 2025년 1월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관련 언급 이전까지도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었다.
특히 2024년 7월부터 9월까지는 전월 대비 약 2.0% 내외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는 등 가격 급등이 두드러졌다. 이후로도 상승 폭이 다소 둔화하기는 했으나 1월까지도 상승 흐름의 추세는 지속됐다. 이는 전국적으로 수요가 위축되는 가운데서도 서울, 특히 고가 주택 밀집 지역에서는 여전히 매수세가 유지되는 등 서울 아파트 시장이 전국 시장과는 차별화된 흐름을 보이고 있었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고하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특히 해제 대상에 포함된 동남권의 경우,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지정된 기간 내내 높은 투자 선호도가 지속된 지역으로서 규제 완화와 같은 정책 신호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라며 “실제로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가 시행된 2025년 2월, 동남권은 서울 5대 권역 중 유일하게 전월 대비 0.9%의 상승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정부의 토허제 관련 정책은 매매시장뿐 아니라 전세시장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가격지수 역시 매매가격지수와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었으며 2024년 7월부터 9월까지는 전세 수요 증가에 따른 상승세가 뚜렷했다. 이후에는 점차 상승 폭이 둔화되는 추세였다. 그러나 2025년 1월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언급 이후에는 서울 5대 권역 모두에서 전월 대비 전세가격지수가 일제히 상승했다. 이는 단기적인 시장 심리가 전세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의미한다.
강남 vs 非강남, 서울도 양극화 심화
더 큰 문제는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와 확대 재지정 과정에서 주택 시장 양극화가 수도권-비수도권 양극화를 넘어서 서울 내로 확산됐다는 점이다.
고하희 부연구위원은 “토지거래허가구역 관련 언급 이전까지만 해도 주택시장 양극화는 주로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문제로 인식됐으나 서울시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발표 이후에는 서울 내부에서도 가격 급등 지역과 상대적 안정 지역 간의 격차가 확대돼 서울 내 양극화 현상이 더욱 뚜렷해지는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며 “결과적으로 일부 지역의 단기 급등과 다른 지역의 정체 또는 하락세 간 차이가 부각되며, 서울시 내에서도 국지적 양극화를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당시 ‘투기 우려가 적은 지역’이라고 언급했으나 국제교류복합지구 인근 지역은 투기 수요가 집중될 가능성이 큰 지역으로서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발표할 경우, 주택가격의 불안정성을 초래할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예측 가능했던 부분이라는 지적이다. 이는 정책 발표 당시 서울시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더 면밀히 고려할 필요가 있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해제 발표 후 35일 만에 규제 완화에서 규제 강화로의 전환이 이루어진 것은 정책의 일관성 측면에서 중요한 교훈을 남기는 사례다.
한편 항후 주택시장은 안정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함께 나왔다. 고 부연구위원은 “향후 주택시장 전망에 대해 살펴보면, 현재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이미 확대 재지정됐기 때문에 추가적인 수요 유입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며 “또한 금융당국이 대출 규제 강화 기조를 지속하고 있어 주택 수요의 급격한 회복은 어려운 상황이다. 아울러 전국적으로 주택시장이 침체된 여파도 이어지고 있어 다른 지역으로의 풍선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은 미미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및 재지정 이후 주택시장의 급등은 단기적인 영향에 그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향후 일정 기간은 안정세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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