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법정에 선 메타 소셜 제국...인스타그램 토해낼까? [한세희 테크&라이프]
- 인스타그램이나 왓츠앱 팔아야 할수도
직원 10명 남짓 인스타그램 인수해 메타 제국 건설

[한세희 IT 칼럼니스트] 어떤 대학생에게 들은 이야기이다. 이 친구는 또래에선 드물게 인스타그램을 안 하는 사람이었는데, 주변 친구들에게 그 말을 하니 친구들이 “릴스를 안 보고 어떻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느냐”며 궁금해 하더라는 것이다. 릴스는 인스타그램에서 보거나 올릴 수 있는 짧은 포맷의 동영상 콘텐트다.
요즘 젊은 층에서 대세 소셜미디어는 인스타그램이다. 원조 ‘대학생 커뮤니티’ 페이스북은 초기 사용자들이 늙어감에 따라 함께 늙어가고 있다. 신규 세대가 거의 유입되지 않고, 아직도 자기가 젊은 줄 아는 중년 남녀들이 나름 재밌거나 나름 자신을 더 그럴듯하게 보이게 하리라 생각하는 긴 글을 올리는 곳이 되었다.
소셜미디어를 쓰는 목적도 많이 달라졌다. 본래 주변 친구나 가족들과 온라인에서 교류하는 것에서 출발했지만 지금은 다른 사람이 올린 콘텐트, 특히 동영상을 보는데 쓰는 시간이 길어졌다. 과거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소셜미디어를 같은 뜻으로 혼용해 썼지만, 지금은 둘의 차이가 확연하게 느껴진다.
기존 SNS가 기업이나 전문 인플루언서들의 동영상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플랫폼으로 바뀌는 동안, 사람들의 사적이고 친밀한 대화는 메신저로 옮겨갔다. 우리나라에선 카카오톡이, 해외에선 왓츠앱이 가장 많은 사용자를 가졌다.
사용자층 세대 교체가 일어나면서, 동영상 중심 엔터테인먼트의 비중이 커지고 메신저의 역할이 확대되는 것이 현재 소셜미디어 시장의 큰 흐름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변화가 모두 한 회사의 판 위에서 일어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원조 소셜 네트워크 페이스북, 요즘 대세 인스타그램, 세계 최대 메신저 왓츠앱이 모두 한 회사, 메타플랫폼 소유이기 때문이다.
월간 활성 사용자 수가 페이스북은 30억명,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은 각각 20억명에 이른다. 메타는 확실한 사용자 기반과 탄탄한 온라인 광고 네트워크, AI 기술 접목 등을 통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그리고 이 돈과 기술을 바탕으로 가상현실(VR)이나 증강현실(AR) 등 차세대 컴퓨팅 기술에 투자하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인터넷의 지배자 중 한명이다. 세계 모든 곳의 사람과 정보, 관계가 그의 손아귀에 있다. 메타 제국을 만든 이 같은 힘의 집중이 요즘엔 메타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 소셜 미디어 시장을 독점하면서 소비자에게 피해를 입히고 있다는 여론이 일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에 해당하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2021년 메타에 대해 반독점 행위를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 재판이 4월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연방법원에서 막을 올렸다. 저커버그 CEO를 비롯해 페이스북 비즈니스의 성장을 이끌었던 셰릴 샌드버그 전 최고운영책임자(COO), 지금은 회사를 떠난 케빈 시스트롬 인스타그램 창업자 등이 증인으로 참석했다.
이 재판 결과에 따라 메타는 인스타그램이나 왓츠앱을 팔아 제국을 분할해야 할 수도 있다.
왓츠앱은 25조원의 가치가 있었나?
메타 제국의 3대 축 중 2개,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은 페이스북이 스스로 만든 것이 아니라 인수한 것이다. 인스타그램은 2012년 10억달러에, 왓츠앱은 2014년 190억달러에 인수했다.
메타, 당시 페이스북이 경쟁자를 제거하기 위해 거액을 주고 이들 기업을 사들여 시장 경쟁을 저하했다는 것이 FTC의 주장이다. 새롭게 등장하는 기업과 정당하게 경쟁하지 않고, 돈으로 사버리거나 시장 지배력을 이용한 여러 수단을 동원해 매장시키는 ‘사거나 묻어버리거나(buy or bury)’ 전략을 썼다는 것이다. 돈으로 경쟁자를 사 버리며 시장 독점 능력을 키웠다는 얘기다.
2012년 인수 당시 인스타그램은 특유의 사진 편집과 필터 기술로 주목받으며 급성장하는 이미지 공유 앱이었으나, 매출도 거의 없었고 직원은 10명 안팎이었다. 페이스북은 이런 작은 스타트업을 1조원 주고 샀다. 왓츠앱 역시 당시 직원 수십명 정도 규모였다. 가장 많은 사용자를 가진 메신저이긴 했으나 큰 비즈니스로 성장할 수 있을지 확신하긴 어려운 상태였다. 이런 기업을 왠만한 나라 하나를 살 돈을 주고 인수했다.
이런 과감한 인수는 신의 한수가 되어 오늘날 메타 소셜 제국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는 메타의 소셜미디어 독점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최근 수년 간 가짜뉴스, 양극화, 필터 버블 등 빅테크 기업의 인터넷 알고리즘이 만들어내는 폐해가 널리 퍼지면서 거대 IT 기업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메타뿐 아니라 구글,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모두 각자의 영역에서 반독점 소송에 휘말려 있거나 이런 저런 이유로 강한 과징금 처벌을 받고 있다.

메타는 경쟁을 죽였나?
쟁점은 메타가 소셜미디어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에 있는지,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을 인수한 것이 부당하게 경쟁을 피하기 위한 수단이었는지에 대한 판단이다. 인수 이전에 비해 소비자가 현재 더 나은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지 여부도 중요하다.
FTC는 메타가 ‘사람들과 온라인에서 친구 관계를 맺고 교류하는’ 소셜미디어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고 본다. 반면 메타는 FTC의 소셜미디어 시장 획정이 잘못됐다고 주장한다. 메타는 틱톡이나 유튜브 같은 동영상 서비스들과 경쟁해야 하는 보다 더 넓은 시장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 메타의 입장이다. 과거에도 스냅챗이나 구글플러스 등과 치열한 경쟁이 있었고, 현재도 매순간 경쟁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FTC는 인스타그램과 왓츠앱 인수가 시장 경쟁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재판 과정에서 증거로 제출된 저커버그의 과거 이메일에는 주요 경쟁 앱들에 대한 우려와 함께 “경쟁하는 것보다 사는 것이 낫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후에 저커버그와 갈등으로 메타를 떠난 시스트롬 인스타그램 창업자는 “저커버그는 인스타그램을 ‘위협’으로 간주했다”고 증언했다. 또 메타에 인수되지 않았더라도 자체적으로 서비스를 고도화하며 성장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메타는 더 나은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을 인수했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이들 앱이 페이스북과 결합하면 더 좋은 서비스가 될 수 있다 판단했고, 실제로 메타가 인수했기 때문에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이 더 좋아졌다고 저커버그는 법정에서 주장했다. 샌드버그 전 COO가 왓츠앱 인수 당시 “너무 비싸게 샀다“고 말했다는 내용도 거론됐다. 이에 대해 샌드버드는 당시 발언의 맥락을 현재 기준으로 판단하면 안 된다는 취지로 말하며 “지금에 와서 왓츠앱 인수 가격이 비샀다고 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증언했다.
FTC가 좁은 의미의 소셜미디어 시장을 기준으로 메타를 공격하고 있다는 비판은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틱톡 등과 경쟁하는 광범위한 의미의 소셜미디어 시장에서 온라인 광고 매출이 여전히 메타에 집중돼 있다는 점은 독점 주장에 힘을 싣는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실망한 사용자가 이동할 수 있는 다른 대안 소셜미디어가 있는지 생각해 보면, 역시 메타가 독점적 지위에 있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물론, 메타는 억울하다. 그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왓츠앱은 다양한 모습으로 개선되며 사용자에게 많은 가치를 주었다. 무엇보다 당시 그 두 건의 인수를 승인한 것이 바로 FTC이다.
이번 소송은 빅테크 기업의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디지털 플랫폼의 등장으로 인한 세상의 변화를 어떻게 소화해야 할지 방향을 제시하는 주요 이정표가 될 수 있다. 현재 진행 중인 구글의 반독점 소송도 비슷한 의미를 갖는다.
소수 기업이 세계 시장을 전부 지배할 수 있게 된 상황에서도 시장과 서비스의 통합이 가져오는 소비자 이익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까? 필터 버블과 편향, 극단적 성향 부추김 같은 알고리즘의 문제는 빅테크 성장에 따른 소비자 피해로 간주해야 할까, 아니면 디지털화된 사회 전체의 문제로 보고 해결책을 찾아야 할까? 무엇보다 빅테크 없는 사회의 불편함을 사람들이 참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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