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신 5등급제·학점제 도입…2028학년도 입시, 누가 웃을까
- 수강 인원 적으면 내신 따기 더 어려워
서연고 진학, 내신 1.2등급 이내 필요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 2028학년도 대학입학전형이 현 고1부터 전면 개편되면서 학교 현장과 수험생, 학부모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새롭게 적용되는 5등급제 내신 평가와 고교학점제는 수험생 개인의 선택과 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변수가 되는 구조다.
특히 겉으로는 경쟁이 완화된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실질적인 변별력 약화와 상위권 간 동점자 증가, 중위권의 진학 전략 혼란 등 다층적 불확실성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
기존 9등급제 내신 체제는 상위 4% 이내를 1등급으로, 11% 이내는 2등급, 23% 이내는 3등급으로 분류했지만, 현 고1부터는 5등급제 기준이 도입돼 1등급은 10% 이내, 2등급은 34% 이내로 확장된다. 얼핏보면 경쟁이 완화된 듯하지만, 실제로는 100명 중 11등부터 34등까지 모두 동일한 2등급을 받게 되므로, 내신 상위권에서 밀려난 학생들에게는 실질적인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학생 수, 학교 규모에 따라 달라지는 내신
여기에 학교별 학생 수 격차는 내신 유불리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같은 등급이라도 수강 인원과 학교 규모에 따라 그 실질적 의미가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2026학년도 기준으로 전국 의대, 치대, 한의대, 약대의 선발 인원은 약 6500명 수준이며, 이들 계열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내신 평균이 최소 1.2~1.4등급 이내여야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만약 5등급제로 내신 등급이 매겨진다고 가정하면, 사실상 모든 과목에서 1.0등급을 받아야 해당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
하지만 1.0등급은 동점자로 묶이는 구조이기 때문에 그 안에서도 추가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여기에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이른바 ‘서연고’ 선발 인원까지 합치면 약 1만8000명 규모로, 이 인원에 진입하기 위한 내신 기준은 9등급제에서는 약 1.6등급, 5등급제에서는 1.2등급 안팎으로 추산된다. 인서울권 진입 역시 마찬가지로, 9등급제 기준으로는 2.8등급, 5등급제에서는 1.8등급 이내에 들어야 한다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온다.
실제로 전국 일반계 고등학교 내 표본조사를 보면 내신이 산출되는 과목 기준으로 성적 분포는 고1 때가 42.8%, 고2는 39.3%, 고3은 17.9%를 차지한다. 사실상 고1 1학기만 마쳐도 전체 내신의 절반 가까이를 결정짓는 구조다. 게다가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됨에 따라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등 기본 과목 외에 각 학교별 선택과목이 본격적으로 입시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선택과목은 일반선택, 진로선택, 융합선택 등으로 구분되며, 전국 고교 3년 과정 기준으로 많게는 127개 과목, 적게는 60개 과목이 개설돼 있다. 학생 수가 많거나 자율형사립고일수록 개설 과목이 많은 경향을 보인다. 특히 진로선택과 융합선택 과목이 전체의 50~70%를 차지하고 있어, 실질적인 고교학점제의 무게 중심은 이들 과목에 쏠려 있다.
문제는 수강 인원이 내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전국 고3 학생 기준으로 일반고의 41.5%는 100명 미만, 37.8%는 200명대에 불과하며, 400명 이상은 3.1%에 불과하다. 이처럼 학생 수가 적은 학교에서는 특정 과목의 수강 인원이 5명 안팎으로 떨어지는 경우도 발생한다.

선택 과목,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이 경우 내신 등급 확보 자체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따라서 학생들이 특정 선택과목에 쏠릴 경우, 해당 과목에서 상위권 진입은 더욱 어려워지고, 반대로 수강자가 적어도 내신 등급 자체가 잘 나오지 않는 상황이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
현재 개설 빈도가 가장 높은 진로선택 과목은 세포와 물질대사, 화학반응의 세계, 기하, 미적분II, 물질과 에너지, 생물의 유전 등이 있으며, 이 외에도 인공지능 기초, 보건, 데이터 과학, 인간과 철학, 국제경제, 정보과학, 커뮤니케이션 공학 등 100가지가 넘는 과목이 개설되고 있다.
융합과목의 경우 스포츠생활, 융합과학탐구, 역사로 보는 현대세계, 기후변화와 환경생태, 과학의 역사와 문화, 여행지리, 윤리문제 탐구, 독서토론과 글쓰기 등이 다수 개설된 대표 과목이다. 또한 사회문제탐구, 실용통계, 소프트웨어와 생활, 인간과 경제활동, 아동발달과 부모, 지식재산일반, 프런티어사이언스 등도 존재해 과목의 스펙트럼은 과거에 비해 압도적으로 넓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내신 상위 10% 이내 학생들은 진로와 적성에 맞는 선택과목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특히 1.0등급 내 동점자가 대거 발생하는 구조에서는 어떤 과목을 선택해, 어떤 방식으로 성취를 증명할 것인지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이들조차도 수강 인원이 적은 과목에서는 등급 산출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어, 전략 수립이 단순히 흥미 기반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내신이 10%를 벗어나는 순간 34% 이내의 학생들과 같은 등급인 2등급으로 묶이게 되고, 이는 대학입시 전략 수립에서 치명적인 고민 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현재로서는 새로운 내신제와 고교학점제가 결합된 구조에서 입시 결과가 축적된 데이터조차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기 어렵다. 기존의 내신 불리 상황을 수능으로 만회하거나 비교과 활동으로 극복하는 전략도 제약이 많다.
결국 급격하게 바뀐 내신 제도와 함께 고교학점제라는 이중 변화 속에서 현 고1은 물론 중3 이하 학생들까지 고등학교 선택과 대학입시 전략 모두에 있어 혼란을 겪는 구조다. 중간고사가 끝난 이 시점, 상위권 학생들도, 중위권 이하 학생들도 모두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대학과 교육 당국은 조속히 현 고1부터 적용되는 입시전형안을 발표해 혼란을 줄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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