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정동진 기자]최운열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이 남은 임기 내 '회계기본법' 제정 추진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기업·공공기관·비영리 부문 전반에 걸쳐 일관된 회계 체계를 정립하고, 회계사 제도의 공적 책임성과 제도 기반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최 회장은 11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국가 차원의 체계적이고 일관된 회계정책을 수립·집행하려면 회계기본법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임기 내 입법 지원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회계기본법은 기업회계, 공공회계, 공익법인 회계를 망라하는 단일 법률로, 회계기준부터 외부감사, 공시, 감독까지 전 과정을 포괄하고 있다. 최 회장은 "현재는 법인 유형별로 상이한 회계기준과 감독 체계를 적용받고 있어 정책 집행에 일관성이 부족하다"며 "특히 비영리 부문은 소관 법률과 주무 부처가 제각각이라 체계적인 감독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공인회계사회는 현재 1차 연구용역을 통해 법 체계 구조 분석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으로, 7월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후에는 2차 연구를 통해 구체적 법안 마련 및 국회 입법 지원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최 회장은 "법 개정이 아닌 신규 제정이기 때문에 2~3년의 준비 기간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는 그간의 주요 성과도 함께 소개됐다. 최 회장은 임기 내 가장 큰 성과로 서울시 민간위탁사업 결산에 대한 회계감사 의무화를 다시 반영한 조례 원상 복원을 꼽았다. 2022년 서울시의회는 회계감사를 ‘사업비 결산서 검사’로 바꾸며 세무사도 해당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조례를 개정했으나, 지난 3월 다시 회계감사로 복원됐다.

최 회장은 지방자치단체 위탁사업의 회계감사 의무화 필요성도 강조했다. “공인회계사의 고유 업무가 침해된 사안이었지만,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사업의 투명성을 확보하려면 회계감사가 필요하다는 점을 설득했다”며 “전국적으로 유사한 조례 개정 시도가 이어지고 있어, 일정 규모 이상의 위탁사업에 회계감사를 의무화하는 지방자치법 개정안 통과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공인회계사회는 최근 경기도, 광주, 전남 지역 의회를 직접 방문해 조례 심의 보류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 밖에도 감사비용 덤핑 경쟁에 따른 감사 품질 저하 문제도 개선 과제로 짚었다. 그는 “감사비용을 단순 지출로만 인식하면 감사 품질과 회계 투명성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며 “감사비용은 기업 가치를 높이는 투자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회계법인의 저가 수주 관행에 대해서는 금융감독원 감리 요청 등 제도적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청년·여성 회계사들과의 소통 강화 역시 중점 추진 과제로 언급됐다. 공인회계사회는 전체 회계사의 70% 이상이 45세 미만인 상황을 고려해 ‘청년 회계사 타운홀 미팅’, ‘회장에게 바란다’ 코너 등을 통해 의견 수렴에 나서고 있다. 오는 9월에는 정치권 진출을 희망하는 청년·여성 회계사를 위한 ‘정치 아카데미’ 개설도 예정돼 있다.

최 회장은 "회계 투명성 없이는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도, 밸류업도 실현될 수 없다"며 "공인회계사의 직역 수호를 넘어, 제도 개편과 자정 노력을 병행해 전문성과 책임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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