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는 ‘방산의 바퀴’...전술차에 시동 건 K-자동차
- [K방산의 조력자들]①
군심 공략하는 쌍두마차 기아·KGM
현대차그룹도 부품·모듈 기술로 입지 넓혀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군용차 시장이 들썩인다. 전통적인 전술차량 제작사인 기아가 48년 만에 중형 전술차 양산에 나선 데 이어, KG 모빌리티(KGM)도 해외 군 조달 시장에서 실적을 쌓으며 군납 경쟁에 가세하면서다. 군용차가 ‘튼튼한 차’를 넘어, 네트워크 연동·반자율주행·전동화 등 첨단 민간 기술을 흡수하는 플랫폼으로 변모하면서 완성차 산업의 외연이 넓어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군용차량 시장은 미국과 유럽, 러시아가 사실상 3분하고 있었다. 그러나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 서방의 대러 제재로 러시아산 군용차량 공급망이 차단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이 급격히 축소된 것이다.
공백을 메우기 위해 미국과 유럽 방산 기업들은 공급 물량을 확대하는 동시에, 차량 단가를 빠르게 인상했다. 지정학적 수요가 급등한 상황에서 공급 여력이 제한되자, 군용차 가격은 전례 없이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 틈새를 높은 기술력과 합리적인 가격을 바탕으로 한국이 파고들었다.
기아는 지난 6월 초 광주 오토랜드 하남공장에서 차세대 중형 전술차량(KMTV, Kia Medium Tactical Vehicle)의 양산 출고식을 개최했다. 이번에 양산을 시작한 KMTV는 1977년 도입 이후 48년 만에 선보이는 중형급 전술차량으로, 2½톤급과 5톤급 두 가지 모델이 준비됐다.
KMTV에는 에어 서스펜션 시트·어라운드 뷰 모니터·전후방 카메라 등 민수차량에서나 볼 수 있던 사양이 대거 적용됐다. 단순한 운송 수단이 아닌, ‘디지털 전장 자산’으로서의 역할로 확대된 것이다. 기아는 KMTV를 육군을 시작으로 향후 국내외 고객에게도 공급하는 등 수출형 모델 개발도 계획하고 있다.
KGM은 수출형 군용차를 통해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부터 스페인 군에 무쏘(해외명 렉스턴 스포츠) 기반의 전술차량을 공급하기 시작했으며, 2023년에는 스페인 육군과 공군 각각 60대 규모의 초도 공급도 이뤄졌다.
올해 들어서는 남미 시장까지 진출했다. 페루 정부는 KGM으로부터 무쏘 스포츠 차량 400대를 군용으로 도입했고, 향후 최대 2000대까지 확대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KGM은 이 외에도 동유럽과 중동 지역의 전술차 수요를 주시하며, 일부 국가와 공급 협의를 진행 중이다.
KGM은 최근 군용차 수출 시장에서 다양한 맞춤형 사양을 적용한 차량을 선보이고 있다. 실제로 페루 등 해외 군 조달 사업에서 프레임 기반 픽업 모델에 방탄·통신·내열 등 군용 특수 사양을 적용해 납품한 바 있다. 이처럼 현지 군의 요구에 따라 다양한 옵션을 추가할 수 있는 유연성이 KGM 군용차의 강점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군용차 경쟁은 단순히 납품 물량 확보를 넘어 ‘미래 전장 환경에 걸맞은 기술력’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고 있다”며 “완성차 업계는 자율주행, 전기 구동, 네트워크 연동, 예지 정비 등 민간 기술을 군용차에 이식하는 데 주력하고 있고, 기반 기술 확보는 이미 시작됐다”고 말했다.

현대차도 간접 군수 참여…기술 융합은 계속
현대자동차그룹은 완성차 납품 대신 방산 계열사 중심의 부품·모듈 기술로 군수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현대위아는 대한민국 군이 운용 중인 주요 화포 시스템의 핵심 제작사로, KH178 105mm 견인포·KH179 155mm 견인포·CN98 155mm 자주포 등 대구경 화포 대부분을 생산한다.
최근에는 차량 탑재용 원격사격무기통제체계(RCWS) 개발로 영역을 넓혔다. 현대위아의 RCWS는 차량 내부에서 원격으로 사격을 제어할 수 있는 장치다. 현대위아는 해당 무기체계에 7.62㎜ 기관총과 5.56㎜ 소총을 결합할 수 있게 설계했다. 또 인공지능(AI) 기반 자동추적 알고리즘을 탑재해 사격의 정확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여기에 더해 현대위아는 또 2속 자동변속 전자식 4륜구동 제어 시스템(ATC)을 자체 개발해 군수용 차량에 적용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고난도 지형이나 빙판길에서도 차량이 자동으로 구동 방식을 전환해 주행 성능을 최적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 기능도 갖췄다.
다음은 현대로템이다. 현대로템은 차륜형 장갑차 K806(6×6)과 K808(8×8) 등 완성형 군용차량을 제작하고 있다. 이 차량들은 지휘소형(CPV)을 포함해 현재까지 600대 이상이 전력화됐다. 현대로템의 차륜형장갑차는 작년 페루 육군 공급 사업을 수주해 우리 군의 ‘제식 차륜형장갑차 K808’의 첫 해외 수출을 달성하기도 했다.
무인 전투차량 분야에서는 ‘HR-셰르파’(HR-Sherpa)로 대표되는 다목적 무인차량(UGV)을 개발했다. 현대로템은 2세대부터 4세대까지 자체 기술로 진화시킨 이 플랫폼을 통해 정찰, 물자 수송, 근접 전투 등 다양한 군 작전에 대응 가능한 무인차를 방위사업청에 납품하며 국내 시범 운용을 시작했다.
해당 무인차량에는 현대위아의 RCWS 모듈과 자율주행 기반 플랫폼, AI 연동 소프트웨어 등이 탑재됐다. 단일 차량 내에서 정찰·통신·공격이 모두 가능한 미래형 전투체계로 평가받고 있다.
이처럼 국내 완성차 기업들이 방산 시장에 눈을 돌리는 움직임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술력 측면에서 이미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내린다. 특히 이들이 방산 시장을 주목하는 배경에는, 가격 중심의 경쟁이 아닌 신뢰성과 성능이 핵심인 시장 구조 덕분에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파워트레인이나 운용 부문을 보면, 방산과 민간 분야는 상당 부분 유사하다”며 “안전율이나 출력, 용량을 키우는 방식으로 대응하면 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방산 시스템에도 구동계는 필수 요소다. 이 때문에 국내 자동차 기업들이 이 분야에서 충분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어 “방산 시장은 일반 자동차처럼 가격 경쟁이 중심이 되는 시장이 아니라, 성능과 신뢰성이 핵심인 ‘퍼포먼스의 영역’이며, 그만큼 수익률도 높게 형성될 수 있는 구조”라며 “여기에 정부 차원에서 방산 수출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점은 민간 기업 입장에서 분명한 기회로 작용한다. 그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기술력과 생산 능력을 갖춘 기업이라면, 방산은 사업 포트폴리오 측면에서도 매우 매력적인 확장 영역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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