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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현물 ETF 국내 상륙 눈앞…제도화 본격 시동
- [디지털자산 시대 열릴까]③
현물 ETF 기초자산 허용 법안 발의…가상자산 제도권 편입 첫걸음
금융상품으로 인정…기관 유입·시장 체질 개선 기대

[이코노미스트 정동진 기자]가상자산을 제도권 금융으로 편입하는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국내 도입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대통령의 공약에서 시작된 입법화 움직임은 최근 국회의 법안 발의로 이어지며 제도화의 첫발을 내디뎠다. 자산운용업계는 새로운 투자 기회를 겨냥하며 대응 준비에 나섰고, 가상자산 업계도 제도권 진입의 전환점이라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비트코인 현물 ETF는 운용사가 실물 비트코인을 직접 매입해 보유하고 그 가격을 추종하도록 설계된 금융상품이다. 주식처럼 증권거래소에서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어 디지털 지갑을 만들거나 가상자산 거래소를 거치지 않고 기존 증권계좌를 통해 편리하게 투자할 수 있다. 특히 규제된 환경에서 운용되며 회계와 수탁 구조가 명확하다는 점에서 기관 투자자들의 비트코인 시장 진입을 촉진할 핵심 투자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 논의의 본격화 배경에는 미국의 성공 사례가 있다. 2024년 1월 10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처음 승인한 이후 시장은 급속히 성장했다. 2025년 6월 기준 시장 규모는 약 1290억달러(약 174조원)에 달했고, 블랙록이 운용하는 비트코인 현물 ETF인 IBIT의 누적 순유입액은 400억달러(약 54조원)를 넘어섰다. 다른 주요 상품에도 자금이 몰리면서 비트코인은 투기적 자산에서 제도권 투자 자산으로 빠르게 자리잡았다.
정책 논의에 불을 지핀 또 다른 배경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이 대통령은 선거 운동 과정에서 ‘청년 자산 형성 지원’의 일환으로 비트코인 등 주요 가상자산을 기초로 한 현물 ETF 도입을 약속했다. 청년층의 가상자산 투자 관심을 고려해 제도권 내에서 보다 안전하고 투명한 투자환경을 마련하겠다는 취지였다. 이러한 공약은 최근 국회에서 실제 입법 논의로 이어졌다.
빗장 푸는 ‘자본시장법 개정안’ 발의
지난 6월 27일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비트코인 등 디지털자산을 ETF의 기초자산으로 인정하고 신탁업자가 이를 수탁·관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법상 가상자산을 금융투자상품의 기초자산이나 신탁재산으로 인정하지 않아 관련 ETF 설계 자체가 불가능했던 점이 고려됐다. 이번 발의는 이러한 법적 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첫 입법 시도다.

개정안은 금융투자상품의 기초자산에 ‘금융위원회가 정해 고시하는 가상자산’을 포함하고 신탁재산의 범위에 가상자산을 추가했다. 신탁업자가 전문성을 갖춘 가상자산사업자(VASP)에 수탁 업무를 위탁할 수 있도록 해 전통 금융과 핀테크의 협업 기반도 마련했다. 가상자산 수탁에 대한 법적 근거가 생기면서 대형 금융기관과 전문 사업자 간 분업 구조가 가능해지고 기관 투자자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민 의원은 해당 법안을 발의하며 “디지털자산을 제도권 금융상품으로 편입하면 국내 금융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투자자에게 더 안전하고 투명한 투자 환경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가상자산 업계는 현물 ETF 도입을 제도권 편입의 신호탄으로 보고 환영하는 분위기다. 거래소를 통하지 않고도 투자할 수 있는 경로가 생기면 상품 선택지가 다양해지고, 시장 외연 확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특히 기관 참여가 본격화되면 가격 변동성이 완화되고 장기 자금 유입이 가능한 구조로 시장 체질이 개선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국내 자산운용사들도 제도 변화에 대비해 대응 전략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아직 관련 규제가 정비돼야 하지만, 허용될 경우 곧바로 상품을 출시할 수 있도록 내부 검토와 스터디를 이어가고 있다. 블랙록 등 글로벌 사례를 참고하며 상품 구조, 수탁 방식, 리스크 관리 방안 등을 사전에 점검 중이다.
한편 실제 비트코인 ETF 운용 경험이 있는 일부 대형 운용사들은 제도 정비 즉시 빠르게 대응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캐나다 자회사 글로벌엑스(Global X)를 통해 비트코인 ETF(BCCL)를 운용한 바 있고, 삼성자산운용도 홍콩에 비트코인 선물 ETF를 상장한 이력이 있다.
금융당국 신중론…“인프라 구축 먼저”
금융당국은 제도 도입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상품 출시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국정기획위원회 업무보고에서 하반기 중 도입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며, ▲자본시장법 개정 ▲안정적인 수탁 인프라 구축 ▲투자자 보호 장치 마련 등을 전제 조건으로 제시했다. 특히 실물 비트코인을 직접 보관해야 하는 구조적 특성상, 대규모 자산을 안전하게 수탁할 수 있는 커스터디 인프라 부족이 핵심 과제로 지목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내에는 수조원대 디지털 자산을 안정적으로 보관할 수 있는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KB국민은행과 해시드가 합작한 한국디지털에셋(KODA) 등이 수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보험 체계나 실시간 리스크 관리 시스템 등은 여전히 글로벌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실물 자산 보관이 필요 없는 해외 상장 ETF에 투자하는 ‘재간접 ETF’부터 도입하자는 제안이 제기되고 있다. 실물 비트코인을 국내에 보관할 필요가 없어 수탁 리스크를 줄일 수 있고, 법 개정 없이 금융당국의 유권해석만으로도 출시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대안으로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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