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다이소와 코스트코의 성공 방정식 [허태윤의 브랜드 스토리]
- 가장 아날로그적인 두 업체의 성공스토리
소비자 신뢰 높이고 제품 본연의 가치 올리고...'본질은 같다'

한국 유통업계의 3대 브랜드인 올리브영과 쿠팡, 다이소를 일컫는 신조어다. 그중에서도 가장 저렴한 제품을 파는 다이소의 성과는 상식을 뒤흔든다. 1000~5000원 가격의 생활용품을 파는 다이소는 지난해 3700억원의 이익을 냈다. 영업이익률이 9.4%에 이른다.
또한 미국의 유통 브랜드 코스트코가 한국 대형마트 시장에서 올린 성과도 눈부시다. 코스트코는 이 시장에서 지난해 기준 6조53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2186억원(영업이익률 3.3%)의 이익을 냈다. 월마트, 까루프 등 글로벌 유통 거인들이 줄줄이 짐을 싼 그 한국 시장에서 말이다.
다이소와 코스트코는 어떻게 한국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두 브랜드는 얼핏 보기에는 근본적으로 매우 다르지만 ‘다른 듯 같은’ 흥미로운 브랜딩 전략이 숨어 있다.
다이소의 발견 - 선택의 마법을 풀다
다이소가 사업을 시작할 무렵 이 브랜드 앞에는 거대한 벽이 있었다. 이미 시장에는 수많은 ‘1000원숍’들이 있었고, 소비자들은 싸구려 물건을 파는 곳 정도로 인식했다.
그때 다이소의 전략은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다양한 상품을 들여놓되, 가격은 5000원 이하로 단 6가지로만 매기겠다는 것이었다. 500원, 1000원, 1500원, 2000원, 3000원, 5000원. 이때부터 다이소를 찾는 사람들에게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더 이상 가격을 비교하지 않게 된 것이다.
올리브영에서 립스틱 하나를 사려면 수십 개 브랜드의 수백 가지 제품을 가격대별로 비교해야 한다. 하지만 다이소에서는 그냥 ‘2000원짜리를 살까, 3000원짜리를 살까’ 정도만 고민하면 된다. 뇌의 인지부하가 급격히 줄어든 순간이다.
또한 다이소는 특별한 광고를 하지 않는다. 제품의 본질을 손상하지 않는 범위에서 원가를 더 이상 줄일 수 없을 만큼 줄였다는 관점에서 보면 다이소의 이 원칙에는 고개가 끄덕여진다.
광고를 하지 않았지만 소비자 발길은 이어졌다. 특히 뷰티 부문 성과가 눈부시다. 지난해 화장품 매출은 전년 대비 144% 급증했고, VT코스메틱 같은 브랜드들이 올리브영 대신 다이소 입점을 택했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까지 다이소 전용 브랜드를 만들어 공급하기 시작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다이소 쇼핑리스트’가 넘쳐났고,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 여행 필수 코스로 다이소를 꼽았다. 해외카드 결제도 50% 늘었다. 광고 한 번 없이도 전 세계적인 브랜드가 된 것이다.


코스트코의 실험 - 20만개를 4000개로
미국의 유통 공룡 월마트에는 20만종이 넘는 제품이 있다. ‘가장 다양한 제품이 있는 곳’이 그들의 전략이다. 하지만 코스트코의 전략은 ‘전문가들이 고객을 대신해 각 카테고리별로 가장 좋은 제품 4000종을 선택하고, 가장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는 것이다.
그리고 고객들은 ‘코스트코에 있는 건 이미 선별된 좋은 제품’이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선택의 시간을 줄여 고민이 사라지는 순간이다.
1994년 한국 시장에 진출한 코스트코 앞에는 월마트와 까르푸라는 선배들의 실패 사례가 있었다. 모두가 로컬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코스트코는 정반대 길을 택했다. 전세계 코스트코가 동일한 원칙을 적용하는 표준화원칙 속에서도 로컬의 소비자들은 가격대비 더 높은 가치에 공감했다.
코스트코는 20년이 넘도록 변하지 않는 하나의 상징을 만들었다. 바로 ‘2000원 핫도그 세트’다. 물가가 오르고 원자잿값이 뛰어도 이 가격만은 절대 올리지 않았다. 이것이 무슨 의미인지 고객들은 본능적으로 안다. ‘이 회사는 절대 바가지를 씌우지 않는구나.’
코스트코 역시 전통적인 광고를 하지 않았다. 대신 회원들의 입소문에 의존했다. 연회비를 받으면서도 광고비를 아껴서 그 돈을 다시 상품 가격 인하에 투자했다. 코스트코가 상품 마진율을 15%로 고정한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는 이마트의 절반 수준이다.
결과는 어땠을까? 매장당 매출은 3436억원으로 국내 대형마트 평균의 4배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의 72%가 연회비에서 나왔다. 상품은 ‘미끼’였고, 신뢰가 ‘진짜 상품’이었던 것이다.
두 브랜드가 만나는 지점
언뜻 보면 이 두 브랜드는 완전히 다른 길을 걸어온 듯하다. 그러나 본질을 들여다보면 매우 닮아 있다.
첫 번째로 선택을 단순화했다. 무한한 선택지는 고객을 지치게 한다. 다이소는 3만개 상품의 가격을 6가지로 줄였고, 코스트코는 20만개 상품을 4000개로 줄였다. 그렇다고 선택의 다양성을 포기한 것이 아니다. 다양성은 브랜드가 책임지고, 고객의 선택 고민을 해소한 것이다.
두 번째는 가격전략의 앵커를 만들었다. 앵커링은 배가 닻(anchor)을 내려 한 지점에 고정되는 것처럼, 첫 번째로 제시된 가격이 기준점이 되어 이후 모든 가격 판단에 영향을 주는 심리 현상이다.
다이소의 1000원 제품, 코스트코의 2000원 핫도그 세트처럼 절대 변하지 않는 기준이 있으면 고객은 안심한다. 하나의 상품이 전체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만들어낸다.
세 번째는 광고보다 신뢰에 투자했다는 점이다. 좋은 가격과 좋은 품질 자체가 가장 강력한 광고다. 고객이 브랜드의 전도사가 되는 순간, 마케팅 비용은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네 번째는 가격 이상의 가치 제공이다. 다이소는 1000원 제품에 1000원 이상의 만족감을 제공하고 코스트코는 연회비 이상의 혜택과 경험을 제공했다. 핵심은 고객이 이득을 봤다는 느낌을 지속적으로 주는 것이다.
다이소와 코스트코의 성공은 우연일까? 복잡함을 단순하게, 의심을 신뢰로, 고민을 확신으로 바꿔준 브랜드가 승리한 것이다. 가장 아날로그적인 두 유통 브랜드가 보여준 원칙은 디지털 시대에도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브랜드들의 필수 조건이 될 것이다.
허태윤 칼럼니스트(한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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