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일반
대출 규제 효과 6개월…'1가구 1주택' 정책의 한계
- [집값 상승 막을 규제 카드 효과 볼까]②
文정부 이후 다주택자 규제가 원칙으로 굳어져
가격 관계없이 주택 수에만 초점 맞춘 규제 보완 필요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서울에서 5억8000만원 하던 아파트가 5년 만에 12억6000만원까지 치솟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난 6월 25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22년 치 서울 아파트 가격을 분석해 이런 결과를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 때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는 것이다.
이른바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전용면적 84㎡인 30평형 수준의 서울 아파트 가격은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17년 5월 기준 6억을 밑돌았는데, 임기 말에는 12억원을 훌쩍 넘었다. 정권별로는 ▲노무현(3억원→5억3000만원·80%) ▲박근혜(4억7000만원→5억8000만원·21%) ▲윤석열(12억6000만원→12억8,000만원·1%) 정부 순이었다. 이명박 정부 때는 아파트 가격이 5억3000만원에서 4억7000만원으로 10% 떨어졌다.
경실련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서울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며, 이전 정부들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집값을 잡는 정책을 추진하라는 것이다.
집값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는 ▲주택 공급 부족 ▲유동성 확대 ▲안전자산 쏠림 현상 등이 거론된다. 이런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실제 서울 강남 3구는 올해 거래된 매물의 절반 이상이 신고가를 기록했다. 강남구 개포동 신축 단지인 ‘개포자이 프레지던스’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38억9000만원에 팔렸다. 지난 2월(25억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13억원 이상 오른 셈이다. 반면 지방은 미분양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4월 기준 전국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전월보다 5.2% 증가한 2만 6422가구를 기록했다. 2013년 8월(2만 6453가구) 이후 11년 8개월 만에 최대 규모다.
문제는 이를 막기 위해 내놓은 ‘똘똘한 한 채’ 정책이 집값 폭등이라는 불에 기름을 끼얹는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주택 여러 채를 보유한 다주택자들이 자산을 정리하고 집값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서울과 그중에서도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몰리면서 역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이 정책의 요지는 ‘1가구 1주택’이다. 한 가구를 기준으로 실거주하는 주택 한 채만 보유하라는 뜻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다주택자에 무거운 세금을 부과했고 이후 ‘1가구 1주택’은 부동산 정책의 원칙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집을 한 채만 보유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집값이 오를 곳에 투자하겠다는 행렬이 서울로 이어졌고, 지방에 주택 여러 채를 보유한 사람들이 자산을 정리해 서울 강남으로 몰린 것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경제가 어렵다고 하지만, 어느 시대나 자산가들은 있었다”며 “서울 인구가 줄고 있다고 하지만, 공급이 제한된 상황에서 지방 부자들이 서울로 몰리는 쏠림 현상이 이어지면 서울 집값은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주택자 규제 이후 강남 아파트 쏠림현상 심화
실제 문재인 정부는 주택 가격이 급등하자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 중과와 보유세 강화 등 징벌적 과세를 강화했다. 2018년 9·13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3주택 이상 소유자 또는 조정대상지역 2주택 소유자의 종합부동산세를 최고 3.2%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2020년 7·10 대책에서는 다주택자의 취득세 중과세율을 12%까지 높였다. 이 정책의 허점은 보유 주택에 대한 과세 기준을 주택 ‘가격’이 아닌 주택 ‘수’에 맞췄다는 점이었다. 공시가격 3억원 이상인 주택 3채를 보유하면 종부세 대상이 되지만 공시가격 12억 원 미만의 주택 1채만 갖고 있으면 종부세를 내지 않아도 되도록 했다. 한 채를 보유한 가구라면, 값이 비싼 집이라도 용인하는 정책이었던 셈이다. 이 때문에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생겼고 서울 강남 쏠림 현상이 극심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상반기 금융안정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지역 주택의 외지인 매입 비중과 주택 매매가격 지수 간 상관관계는 0.9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지인이 서울에 주택을 매수하는 현상이 서울 지역의 주택 가격 변동성 확대에 상당 부분 기여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1가구 1주택 정책이 역설적으로 부동산 양극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6월 이재명 정부가 처음 내놓은 대출 규제 정책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대출을 조여 부동산 매입을 어렵게 하고 이를 통해 수요를 억누르겠다는 내용이 골자인데, 효과를 볼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해 발표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가계대출 규제의 규제 영향 분석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보면 효과는 약 6개월간 지속된다고 분석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때도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해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했는데도 6개월 뒤 가계대출이 다시 늘고 집 값 상승세는 서울 주요 지역에서 주변부까지 확대됐다는 것이다.
경실련 기자회견을 통해 “부동산 문제는 한정된 자원을 국가경제발전을 위해 어떻게 효율적으로 배분할 것인가에 대해 장기적인 계획과 철학을 가지고 원칙을 세워 일관되게 조금씩 바꿔 가야 한다”며 “땜질식 핀셋 규제는 오히려 문제를 더 꼬이게 만들 뿐만 아니라 역풍을 일으켜 개혁 동력을 상실하게 만들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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