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정동진 기자]지난 2월 기업공개(IPO)를 통해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했던 LG CNS의 대규모 보호예수 물량이 다음 달 시장에 풀린다. 전체 상장 주식의 5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물량으로, 단기간에 대량 매도 매물이 쏟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오버행(잠재 매도 물량)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내달 5일 LG CNS의 2대 주주인 크리스탈코리아 유한회사(크리스탈코리아)가 보유한 주식 2083만479주에 대한 6개월 의무보유확약(락업)이 해제된다. 이는 LG CNS 전체 상장주식수(9688만5948주)의 21.5%에 해당하는 규모다.

크리스탈코리아는 재무적 투자자(FI)인 맥쿼리PE가 LG CNS 투자를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맥쿼리PE는 해당 SPC를 통해 2020년 4월 LG로부터 지분 35%(3051만9074주)를 약 1조원에 인수했다. 이를 바탕으로 단순 환산한 주당 취득 단가는 약 3만2766원으로, 24일 종가(6만8600원)와 비교하면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맥쿼리PE가 LG CNS에 투자한 지 5년이 지난 만큼 적극적인 자금 회수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맥쿼리PE는 IPO 당시 968만8595주를 구주매출로 처분해 약 6000억원을 회수했지만, 이를 통해서는 투자한 에쿼티 원금 회수와 함께 일부 수익 실현만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번 락업 해제를 통해 수익 구간에 있는 잔여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주가 흐름도 맥쿼리PE의 수익 실현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상장 초기에는 시장 부진과 수급 불균형으로 공모가(6만1900원)를 밑돌며 주가가 4만6500원까지 하락했지만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전환(DX) 사업 역량이 부각되며 지난달 27일 주가가 10만800원까지 상승하는 등 달라진 시장 평가를 입증했다. 최근 주가는 6만8000원대까지 내려왔지만, 여전히 공모가를 웃도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맥쿼리PE가 잔여 지분을 단기간에 장내 매각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큰 규모의 지분을 장내에서 일괄 처분할 경우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수급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는 까닭이다. 이에 따라 맥쿼리PE의 지분 매각이 이뤄지더라도 블록딜이나 구조화된 방식 등 시장 충격을 완화하는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LG와 크리스탈코리아 간 주주간계약도 급격한 지분 변동을 막는 장치로 작용할 수 있다. 계약에 따르면 크리스탈코리아가 보유 지분을 제3자에게 매각할 경우(장내 매매 제외) LG는 우선매수권을 갖는다. 또한 크리스탈코리아가 7% 이상의 지분율을 유지하면 이사 추천권을 통해 경영에 참여할 수 있어 지분을 한꺼번에 처분하기보다 점진적으로 매각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모회사인 LG의 지분율이 44.96%인데다 구광모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들의 지분을 합산하면 과반에 가까운 지분(47.09%)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LG가 맥쿼리PE의 지분을 인수할 가능성은 낮다는 시각도 있다.

이와 관련해 현신균 LG CNS 대표는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보통 대주주가 대량의 주식을 엑시트하는 방법은 거래시장과는 무관한 블록딜"이라며 "8월 락업이 풀려도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맥쿼리PE의 지분 처분으로 인한 단기적인 수급 불안은 있겠지만 시장에서는 이번 락업 해제를 오버행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계기로 보는 시각도 있다"며 "거대한 잠재 매도 물량 부담이 사라지면 시장의 관심이 회사의 AI 및 클라우드 성장성이라는 본질 가치에 다시 집중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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