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부동산 과열·가계부채' 우려…한은, 기준금리 연 2.5%로 또 동결(종합)
- [韓 경제 나침반 어디로]①
7월 이어 두 달 연속 기준금리 유지
美 연준, 9월 기준금리 인하 관측 속 10월 이후 관망 기조
이창용 한은 총재 "금리로는 집값 못 잡아…유동성 공급으로 기대 부추기지 말자는 것"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28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로 유지했다. 지난 7월에 이어 두 차례 연속 동결했다. 금통위의 이번 결정은 아직 안정되지 않은 부동산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미국의 기준금리 향배와 관세 정책이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기 위한 행동으로 해석된다.
정부가 지난 6월 가계대출 규제를 강화한 뒤 부동산 매매가 줄고 집값 상승 폭도 둔화했지만, 최근 구매 심리가 살아나면서 강남 등을 중심으로 신고가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아직 부동산 시장이 안정됐다고 보기는 이르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만약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해 금리 하락 신호를 줄 경우, 다시 부동산 시장의 불길에 기름을 붓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금통위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은행이 집값을 잡으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금리로는 집값을 잡을 수 없다”며 “유동성을 과다 공급해 집값 상승 기대를 부추기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 가계부채가 안정됐다고 보기 어렵고 (정부의) 부동산 대책 효과를 주기 위해 시간적 여유를 갖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 전문가들도 가계부채 문제, 부동산 시장 불안정, 외환시장 변동성 등을 근거로 이번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한 바 있다. 금융투자협회는 지난 18∼21일 53개 기관의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84%가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했다고 26일 밝혔다.
한은은 “물가가 안정된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성장세는 내수를 중심으로 다소 개선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수도권 주택가격 및 가계부채 추이를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하면서 대내외 여건 변화를 점검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금통위는 지난해 10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하한 뒤, 11월에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연속 인하를 단행했다. 올해 들어서도 1월에 금리를 내렸고, 2월과 5월에는 각각 0.25%p씩 추가 인하했다. 이후 7월에 동결한 바 있다.
미국과의 관세 등 무역 협상 영향도 금리 동결에 영향을 미쳤다. 한은은 “주요국 간 무역협상이 진전되었으나 관세 인상의 영향이 가시화되면서 성장세가 점차 둔화하고”있다고 전했다. 또 “주요국 주가는 관세협상 관련 불확실성 완화로 상승했는데 앞으로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은 미‧중 무역협상 및 품목별 관세 향방,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파월의 美 기준금리 인하 시사…연준 9월 결정 후 한은 행동 나설 수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음 달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금통위도 연준의 결정을 참고해 10월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연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연 4.25~4.50%로 유지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5회 연속 동결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단 한 차례도 금리를 내리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며 태도를 바꿨다. 월스트리트저널(WSJ), CNBC 등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22일(현지시간)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 기조연설에서 “(통화)정책이 긴축적인 수준에 있지만, 기본 전망과 위험 균형의 변화는 우리의 정책 기조를 조정할 필요성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거듭된 압박에도 관세 정책 등으로 물가 상승 우려가 커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던 파월 의장이 이 같은 발언을 한 것은 기조 변화로 읽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발언에 대해 “파월 의장을 비둘기파로 분류하게 만드는 언급”이라며 “그가 9월 0.25%포인트 금리 인하를 지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명시적으로 인하를 지지하지는 않았지만, 경기 악화 가능성을 강조하면서 다음 달 금리 인하 가능성을 분명히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이번 한은의 결정으로 한·미 양국의 기준금리 격차는 2%p 수준에서 유지됐다. 역대 최고 수준이기는 하지만, 추가 확대는 막은 셈이다. 금리차가 더 벌어지면 환율 변동성이 커지고 수출입 기업에는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다. 지난달 금통위 의사록에서도 한 위원은 “자본 유출 등 외환 수급에 애로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내외 금리차를 감내할 수 있는 수준에서 적절히 유지하는 것도 고려해야 할 요인”이라고 언급했다.
이창용 총재는 “금통위원 6명 중 5명은 3개월 내 기준금리를 2.50%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었다”며 향후 금리 인하 기조가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향후 통화정책 방향과 관련해 “내년 상반기까지 낮은 성장세가 이어지고, 하반기 들어 잠재성장률 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성장률을 1.6%로 전제한 전망인데, 올해 11월 발표할 수정 경제전망에서 수치가 바뀌면 정책 기조도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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