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AI·드론·로봇·IoT 총출동하는 건설 현장…“안전관리도 기대”
- [스마트 건설 현장]①
스마트 건설기술, 생산성‧안전성 향상↑
“작업자 중심 설계 뒷받침돼야”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아직 해가 완전히 기울기 전의 한 아파트 신축 현장. 12톤 덤프트럭이 모래를 내리쏟는 한편, 로봇개 ‘스팟’이 고소 작업 구역을 사람 대신 탐색한다. 곳곳에 드론이 맴돌며 외벽 균열을 정밀하게 찍어 올리고, 이를 실시간으로 분석한 인공지능(AI)은 “이쪽 코킹(밀봉) 불량 가능성 85%”라는 경고 메시지를 띄운다.
국내 건설 현장이 ‘스마트 건설 솔루션’ 도입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과거 인력과 경험에 의존하던 안전관리 방식 역시 ▲AI ▲드론 ▲로봇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기술로 재편되는 중이다. 건설업계는 이재명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강조함에 따라 ‘무사고 현장’ 구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기술 투자를 대폭 늘리며 ‘스마트 안전관리 체계’ 도입에 집중하고 있다.
우선 현대건설은 AI를 탑재한 4족 보행 로봇 ‘스팟’을 건설 현장에 투입해 품질 및 안전관리를 무인화하고 있다. 일명 ‘로봇개’로도 불리는 스팟은 계단이나 좁은 공간 등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사각지대를 자유롭게 이동하며, ▲현장 사진 촬영 ▲실시간 모니터링 ▲3D 형상 데이터 취득 등의 데이터 수집 기술을 통해 사무실에서 실시간으로 현장 상황을 확인하고 점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스팟은 지난 2022년 김포~파주 고속도로 현장을 시작으로 다수 현장에서 활용됐다. 위험 구역 출입 감지 및 경고 송출 기능도 갖추고 있어 안전 사고를 줄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과 롯데건설 등은 드론과 AI를 결합한 안전관리 시스템을 적용해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은 작업자나 낙하물 위험이 포착될 경우 즉각 관리자에게 알리고 있다. 낡은 안전모와 호루라기만으로 사고를 예방하던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풍경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최근 드론·위성 기반 공간정보 분석 기업 메이사와 스마트 건설 환경 도입의 일환으로 드론 플랫폼을 활용한 스마트 건설기술 공동개발 업무협약(MOU)도 체결했다. 이 협약을 통해 양 사는 ▲AI 기반 파일 탐지 및 관입 깊이 산출 기술 ▲실시간 드론 영상 스트리밍을 활용한 안전관리 ▲건설정보모델링(BIM) 기반 3차원 모델링 ▲공정·원가관리 솔루션 ▲골조 검측 기술 등 다양한 스마트건설 솔루션을 단계적으로 개발·적용해 나갈 계획이다.
롯데건설은 최근 조직개편을 단행하는 등 스마트 기술로 중 대재해 극복에 더욱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롯데건설은 최고안전책임자(CSO) 산하 안전보건관리본부 내에 ‘안전혁신부문’을 신설했다. 신설된 안전혁신부문의 3개의 팀 가운데 AGI TFT는 AI·로봇·드론·IoT 기반의 스마트 안전관리 기술을 연구·개발해 현장에 도입할 예정이다.
스마트 건설 솔루션 다방면 활용
또 롯데건설은 건설사 최초로 근로자들의 건강상태 체크를 위한 ‘비접촉식 생체신호 측정기술’ 앱 개발을 완료하고 전 현장에 9월 중 적용하기로 했다. 이 기술은 별도의 장비 없이 스마트폰에 내장된 카메라 안면인식을 통해 심장의 맥박에 따라 피부에서 미묘하게 변하는 색상을 감지해 맥박·체온·산소포화도 등 생체신호를 측정한다. 이를 통해 근로자는 15초 내외로 건강 상태를 측정할 수 있고, 측정 결과를 자동으로 기록해 고령 및 기저질환 보유 근로자 등 민감군 관리의 효율성을 높였다.
GS건설은 현장의 다양한 기술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AI를 다방면으로 활용하고 있다. AI 음성 번역 프로그램 ‘자이보이스’는 외국인 근로자와의 소통 문제를 개선해 안전관리의 수준을 높였고, AI 기반 시공 매뉴얼 시스템 ‘자이북’은 방대한 시공 기준서를 현장에서 쉽게 검색,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AI 기반 예측 중심의 화재 안전 모델도 구축하고 있다.

또한 지난 8월에는 건설업계 최초로 AI 기반 설계 도면 검토시스템을 현장에 시범 도입, 특허 출원까지 마쳤다. GS건설은 시공 오류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미리 방지하고, 안전한 시공 환경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이번 기술을 개발했다. GS건설은 ▲AI 기반 설계 적정성 검토 ▲드론·로봇 연계 철근 배근 자동 검측 등 시공 단계까지 적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DL이앤씨는 지난 7월 업계 최초로 디지털 트윈을 구현하는 드론 플랫폼을 주택 건설현장에 도입했다. 디지털 트윈이란 현실 세계 사물을 가상 세계에 그대로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건설현장에 이 기술을 적용하면 공정·품질·안전관리는 물론 설계·분양·유지보수 등에 활용할 수 있다. 특히 드론 플랫폼을 활용해 원가를 대폭 낮춘 게 특징이다. DL이앤씨는 드론 플랫폼을 활용하면 품질과 안전 확보는 물론 생산성까지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밖에 포스코이앤씨는 지난해 AI 기반 드론 ‘포스비전’을 선보였다. 포스비전은 고화질 영상 장비를 장착한 드론으로 외벽을 촬영하고 AI 기술을 활용하여 균열을 탐지하며 균열의 폭·길이·위치 등에 대한 상세 정보를 제공한다.
스마트 건설 기술의 현장 도입이 빨라지고 있지만, 과제도 있다. 스마트 건설 기술의 성패는 ‘도입 여부’가 아니라 ‘실질적 현장 효과’에 달려 있다는 평가다. 시범 적용에 머물면 보여주기식에 그칠 뿐이고, 실제로 현장에서 안전사고를 줄이고 작업 효율을 높이는지 입증해야 확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기계 중심이 아닌, 작업자 중심의 시스템 설계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스마트 안전관리는 단순히 기술 장비를 들여놓는 게 아니라, 현장의 작업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안전성을 만들어내는 게 핵심”이라며 “기술이 사람을 대체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보호하고 돕는 구조로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신기술 도입을 ‘실험’ 수준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지만, 앞으로는 이를 얼마나 빨리 현장 표준으로 확산시키느냐가 경쟁력이 될 것”이라며 “안전 투자가 비용이 아니라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자산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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