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
짧아진 근무, 늘어난 만족…해외에선 ‘주 4일제’ 실험까지
- [주 4.5일제가 쏘아올린 공]②
아이슬란드·영국, 생산성과 만족도 동시에 끌어올려
스페인·일본, 근무시간 줄자 건강 개선·기업 비용 절감

[이코노미스트 김윤주 기자] 주 4일제 실험은 이미 세계 곳곳에서 긍정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아이슬란드는 생산성과 만족도를 동시에 끌어올렸고, 영국은 기업과 근로자가 함께 제도의 지속을 원했다. 스페인과 일본 역시 근로자의 건강 개선, 기업의 비용 절감 등 다양한 효과를 확인했다. 이와 같은 해외 사례는 한국에서 검토 중인 주 4.5일제의 구체적인 방향을 모색할 수 있는 기회다.
주 4일제 현실이 되다…아이슬란드·영국 대표적
아이슬란드는 주 4일제를 선제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로 꼽힌다. 아이슬란드의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가 노동시간 단축을 요구하자, 레이캬비크(Reykiavik) 시의회와 아이슬란드 정부는 2015년부터 2019년 사이에 주 4일제와 관련한 실험을 실시했다.
영국 싱크탱크 오토노미(Autonomy)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아이슬란드 사무직·관리직·유치원 교사 등 다양한 직업군의 아이슬란드 노동자 약 85%가 주 4일제를 시행하고 있다. 노동의 시간은 줄어들었지만, 임금은 주 5일을 근무했을 때와 동일했다. 특히 중요한 사실은 노동자들의 생산성과 삶의 만족도가 증가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실험이 진행된 동안 노동생산성 연 성장률이 1.7%에서 3.8%로 증가했다.
오민 의회정보실 국외정보과 해외자료조사관은 “이 같은 사례를 한국이 벤치마킹하기에는 아이슬란드보다 인구밀도나 경제규모가 훨씬 크고 산업구조도 복잡하다는 어려움이 있다”면서 “관리자가 직원 교육이나 회식 등 단체 활동을 진행하는데 전보다 어려움을 겪었으며, 동료들 사이에 소통이 줄어 정보 전달이 어려워졌다는 내용도 보고서에 담겨있다. 노동자의 소속감과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도 마련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영국 또한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하고 시행한 대표적인 국가다. 영국은 2022년 61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6개월간 실험을 통해 주 4일제의 효과를 분석했다. 실험 결과 참여 기업과 노동자들은 높은 만족도를 보였으며, 92%의 기업이 이 제도를 계속 유지할 의사를 밝혔다. 이 실험의 성공으로 인해 추가적으로 200개 기업이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할 계획을 세웠다.

스페인·일본도…근무시간 줄이니 효율·건강·만족 ↑
스페인 발렌시아시는 지난 2023년 4~5월 한 달간 약 36만 명의 임금 노동자를 대상으로 도시 단위 주 4일제 실험을 진행했다. 코로나19 이후 교통 혼잡과 탄소 배출, 번아웃 및 높은 퇴직률 등 노동환경 문제가 불거지면서 노동시간 단축 필요성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발렌시아시는 노사정 협의를 거쳐 실험을 추진했고, 효과는 전반적으로 긍정적이었다. 참여 노동자의 37.7%가 운동·모임 등 신체 활동을 늘렸고, 독서·공부·관광 등 문화 활동도 크게 확대됐다. 친구·가족과 보내는 시간 역시 늘었고, 특히 부양 가족 돌봄에 시간을 쓴 노동자가 44.4%로, 주 5일제 근무자(27%)보다 높게 나타났다.
발렌시아시 노동자의 건강과 정신적 만족도도 개선됐다. 응답자의 40.8%는 건강이 나아졌다고 했고, 34.9%는 스트레스가 줄었다고 답했다. 64%는 평소보다 더 긴 수면을 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에서도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한 경험이 있다. 일본은 특히 극심한 과로 문화로 유명하다. 그러나 이제는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근무 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확산하고 있다.
일본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 2019년 8월 한 달간 ‘2019 여름 일과 삶 선택 챌린지’(the Work Life Choice Challenge 2019 Summer)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총 2300명의 근로자를 대상으로 주 4일 근무를 시험 운영했다. 이와 함께 회의 시간도 30분으로 제한하고 회사의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인 ‘마이크로소프트 팀즈’(Microsoft Teams)를 활용해 대면 회의보다는 온라인으로 편안한 회의를 하도록 했다.
그 결과 직원 1인당 생산성은 40% 향상됐다. 또 회사 내에서 사용된 인쇄용지의 양은 59% 줄었고 전기 사용량은 23% 감소해 회사의 비용 절감에 큰 역할을 했다. 직원들 중 94%도 만족감을 표했다.
韓 주 4.5일제, 해외 벤치마킹 포인트는
이 같은 해외 사례는 한국에서 논의되고 있는 주 4.5일제와도 맞닿아 있다. 해외 사례처럼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주 4.5일제 도입이 기업에 막대한 부담을 안긴다고 주장한다. 줄어든 근무 시간만큼 생산량을 맞추기 위해 추가 인력을 고용하면, 기업의 인건비가 상승하고 부담은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다.
주 4.5일 근무제가 근무 시간 압축으로 이어져 직원들의 업무 강도를 높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외에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악화, 세대 갈등 심화 등 다양한 부작용을 고려하지 않고 성급히 도입할 경우 사회 전체가 감당해야 할 비용이 늘어날 위험도 있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은 ‘해외지방정부 주4일제 실험 경험과 특징’ 보고서를 통해 “주4일제 실험 추진 과정에서 일반적 목표와 조직 단위 목표, 계획이 수립되는 것이 중요한 것으로 보여진다”며 “향후 주 4일제 논의에서 노동시간 단축 없는 주 4일제가 아닌, 단축형 주 4일제와 압축노동이 아닌 방식으로 모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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