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트럼프 장남까지 불러세운 코인 열기…韓 시장 달군다
- [韓, 블록체인 중심지로 도약] ①
세계 3위 시장, 알트코인 1위로
글로벌 프로젝트, 新모델 시험대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한국이 아시아 블록체인 산업의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다. 가상자산 투자 열기와 제도권 편입 논의가 맞물리며 글로벌 리더들의 발길이 서울로 몰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과 차남까지 한국 시장을 극찬하고, 세계 코인 기업들이 한국을 ‘테스트베드’로 삼겠다고 나서는 이유다. 서울은 이제 단순한 투자 무대가 아니라 세계 블록체인 패권 경쟁의 교차점으로 자리 잡고 있다.
글로벌 리더들의 시선, 서울로 향하다
지난 9월 24일부터 25일까지 열린 ‘코리아 블록체인 위크(KBW) 2025’에서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한국의 가상자산 잠재력은 절대적으로 굉장하다”고 언급하며 한국을 아시아 디지털 금융 허브로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차남 에릭 트럼프도 영상 축사를 통해 “한국이 블록체인에 가진 열정은 놀랍다”며 “아시아 블록체인 산업에서 미국에 버금가는 확고한 리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에는 멋진 트럼프 빌딩들이 있다”며 “앞으로 한국에서 가상자산뿐 아니라 실물자산 측면에서도 더 많은 사업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번 뿐만 아니다. 앞서 지난 9일 열린 ‘업비트 D 콘퍼런스(UDC) 2025’에서도 차남 에릭 트럼프가 “가상자산의 미래는 지금”이라며 한국 투자자들의 시장 참여를 촉구했다. 그는 “탈중앙화 금융은 세계를 선도하고 자유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대통령 직계 가족의 연이은 발언은 한국 시장이 가진 상징적 무게감을 국제 사회에 드러냈다.

글로벌 코인 발행사와 투자 기업들이 한국을 전략적 거점으로 규정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단순히 ‘투자자 관심이 높은 시장’이라는 수준을 넘어, 제도와 혁신이 동시에 작동하는 복합적 무대로 한국이 주목받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은 성인 인구의 32%에 해당하는 약 970만 명이 가상자산 거래에 참여하고 있으며, 연간 거래 규모는 2500조 원에 달한다. 규모만 보면 세계 3위 수준이다. 특히 비트코인을 제외한 알트코인 거래에서는 세계 1위를 기록하며, 글로벌 프로젝트들이 새로운 모델을 시험하기에 최적의 무대로 꼽힌다.
이 같은 투자자 기반은 단순한 투기적 열기를 넘어, 글로벌 기업들이 신상품과 서비스를 검증하고 확산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되는 셈이다. 이는 한국을 찾는 글로벌 리더와 기업들의 메시지에서도 공통적으로 확인된다.
KBW 2025는 이러한 한국 시장의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이번 행사에는 전 세계 70여 개국에서 투자자·개발자·기업인·정책 담당자·크리에이터까지 집결했다. KBW 본 행사 참가 인원만 2만4000명, 연계 프로그램까지 합치면 3만~5만 명이 서울을 찾았다.
전선익 팩트블록 대표는 개회사에서 “2018년 첫 행사 참가자가 4000명 수준이었는데 올해는 2만4000명으로 늘었다”며 “서울은 일주일간 말 그대로 ‘블록체인의 수도’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재원 빗썸 대표도 “규제 환경 변화, 인공지능(AI) 기술 발전, 시장 성숙이 맞물리면서 블록체인 산업은 또 한 번의 중요한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며 “KBW는 기술을 넘어 미래를 여는 담론의 장이 됐다”고 강조했다.
올해 가장 뜨거운 논의는 스테이블코인이었다. 글로벌 1위 테더는 이미 국내 거래소에서 조 단위 거래가 이뤄지는 USDT·USAT 활용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국내 커스터디 기업 비닥스는 아발란체 메인넷 기반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시연하며 “규제만 정비되면 즉시 사업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정치권과 금융권도 논의에 가세했다. 민병덕 의원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외면하면 달러 종속이 심화될 것”이라고 경고했고, KB·신한·하나·우리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들도 스테이블코인을 본업 확장의 기회로 평가했다. 한국은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국제 경쟁과 금융 주권 논쟁의 최전선이 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업계의 관심이 점차 기술에서 서비스·사업 모델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폴리곤(레이어2), 솔라나(고성능 블록체인) 같은 기술 혁신이 새로운 투자 테마로 부상했지만, 최근에는 거래소 자체 메인넷과 사용자 경험을 극대화한 탈중앙화 금융(DeFi) 서비스가 각광받고 있다.
기술적으론 이미 수년 전 등장한 모델이지만, 한국처럼 빠른 반응성을 가진 투자자 기반 위에서는 새로운 사업 가치로 전환된다.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을 실험 무대로 선택하는 이유다.
다만 넘어야 할 과제도 분명하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규제 강화와 산업 진흥을 위한 유연한 접근이 동시에 요구되는 상황이다. 금융위원회와 국회를 중심으로 가상자산 공시제도, 회계기준, 투자자 보호 장치 마련 등이 논의되고 있지만, 규제와 진흥 사이의 균형점은 아직 뚜렷하게 정립되지 않았다. 글로벌 기업들은 한국이 어떤 선택을 내리느냐에 따라 향후 아시아 블록체인 패권 구도가 크게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 국내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KBW2025는 단순한 업계 축제를 넘어 한국이 글로벌 블록체인 패권 경쟁에서 전략적 위상을 확인한 자리였다”며 “트럼프 형제의 발언과 글로벌 기업들의 참여, 정치권·금융권의 논의가 맞물리며 한국 시장의 독보적 성격이 부각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첫날 3만 명에 가까운 방문객이 몰린 현장은 한국 시장의 저력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며 “스테이블코인 논쟁, 글로벌 규제 대응, 산업 진흥이라는 과제도 함께 드러난 만큼 한국은 이제 더 이상 변두리 시장이 아니라 블록체인의 수도이자 글로벌 패권 경쟁의 교차점으로 자리매김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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