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거래소 멈춰도 거래는 계속…'대체거래소'가 시장 안전망
- [대체 기능 막는 자본시장법]②
미국·유럽·일본, 정규장 장애 시 독립 운영으로 거래 연속성 확보
가격 발견 기능 유지하고 유동성 공백 방지도

[이코노미스트 정동진 기자]해외 주요 자본시장은 정규 거래소에 장애가 생겨도 대체거래소가 독립적으로 거래를 이어가도록 설계돼 있다. 시장 참여자들이 거래 연속성을 확보하고 유동성 공백을 줄일 수 있도록 규정과 인프라가 마련돼 있으며, 실제로 여러 차례의 거래소 장애 상황에서 대체 플랫폼이 매매 기회를 보완한 사례가 있었다.
미국의 ATS(Alternative Trading System), 일본의 PTS(Private Trading System), 유럽의 MTF(Multilateral Trading Facility) 등 해외 대체거래소들은 제도권에 편입될 때 경쟁 촉진과 투자자 편익 확보를 주된 목표로 삼았다. 각국 규정에는 시스템 안정성과 장애 대비 요건이 포함돼 있었고, 실제 운영 과정에서는 정규장이 멈췄을 때 다른 플랫폼이 거래를 이어가며 시장의 안전망으로 기능했다.
분산 거래 환경 갖춘 미국…시장 리스크 최소화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분산된 시장 구조를 갖추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 외에도 수십 개의 ATS와 다크풀(비공개주문대체거래소)이 존재한다. 이들을 통해 동일한 종목이 여러 시장에서 동시에 거래되며, 증권사와 기관투자자들은 가장 유리한 조건을 찾아 주문을 분산시킨다. 이 구조는 경쟁 촉진뿐 아니라 위기 상황에서 즉시 대체 경로를 확보하는 안전망이 됐다.
1999년 나스닥의 셀렉트넷(SelectNet)과 SOES 시스템이 장애를 겪은 사건은 대체거래 플랫폼이 시장 보완 역할을 했던 초기 사례로 꼽힌다. 당시 나스닥(Nasdaq)의 핵심 주문 처리 시스템 일부가 정지되면서 거래에 혼선이 빚어졌지만 호가 시스템은 정상적으로 작동했고, ATS로 등록된 전자거래 플랫폼인 ECN들이 거래를 이어갔다. 정규 시장의 일부 기능이 마비된 상황에서 ATS(ECN)가 거래 연속성을 일정 부분 유지하며 투자자들에게 대체 경로를 제공했다.
2015년 7월 NYSE가 시스템 오류로 약 4시간 동안 전면 중단됐을 때도 나스닥과 다수의 ATS는 정상적으로 거래를 이어갔다. 당시 기관투자자와 대형 증권사들은 빠르게 주문을 대체 플랫폼으로 옮겼고, 시장 전체가 마비되는 사태를 면했다. 미국의 복수시장 구조가 실질적으로 연속성을 보장한 대표적 사례였다.

이처럼 미국 시장은 단일 거래소의 장애가 시장 전체로 번지지 않도록 설계돼 있다. 정규 거래소가 가격 발견과 공시의 중심축을 담당하고 있지만, 유사시에는 대체거래소가 기능을 일정 부분 이어받는다. 이는 복수시장이 단순히 경쟁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 시스템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구조적 장치라는 점을 보여준다.
유럽은 2007년 금융투자상품시장지침(MiFID) 도입을 계기로 복수거래소 체제가 본격적으로 제도화됐다. MiFID은 모든 주문을 가장 유리한 시장에서 체결하도록 증권사에 의무를 부과했고, 이 규정이 정규 거래소와 MTF 간 실질적 경쟁을 촉발시켰다.
이후 실제 운영 과정에서 복수시장은 위기 대응 능력을 보여줬다. 2009년 런던증권거래소가 전산 장애로 거래를 멈춘동안 차이엑스(Chi-X)와 배츠 유럽(BATS Europe)등의 대체거래소가 정상적으로 운영돼 투자자들이 매매를 이어갈 수 있었다.
2011년에도 런던증권거래소에서 데이터 전송 지연 사태가 발생했을 때에도 대체거래소인 터쿼이즈(Turquoise)와 차이엑스가 거래를 이어갔다. 정규장에서 데이터가 늦게 전달되며 혼선이 빚어졌지만 대체 플랫폼들이 최소한의 유동성을 유지해 시장 참여자들이 거래 단절을 피할 수 있었다. 거래량 자체는 크지 않았으나, 복수시장이 존재했기에 투자자들은 손발이 묶이지 않았고 가격 발견 기능도 일정 수준 작동했다.
98년 제도 도입한 일본…ATS가 유동성 제공하기도
일본은 1998년 제도 개편을 통해 증권사가 직접 운영하는 PTS가 허용됐다. 도쿄증권거래소(TSE)가 여전히 시장의 중심이지만, 대체거래소 도입의 취지는 정규 거래소 의존도를 낮추고 투자자 선택지를 넓히려는 것이었다. 이후 주요 증권사와 해외계 금융기관들이 PTS를 운영하면서 복수시장 체제가 자리 잡았다.
2011년 올림푸스 회계 부정 사태는 일본 PTS가 안전망 역할을 입증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당시 회사와 관련된 스캔들이 폭로되자 도쿄증권거래소에서는 올림푸스 주식에 극심한 매도세가 쏟아지며 주문 불균형이 발생했다. 특히 연속 하한가·특별호가가 지속되며 정상 체결이 어려운 상태가 사흘간 지속됐다.
하지만 대체거래소인 재팬넥스트(Japannext)에서는 올림푸스에 대한 거래가 활발히 이어졌고, 한때 올림푸스 주식 거래량의 16%가 재팬넥스트에서 체결되기도 했다. 이 사건은 정규장이 사실상 일부 기능을 상실한 상황에서 PTS가 투자자들에게 유동성과 매매 기회를 제공한 사례로 기록됐다.
이와 같은 해외 주요 시장의 경험은 대체거래소가 단순한 보조적 존재가 아니라, 위기 국면에서 시장의 기능을 유지하는 핵심 인프라임을 보여준다. 정규장이 멈추더라도 ATS·PTS·MTF가 유동성을 이어간 사례들은 거래 연속성과 투자자 신뢰를 동시에 뒷받침했다.
결과적으로 복수시장은 시장 경쟁 촉진을 넘어, 특정 거래소에 모든 위험이 집중되는 구조를 완화하고 시스템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장치로 자리잡고 있다. 이는 향후 국내 주식시장에서의 제도 설계와 정책 논의에서 ‘경쟁’과 ‘안정성’이라는 두 축을 어떻게 균형 있게 담아낼 것인지에 대한 기준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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