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홍콩 ELS 사태’ 재발 막는다…고난도 상품 ‘위험성 설명’ 의무화
- ELS 사태 교훈…금융당국, 불완전판매 차단 장치 강화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금융당국이 제2의 ‘홍콩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소비자 보호 절차 강화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10월 1일 정례회의를 열고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감독규정’ 일부 개정고시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월 발표한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불완전판매 예방 종합대책’의 후속 조치다.
핵심은 금융기관에서 어려운 내용의 금융투자상품을 판매할 때 ▲고난도 금융투자상품과 적합하지 않은 소비자 유형 ▲손실 가능성 등 위험 ▲손실 발생 사례 등을 우선 설명하도록 하는 것이다. 지금도 어려운 금융투자상품을 판매할 때는 소비자가 해당 상품의 주요 내용을 알 수 있도록 설명서를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의무적으로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거나 정보를 확인하는 정도에 그치면 소비자가 투자 손실 위험성을 제대로 알기 어렵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이에 손실 위험에 대한 설명을 투자자가 충분히 인식할 수 있도록 개선한 것이다.
금융기관이 소비자에게 특정 답변을 유도하거나 대면 투자를 권유한 뒤 비대면 계약을 권유, 금융회사가 대리 가입하는 경우를 ‘부당권유행위’로 보고 금지하기로 했다. 일부 금융사 가운데 소비자 투자성향 판단 과정에서 손실 감내 수준이 낮은 소비자가 ELS와 같은 고위험상품에 가입할 수 있도록 특정 답변을 유도한 사례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감독규정 개정안은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번 조치는 2019년 발생했던 ‘홍콩 ELS 사태’ 피해로 소비자 보호에 대한 필요성이 강조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해당 상품은 홍콩H지수를 기반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이었다. 홍콩H지수가 만기까지 65~70%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면 정해진 수익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중요한 점은 한 번이라도 홍콩H지수가 가입 당시 설정한 기준보다 50% 이하로 하락하면 원금 손실 위험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런 설정을 ‘녹인 배리어(Knock-In Barrier·손실 발생 가능 기준)’라고 한다. 그런데 실제 홍콩H지수가 50% 넘게 떨어지면서 일부 투자자는 투자 원금의 절반이 넘는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일부 은행에서 이런 원금 손실 가능성을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고 상품을 판매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의 소비자 보호 방안이 촘촘하지 않았고, 일부 은행과 판매원들이 형식적으로 위험을 안내하거나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으면서 피해가 커진 것이다. 당시 홍콩 ELS 판매액은 약 16조 원, 원금 손실 규모만 수조 원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이 잇따랐다. 은행권이 물어야 하는 과징금이 7조 원에 이를 수 있다는 예상도 있었다.
이후 금융권 전반의 소비자 보호 체계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지난 9월 이찬진 금감원장은 주요 금융회사 19곳 CEO와 함께 ‘금융소비자보호 거버넌스 간담회’를 열고, 금융권의 현황과 개선 방안, 조직문화 개편 방향 등을 논의했다. 이 원장은 홍콩 ELS 사태를 거론하며 “한 번의 금융사고가 막대한 비용과 신뢰 상실을 초래한다”며 “사전 예방 중심의 거버넌스 구축이야말로 금융사고와 신뢰 상실을 막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금융위는 이번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감독규정’ 개정과 관련해 “금융소비자가 금융상품 계약 체결 시 본인의 투자성향에 적합한 금융상품을 가입하도록 하는 등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제도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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