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우린 안 할게요"...실손 간소화, 병원 참여율 '여전히 저조'
- [실손 간소화 1년, 과제는]②
병원 4200개 중 참여율 25% 그쳐
EMR 구축 비용 등 숙제 많아...홍보 부족도 낮은 참여율 요인

[이코노미스트 김정훈 기자]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실손 간소화)가 이달 시행 1년을 맞이했지만 여전히 전체 의료기관 참여율은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오는 10월 25일 실손 간소화 내용이 담긴 개정된 보험업법 시행에 맞춰 아직 미참여 중인 의원 및 약국을 대부분 참여시킨다는 계획이지만 여전히 이들의 관심도가 낮은 상황이라 고민이 커지고 있다. 실손 간소화의 성공 여부는 결국 남은 의료기관들이 얼마나 이 제도에 참여하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의료기관 참여 없으면 실손 간소화도 없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실손 간소화에 참여 중인 의료기관은 총 6757개다.(병원 1045개·보건소 3564개·의원 861개·약국 1287개) 금융위는 참여기관 개수 기준 1단계 참여율이 59.1%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체 병원 4200여개 중 참여병원은 1045개로 25% 수준에 그친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건소에서는 실손보험금 청구 건수 자체가 적은 것으로 알려진다. 실질적으로 실손 간소화를 위해 소비자에게 필요한 의료기관은 병원과 의원, 약국인데 이들의 참여 수가 저조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전체 의원 및 약국까지 포함하면 국내 의료기관은 약 10만개 수준이다. 실제 전체 의료기관 중 실손 간소화 참여율은 6~7%에 그치는 셈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정부는 10월 25일부터 남은 병원 및 대부분의 중소의원 및 약국을 실손 간소화 정책에 포함시킨다는 계획이다. 대부분의 실손보험 가입자들의 경우 소액인 약제비 청구 등을 귀찮다는 이유로 청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를 감안하면 중소의원과 약국 참여는 실손 간소화 대중화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이들 중 실제 참여 의사를 밝힌 의료기관은 5%도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손 간소화는 소비자가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은 후 '실손24'앱을 통해 편리하게 전송버튼만 누르면 보험금이 청구되는 방식이다. 과거 병원에서 서류를 발급받아 보험사에 제출하는 등 번거로운 과정을 상당 부분 단축한 것이 핵심이다.
다만 이 서비스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의료기관들의 높은 참여율이 반드시 필요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편리한 서비스를 만들었다고 해도 직접 치료를 받는 곳인 의료기관이 이 제도에 참여하지 않으면 실손 간소화는 아무 의미도 없는 서비스가 된다"며 "정부가 이 부분에 대해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의료기관들의 저조한 참여율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요인은 청구 전산화 시스템 도입 문제다. 실손 간소화는 소비자가 보험금 청구 시 관련 치료 내역이 전송대행기관인 보험개발원으로 자동 전송된다. 이후 보험개발원이 보험사에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내용을 전송하는 식이다.
일단 이 제도를 위해서는 의료기관들이 실손 간소화 관련 청구 전산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하는 셈이다. 다만 이 시스템 구축에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금융위는 참여 의료기관에 청구 전산화 시스템을 설치하는 EMR(Electronic Medical Record, 전자의무기록처리)업체에 서버비·시스템 개발비·유지보수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EMR업체와 의료기관 사이에 시스템 구축 비용을 두고 이견이 많아 제도 도입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대형 병원의 경우 자체적인 EMR시스템이 구축돼 있어 실손 간소화 시스템을 적용시키는 것이 어렵지 않지만 중소형 병원들의 경우 새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하지만 중소형 병원들이 새로 시스템을 설치하는 데 있어서 기존 자기들이 사용하던 시스템을 바꿔야 해서 비협조적으로 나오고 있다. EMR업체에도 많은 비용을 요구해 업체들도 난감해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사실상 시스템 구축이 더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실손 간소화에 참여 중인 병원들의 경우 대부분 자체 EMR시스템이 구축돼 있는 곳들로 알려졌다. 반면 미참여 병원은 민간업체가 운영하는 EMR 시스템을 사용 중이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무작정 중소형 병원들에게 기존 EMR업체와의 계약을 깨고 새 시스템을 구축하라고 하는 것은 무리다"라며 "정부가 중소형 병원들에게 더 많은 비용 지원 등 혜택을 줘야 이들이 실손 간소화 제도 안으로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실손 간소화가 뭐죠?"...낮은 관심도도 문제
중소병원이나 약국 등은 실손 간소화 제도에 대해 '굳이 참여해야 하나'라는 반응이다. 이 제도가 자신들의 수익성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아서다. 서울의 한 중소병원 원장은 "주변 중소병원들도 그렇고 실손 간소화에 대해 큰 관심이 없다"며 "이 제도가 지난해 10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것을 모르는 원장들도 많은데 갑자기 정부가 EMR시스템을 구축하라고 하니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보험소비자들의 실손 간소화 인식도도 낮은 상황이다. 실손24앱의 최근 가입자는 약 170만~180만명 수준으로 알려졌다. 국내 실손보험 가입자가 4000만명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낮은 수치다. 대부분의 보험소비자들 역시 실손 간소화가 무엇인지, 실손 간소화가 언제부터 시행되고 있는지 크게 관심이 없는 상황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재명 정부에서 상대적으로 보험산업에 대한 관심도는 낮은 편"이라며 "실손 간소화가 여러 사회적인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대대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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