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오락가락 트럼프發 관세부과...K제약·바이오 美 거점 확보 분주
- 트럼프 “美 생산 시설 없는 제약사에 100% 관세”
재고·현지 생산 확보 잰걸음…“큰 영향 없을 것”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수입산 의약품에 대해 관세 100% 부과를 예고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졌다. 다만 미국 내 생산시설을 갖추거나 건설 중인 기업은 관세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미리 미국 현지 생산 거점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월 25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트루스 소셜을 통해 “미국에 의약품 공장을 짓지 않으면 10월 1일부터 모든 브랜드의약품과 특허의약품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월 수입 의약품에 1년 6개월 유예 후 2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지 석 달 만에 이를 번복한 것이라 또 한 번의 긴장감을 불러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여전히 오락가락하는 모습이다. 관세 부과가 예고된 이후로 구체적인 시행 방안이 나오지 않은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가 ‘약가 인하’를 목적으로 다국적 제약회사와 협상하는 데 집중하며 10월 관세 부과는 잠정 연기됐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는 미국 내 약가가 떨어지면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결국 비용을 그만큼 줄여야 하는 과제가 생기 는 만큼, 국내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에 가격 압박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0월 8일(현지시간)에는 트럼프 행정부가 의약품 관세에서 제네릭 의약품은 제외할 계획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수입산 의약품에 대한 관세 부과가 또 한 번 연기되고 의약품 관세에서 제네릭 의약품이 제외된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언제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또 번복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미국은 한국의 의약품 수출국 1위 국가로, 미국에서 고관세가 붙게 되면 한국의 의약품 수출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 한국의 지난해 대미 의약품 수출액은 약 14억9000만달러(약 2조원)에 달한다. 특히 유럽, 일본과 같이 미국과 상호관세 합의가 최종 타결된 국가는 최혜국 대우(MFN) 원칙에 따라 의약품 수출에 15%의 관세만 적용되지만, 한국은 합의가 되지 않아 100%의 관세를 그대로 떠안게 되면 불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추후 의약품 관세 부과에 대한 세부 내용이 공개되면 국내외 시장이 어떻게 변화할지 모르기에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도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 모습이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글로벌 빅파마(대형 제약사)들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할 수밖에 없다”며 “관세 부과가 잠정 연기됐다고 하나 국내 기업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박혜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정부의 궁극적 목표는 의약품 관세를 통해 생산기지의 리쇼어링(해외 공장의 미국 복귀)을 유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내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SK바이오팜 등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미 미국 내 생산시설 확대와 투자 등을 선언하며 선제 대응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생산시설 확대·현지 투자 “다양한 방안 검토" 실제 국내 기업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움직임에 예의 주시하며 관세 리스크 해소를 위해 현지화 전략에 힘쓰고 있다.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를 수출하는 셀트리온은 미국 현지 공장 인수를 결정하고, 관세 대응을 본격화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 9월 23일 약 4600억원에 일라이 릴리와 미국 뉴저지주 브랜치버그 소재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장 인수계약을 체결했다.
셀트리온은 관세 대응을 위해 선제적으로 조치한 2년 치 재고의 미국 이전, 현지 위탁생산(CMO) 기업 계약 확대 등 중단기 전략에 이어 현지 생산 공장 확보라는 근본적 해결책까지 모두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최근 온라인간담회를 통해 “주력 시장인 미국에서 관세를 피하는 방법은 미국 생산밖에없다고 판단했다”며 “현지 투자를 하면 관세는 이슈가 안 될 것으로 봤고 이제 셀트리온은 관세 우려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밝혔다.
미국 매출 비중이 높은 SK바이오팜은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미국명 엑스코프리) 생산기술 이전과 현지 재고 물량 확보 등 사전에 관세 대응 전략을 수립하고 착수했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SK바이오팜은 이번과 같은 불확실성에 대비해 이미 현지 공장의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 등 미국 내 생산을 준비해 왔다”며 “기존 확보 재고와 함께 미국 내 생산을 착수해 이번 발표 내용에 따른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국내 주요 CDMO 업체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아직 미국 내 생산 거점을 마련하지 못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 공장 신설과 인수합병 등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아직 공식화된 건 없다. 일반적으로 의약품 소유권을 가진 고객사가 관세를 납부하는 구조이지만 향후 계약 수주를 위해 관세 부담을 고객사와 나눠야 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미국 정부의 발표 내용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으며, 내부적으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미국 뉴욕주 시러큐스에 공장을 보유해 관세 영향을 받지 않는 만큼 현지 시장 내에서의 수주를 적극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앞서 2023년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MS)으로부터 시러큐스 의약품 생산 공장을 인수하며 바이오 산업에 진출했다. 이후 약 1억달러(약 1420억원)를 투자해 항체·약물 접합체(ADC) 생산 시설을 구축, 올해 4월 아시아 소재 바이오 기업으로부터의 수주와 함께 글로벌 CDMO 기업으로서 도약에 나섰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최근 시러큐스의 롯데바이오로직스 공장을 찾아 “시러큐스 바이오 캠퍼스는 그룹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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