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게으른 투자자 주목…TDF만 알아도 은퇴가 달라진다”[이병희의 연금술사]
- 은퇴 시점 다가올수록 ‘자동으로 주식↓ 채권↑
‘세금 혜택 + 장기 복리 + 자동 조정’ 3박자 갖춘 연금 포트폴리오
“원금 손실 가능성, 모든 사람에 만능 투자법은 아냐”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연금은 노후의 안전벨트 역할을 한다. 중요한 것은 그 벨트를 언제 매야 하고 얼마나 조여야 하는지다. 매달 적립식 펀드에 돈을 넣으면서도 주식시장이 출렁이면 돈을 빼야 할지 불안해하는 사람이 많다. 초보 투자자일수록, 단기 투자자일수록 그럴 확률이 높다. 안정성을 중시해 주식이나 펀드보다 예금을 더 선호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개발된 투자 가운데 TDF(Target Date Fund, 타깃데이트펀드)가 있다. ‘은퇴 시점’(Target Date)을 기준으로 투자 전략 전체를 설계해주는 연금용 자동운용 펀드다. 아예 상품 이름에 은퇴 시점을 넣는다. 예를 들어 ‘TDF 2045’는 2045년쯤 은퇴를 목표로 설계한 펀드다. 핵심은 은퇴 시점, 즉 2045년까지 남은 기간이 길수록 주식 비중을 높게 유지하고, 은퇴 시점이 다가올수록 채권 비중을 늘린다는 것이다. 자동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준다.
단순히 비율만 조정하는 게 아니다. TDF 운용사들은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전 세계 자산을 분산해 운용한다. 예를 들어 미국의 뱅가드(Vanguard) TDF는 은퇴 20년 전까지는 주식 80%를 유지하다가, 이후 점진적으로 30%까지 줄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자산운용사들도 비슷한 구조로 운용한다. ‘시간’을 자산으로 바꿔가는 셈이다.
이런 구조를 ‘글라이드 패스’(Glide Path)라고 한다. 글라이드 패스란 비행기가 활주로에 착륙하기 위해 천천히 고도를 낮추는 경로를 뜻하는 항공 용어다. 은퇴 시점이 다가올수록 위험성이 큰 투자를 줄여나가는 TDF 방식이 이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TDF가 이런 투자 전략을 짜는 이유는 안정적인 노후에 방점을 찍기 때문이다.
청년들은 일할 기회가 많고, 손실을 봐도 노동력으로 수입을 벌어들일 수 있다. 그래서 위험성이 큰 주식에도 자신이 보유한 자산의 많은 비중을 투자할 수 있다. 수익이 많이 나면 더 좋고, 손실을 봐도 이를 메울 시간이 있다. 하지만 은퇴를 목전에 둔 고령자의 경우 큰 손실을 보면 만회하기 어렵다. 주식보다는 안정적인 채권에 투자하고 가급적 원금을 지키는 전략에 힘을 쏟는 것이 유리하다.
해당 상품은 투자자가 공포에 흔들려 손실을 보고 매각하는 타이밍 매매를 하지 않게 막아준다. 기계적인 자산 이동을 통해 투자자의 심리적 실수를 대체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TDF는 연금계좌(IRP·퇴직연금·연금저축)에 담을 수 있기 때문에 세액공제 혜택도 볼 수 있다. 절세와 분산투자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TDF가 모든 사람에게 만능 상품은 아니다. 은퇴 시점이 같더라도 자산 규모나 연금 외 수입, 위험선호도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주식 비중이 너무 보수적으로 설정된 TDF는 은퇴 후 아무리 주식시장이 좋은 상황에서도 일정 비중 이상 투자하지 않기 때문에 수익 기회를 놓칠 수 있다. 그래서 ‘타깃연도’만 보고 가입하기보다, 주식 비중이 언제 얼마나 줄어드는지 꼭 확인해야 한다.
운용보수도 무시할 수 없다. 국내 TDF의 연평균 보수는 0.6~0.8% 수준으로 일반적인 ETF보다 높다. 일정 수준 이상 수익이 나지 않으면 투자자는 운용사 좋은 일만 시켜줄 수 있다는 뜻이다. 주식 등 위험자산에 투자하기 때문에 원금 손실 우려도 있다. TDF가 무조건 돈을 벌어다 준다는 환상은 버려야 한다. TDF는 투자자가 조금 더 게으른 투자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상품이지, 투자에 무관심한 사람에게 행운을 가져다주는 마법의 램프가 아니다. ‘어떤 속도로 내 인생의 착륙을 준비할 것인가’ 하는 고민은 투자자의 숙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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