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우승민 기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아랍에미리트(UAE) 왕세자와 대표단이 한국의 볶음김치 맛에 반해 귀국 전 대량 포장까지 요청한 일화가 알려져 화제를 모으고 있다.

4일 연합뉴스는 2025년 경주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를 위해 방한한 외국 정상급 인사들이 머물렀던 부산 특급호텔들의 숨은 뒷이야기가 전해졌다.

부족한 숙박 인프라를 보완하기 위해 부산 주요 호텔들이 총력 지원에 나서며, 정상 외교의 '숨은 조력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가장 화제를 모은 곳은 부산 아난티 코브였다. 초청국 자격으로 경주 APEC 회의에 참석한 UAE 칼리드 아부다비 왕세자는 이곳의 프레지덴셜 스위트(460평, 1540㎡) 에 머물렀다. 이 객실은 국내 최대 규모로 알려져 있다.

호텔 측은 왕세자 일행의 투숙을 위해 할랄 식단 기준 점검, 위생 테스트, 9회 시뮬레이션, 10회 시설 점검을 진행하는 등 치밀한 준비를 거쳤다.

특히 왕세자와 대표단이 한식 메뉴 중 볶음김치를 가장 즐겨 찾았으며, 귀국길에 이를 본국으로 가져가고 싶다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호텔 측은 볶음김치를 대량 진공 포장해 선물용으로 전달했다.

한 관계자는 "대표단이 '비밀 재료가 뭐냐'고 묻자 직원이 '정성(a lot of heart)'이라고 답했다"며 "직원 모두가 국가 간 외교에 기여한다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전했다.

이번 행사 기간 동안 부산 지역 호텔들은 경주의 숙박난 해소를 위해 사실상 '백업 숙소' 역할을 수행했다.

시그니엘 부산에는 필리핀 대표단이, 파크하얏트 부산에는 브루나이 대표단이 투숙했다.

특히 파크하얏트는 브루나이 국왕과 왕자, 외교장관 일행을 위해 호텔 23~29층 전체를 전용 구역으로 운영하고, 일부 식사는 부산에서 경주까지 직접 배송하는 등 세밀한 서비스를 제공했다.

한 호텔 관계자는 "정상 객실의 온도, 욕실 수온, 수압 등을 특정 수치로 맞춰달라는 요청이 많았다"며 "일부 대표단은 본국에서 전용 침대, 식기, 가전제품을 공수해 오기도 했다"고 전했다.

아난티 관계자는 "이번 행사 지원 인력 600명 중 약 80%가 부·울·경 지역 인력으로 구성됐다"며 "식자재, 식기, 장비 등을 모두 부산에서 경주로 수송했다"고 밝혔다.

또한 "2005년 APEC, 2019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경험을 살려 이번 행사를 지원했다"고 덧붙였다.

국제 외교무대의 이면에서, 호텔리어들의 세심한 준비와 헌신이 다시 한번 빛을 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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