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가 글로벌 차세대 경제 리더, 청소년 기자단 영 저널리스트와 함께합니다. 영 저널리스트 기자단은 프리미엄 경제지 이코노미스트, 논술 전문 기관 Ni 에듀케이션과 함께 주요 시사 이슈를 팔로우업하고 직접 기획, 취재, 기사 작성 활동을 하며 사회적 문제를 고심하고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과정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번 기사는 영 저널리스트 기자단이 현 사회현상에 대해 학생들 시선에서 ‘왜’라는 질문을 갖고 직접 취재해 작성한 기획기사입니다. 영 저널리스트 기자단의 기획기사는 영문과 국문, 두 형태로 게재합니다.
[이호준 영 저널리스트] #2023년 11월, 제주 구좌읍 앞바다에서 입과 꼬리에 낚싯줄이 얽혀있는 새끼 남방큰돌고래가 발견됐다. 발견된 지역 이름을 따 ‘종달이’라 이름이 붙여진 이 새끼돌고래는 여러 차례 구조 작전에도 불구하고 끝내 구조되지 못했다. 긴급 구조단의 노력으로 종달이의 꼬리에 길게 늘여져 있던 낚싯줄을 끊어내는데 한 차례 성공하기도 했지만, 입 주변에 걸린 낚시바늘과 꼬리 지느러미에 얽혀있던 낚싯줄은 끝내 제거하지 못했다. 날이 갈수록 낚싯줄은 종달이의 몸에 깊숙이 파고들었고, 구조작전은 번번이 실패했다. 종달이는 1년 넘게 고통 속에서 살아가다 결국 올해 5월 이후 자취를 감췄고, 현재 폐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종달이의 죽음은 누구의 탓일까? 만약 종달이가 누군가에게 자신의 죽음에 대해 책임을 묻는다면, 가해자는 누구일까? 그는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
낚싯줄에 얽혀 폐사한 종달이… 법적지위가 있었다면? 지난 해 12월, 제주 바다의 상징이라 불리는 남방큰돌고래를 보호하기 위한 법안이 발의됐다. 더불어 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국회에 대표 발의한 ‘제주특별법 개정안’은 국제적 멸종위기인 남방큰돌고래를 법적 권리와 의무의 주체로 인정하는 법안으로, 멸종위기 해양 포유류를 전담으로 관리하는 기관을 법적으로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국내 최초의 시도다. 전문가들은 이를 단순한 동물 보호가 아닌 해양 생태계 보전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보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제주 해역에서 잇따라 보고된 돌고래 폐사 사건은 이 법안의 필요성을 더욱 절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제주남방큰돌고래는 현재 한국 해역에 상주하는 유일한 돌고래 무리로, 약 120여 마리만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멸종위기야생생물 1급인 동시에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되어 있지만 여전히 해양 쓰레기, 선박 충돌, 불법 포획 등의 위협 속에서 생존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발의된 생태법인 법안은 이러한 문제를 체계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생태법인’은 기업에 법인격을 주듯, 생태적 가치가 있는 자연환경이나 동식물에 법적 지위를 부여해 보호하는 제도다. 생태법인으로 지정되면 동물, 식물 등은 법적 권리를 갖게 된다. 서식지와 생태계 보전·보호 요구권, 환경 침해로 인한 피해에 대한 구제 요청권, 복원 및 보존을 위한 조치 요구권, 개발 제한 요구권 등의 권리를 부여받게 되는 것이다.
오랑우탄, 거북이 등 해외에서는 이미 생태법인 제도 시행중 국내에는 아직 생태법인을 인정한 사례가 없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유사한 제도가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2014년, 아르헨티나에서는 동물원에 갇힌 오랑우탄 ‘산드라’를 ‘비안간 인격체’로 인정하는 판결이 내려졌다. 뉴질랜드의 환가누이 강, 스페인의 마느 메노르 석호, 파나마의 바다 거북이 역시 법적 지위를 인정받았다.
멸종위기동물을 보호하고 생태적 가치를 보존하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방법임에도 불구하고, ‘생태법인’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생태법인 제도화’를 추진하고 있는 제주도청 해양수산과 강승오 과장은 “법안에 반대하는 분들은 대부분 어업인으로 돌고래가 생태법인으로 지정되게 되면 각종 어로행위에 제약이 있을 것을 우려하여 반대하고 있다”며 어민들의 반대 이유를 설명했다. 그렇다면 어민들의 우려대로 생태법인으로 인해 어민들의 피해가 발생할까? 강 과장은 “그럴 가능성은 적다”며 “법안에서는 어로행위 자체를 제한하지 않고 있으며 생태법인 지정으로 경제적 피해를 입는 경우 이에 따른 적정한 보상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음에 따라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이해를 구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생태법인’ 자체를 법적으로 인정하지 못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마디로 ‘어떻게 동물에게 법인격을 부여할 수 있냐’는 이의 제기다. 이에 대해 생태법인 제도화 논의를 처음 제안하고 이끌고 있는 진희종 제주평생교육장학진흥원장에게 의견을 물었다. 진 원장은 “생태법인 제도는 기존의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지배와 복종의 관계에서 배려와 상생의 관점으로 대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인간 중심의 세계관에서 벗어나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의식을 갖게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돌고래의 감소는 단순히 한 종의 문제가 아니라 제주 해양 생태계 전체의 균형이 무너지고 있음을 경고한다. 지금이야말로 남방큰돌고래에게 법인격을 부여해 무너져가는 제주 해양 생태계를 살려야 할 때”라며 생태법인 도입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제주 바다의 미래를 위한 중요한 순간 현재 생태법인 제도화를 포함한 특별법 개정안은 행안위 전체 회의에 보고되어 법안심사 소위에서 심사 중에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제주도에 생태법인이 설립되고 관련 예산이 배정될 예정이다. 생태법인으로 인해 돌고래 개체군 회복뿐 아니라 지속가능한 해양 생태계 구축과 제주 관광 자원의 강화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사회적 합의 형성과 안정적인 재정 확보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제주남방큰돌고래 보호는 단순한 동물 복지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해양 생태계의 건강성과 지역 공동체의 지속가능성, 그리고 우리가 미래 세대에게 어떤 바다를 물려줄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만약 종달이가 생태법인의 보호 아래 있었다면, 어쩌면 우리는 지금도 제주 앞바다에서 그가 자유롭게 헤엄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이제 종달이의 비극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법과 사회의 노력이 함께 나아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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