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장원재·김종민號 메리츠증권, PF 의존 탈피 시험대…성장동력 다변화는 '과제'
- [금융 CEO열전 14]② 장원재·김종민 메리츠증권 각자대표
부동산 둔화 속 기존 고수익 모델 한계 부각
DCM·ECM 강화와 기업금융본부 신설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메리츠증권이 각자대표 체제 아래에서 리테일과 투자은행(IB)을 양축으로 한 성장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사업 구조 다변화라는 과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리테일·세일즈앤트레이딩(S&T)·디지털 전략은 장원재 대표가, 기업금융(IB)과 관리 부문은 김종민 대표가 각각 전담하는 분업 구조가 자리 잡았지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대체투자 비중이 높은 기존 사업 구조가 중장기 리스크로 지목되고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메리츠증권의 최근 행보를 두고 “각자대표 체제가 실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한 것은 분명하지만, 다음 단계는 구조적 전환”이라는 평가를 내놓는다. 그동안 고수익 중심의 투자 전략으로 차별화된 성과를 만들어왔던 만큼, 시장 환경 변화에 대한 민감도 역시 상대적으로 높았다는 지적이 뒤따른
다. 특히 금리와 부동산 경기 사이클에 영향을 크게 받는 PF·대체투자 중심 구조는 시장이 우호적일 때는 강점으로 작용했지만, 환경이 바뀌자 취약성도 동시에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문제 인식은 부동산 시장 환경 변화와 맞물려 더욱 뚜렷해졌다. 2022년 이후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며 부동산 PF 시장이 둔화 국면에 접어들자 IB 부문 수수료 수익 역시 영향을 받았다. 부동산 경기 회복이 단기간에 이뤄지기 어렵다는 전망이 확산하면서, PF와 대체투자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지 않으면 실적 변동성이 반복될 수 있다는 내부 판단이 강화됐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메리츠증권은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 등 전통 기업금융 중심의 IB 강화에 나섰다. 부동산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수익원을 다변화하고, 시장 사이클 변화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단기 실적 방어를 넘어 중장기 체질 개선을 염두에 둔
선택”으로 해석한다.
전통 기업금융 강화로 포트폴리오 재편
이 같은 전략의 연장선에서 메리츠증권은 올해 초 기업금융본부를 신설했다. 조직 개편과 함께 기업공개(IPO) 주관을 염두에 둔 상품 준비와 공모 관련 시스템 구축도 병행하고 있다. 수요예측과 공모주 청약, 배정 관리 등을 위한 내부 시스템 개발 역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현재 속도라면 거래소 심사 승인 이전에 주요 시스템 구축 작업이 상당 부분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단순히 일부 딜을 늘리는 차원이 아니라, ECM·DCM 전반에서 주관 역량을 갖추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으로 평가된다.리테일과 자산관리(WM) 부문 역시 구조 전환의 한 축으로 꼽힌다.
각자대표 체제 이후 메리츠증권은 디지털 중심 전략을 통해 개인투자자 기반을 빠르게 확대했다. 국내 주식 거래 수수료를 전면 무료화한 ‘Super365 계좌’ 출시 이후 계좌 수와 디지털 관리 자산이 크게 늘며 외형 성장 측면에서는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 리테일 부문이 비용 중심 사업에서 벗어나 실적에 기여하는 축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업계 시각은 여전히 신중하다. 대형 증권사들이 방대한 고객 자산과 안정적인 WM 수익 구조를 이미 구축한 상황에서 메리츠증권의 리테일 성장이 중장기 수익원으로 안착할 수 있을지는 아직 시험대에 있다는 것이다. 계좌 수와 관리 자산 확대 이후, 이를 장기 고객 자산과 WM 수익으로 연결하는 단계가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IB 부문 역시 마찬가지다. ECM·DCM 확대를 통해 포트폴리오 균형을 강화하고 있지만, PF 비중을 얼마나 실질적으로 낮출 수 있을지는 아직 진행형이라는 평가가 많다. 고수익 딜에 대한 유인이 여전히 존재하는 만큼, 시장 환경 변화 시 다시 부동산·대체투자 쪽으로 쏠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IB 부문의 과제는 수익성과 안정성 사이의 균형을 얼마나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느냐다. 각자대표 체제의 역할 분담은 이러한 구조 전환 과정에서 오히려 시험대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 장 대표는 빠르게 늘어난 개인투자자 기반을 장기 자산과 안정적인 수익으로 전환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김 대표는 고수익 IB 체질을 유지하면서도 금리·부동산 사이클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야 하는 것이 부담이다. 분업 체제가 성과를 내기 시작한 이후, 이제는 그 성과를 지속 가능한 구조로 고정시키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메리츠증권의 향후 과제를 “고수익 체질을 유지하면서도 사업 구조를 얼마나 다변화할 수 있느냐”로 요약한다. PF·대체투자 의존도를 완화하는 동시에, 리테일·전통 기업금융·운용 부문이 각각 독립적인 수익 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메리츠증권은 그동안 수익성에서 분명한 강점을 보여왔지만, 시장 환경이 바뀐 만큼 다음 단계는 구조의 문제”라며 “각자대표 체제가 만들어낸 성과를 바탕으로 PF 이후의 성장 경로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제시할 수 있을지가 향후 평가의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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