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점점 더 비싸지는 커피...이대로 괜찮을까 [심재범의 커피이야기]
- 2026년 커피 산업 트렌드 예측
가격 대비 가치 명확히 제시해야
[심재범 커피칼럼니스트] 2025년 커피 산업은 역대 최고 수준의 가격과 함께 커피 가격의 구조적 질문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오랫동안 일상적인 소비재로 여겨졌던 커피 산업은 과연 지금의 가격과 구조를 유지한 채 지속 가능할까. 2026년 커피 산업은 더 비싸지는 문제를 넘어 어떤 방식으로 존재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직면해 있다. 이번에는 새해를 맞이해서 커피 산업의 새로운 변화의 트렌드를 살펴보자.
커피 가격 상승과 시장의 양극화
2025년 상반기 국제 커피 생두 가격은 파운드당 440센트(약 6300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연중 고점을 유지했다. 이번 가격 상승의 배경은 단순한 수급 불균형이 아니다. ▲기후 변화로 인한 브라질과 베트남의 생산 변동성 ▲우크라이나 전쟁을 포함한 지정학적 리스크 ▲환율 불안 ▲원자재 시장으로 유입된 투기 자본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다.
더 중요한 변화는 인식의 전환이다. 이 같은 고가 구조는 더 이상 일시적 현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장기 선물 거래를 통해 가격 리스크를 관리해 온 대형 커피 체인조차 원가 압박을 체감하고 있다. 커피는 가격 안정성을 전제로 한 일상 소비재에서 벗어나 지속적인 고가를 전제로 소비되는 준(準)사치재로 이동하고 있다. 가격은 더 이상 변수가 아니라 시장이 받아들여야 할 기본값이 됐다.
저가는 비싸지는 법을 배우고, 스페셜티는 효율을 고민한다. 커피 가격 상승은 시장의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는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초저가 프랜차이즈는 더 이상 1500~2000원대 커피만으로 수익 구조를 유지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프리미엄 메뉴 ▲시즌 한정 제품 ▲디저트 결합 상품 등을 통해 객단가를 끌어올리는 전략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저가 브랜드가 가격 경쟁 대신 구성과 경험을 통해 수익 구조를 재설계하는 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반대로 스페셜티 커피 산업은 고급화 경쟁에서 한발 물러나 효율화를 선택하고 있다. ▲키오스크 도입 ▲좌석 최소화 ▲작업 동선 단순화 ▲자동화 설비 활용은 예외적인 선택이 아니라 새로운 운영 기준이 되고 있다. 송파구의 포른커피나 서초구의 일커피 등처럼 최소 인력과 설비로 품질을 유지하는 카페가 등장하면서 4000~6000원 수준의 중간 가격대 시장이 빠르게 형성되고 있다. 이는 고급과 저가의 중간 지대가 아니라 새로운 주류 시장의 탄생에 가깝다.
커피의 역할이 달라진다
커피의 역할 역시 변하고 있다. 각성을 위한 음료에서 컨디션을 관리하는 음료로 이동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 디카페인 커피가 있다. 수요 증가에 따라 제도 역시 정비되고 있다. 2025년 하반기부터 국내 디카페인 표시 기준은 ‘카페인 90% 제거’라는 모호한 표현을 넘어 원두 기준 잔류 카페인 0.1% 이하로 명확해졌다.
규제 강화는 소비자 신뢰를 높이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동시에 소상공인과 소규모 로스터에게는 비용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내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카페인 커피는 일시적 유행을 넘어 표준과 관리가 필요한 독립된 산업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는 커피 소비가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생활 관리의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이다.
자동화 기술의 확산은 인건비 상승의 딜레마를 낳았다. 2026년 커피 산업에서 자동화는 기술 혁신의 결과라기보다 비용 구조의 산물에 가깝다. 지난 10년간 최저임금은 약 60% 상승했지만, 커피 가격 인상률은 15% 내외에 그쳤다. 이 격차는 인건비 절감을 위한 자동화를 가속하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커피 산업은 전자동 머신 도입을 통해 인력 의존도를 빠르게 낮추고 있으며, 스페셜티 커피 산업 역시 장기적으로 이 흐름을 피하기 어렵다. 로스팅과 추출 같은 전문 영역에서도 데이터 기반 자동화가 확산하고 있다. 자동화는 숙련도를 대체하기 위한 선택이 아니라 인력 부족과 비용 상승에 대응하기 위한 산업의 현실적인 타협이다.
스페셜티 커피 산업에서는 음식과의 페어링이 새로운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협업이나 이벤트성 기획이 아니다. 커피를 '음료'가 아닌 '미식 요소'로 재정의함으로써 단가와 경험의 한계를 동시에 확장하려는 전략이다.
와인 중심의 페어링 문화가 접근성과 비용 측면에서 한계를 드러내는 가운데, 다양한 향미 스펙트럼을 지닌 커피는 더욱 유연한 대안으로 기능한다. 프릳츠 커피와 밍글스의 협업, 연희동의 블루레시피가 바리스타 챔피언 김사홍 바리스타와 함께 진행한 사례는 커피가 미식 산업 안에서 독립적인 가치를 획득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 단순한 소비 시장을 넘어 커피의 활용 방식을 실험하는 플랫폼으로 작동하고 있다.
2026년 커피 산업은 새로운 질서로 재편된다. 가격 상승은 구조적으로 굳어지고 저가와 스페셜티는 중간 시장에서 재조합된다. 디카페인은 건강 트렌드를 넘어 규제와 표준의 산업으로 성장하고, 자동화는 비용 구조의 필연적 결과로 확산한다.
한국 시장에 야심 차게 진입한 해외 브랜드들은 기대만큼 빠른 성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결국 이후의 커피 시장에서 살아남는 브랜드는 명확하다. 가장 싼 커피도, 가장 비싼 커피도 아니다. 자신의 가격을 설명할 수 있는 커피다. 결과적으로 가격 대비 가치를 명확히 제시할 수 있는 브랜드만이 2026년 이후의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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