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제약업계, 탈모치료제 급여화 검토 '기대 반 우려 반'
- [탈모 치료, 건보시대 오나] ③
“재정도 약가도 부담”…조건부 신중론
“전면 급여보다 선별 적용”…단계적 접근 촉구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탈모치료제의 건강보험 적용 가능성이 수면 위로 떠오르자, 의료계와 제약업계가 동시에 술렁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16일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와 비만치료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급여화) 검토를 지시하면서다. 발언 직후 탈모치료제 관련 제약·바이오 종목 주가가 급등하는 등 시장은 즉각 반응했지만, 정작 업계 내부에서는 기대와 함께 우려의 목소리가 교차하는 분위기다.
탈모치료는 그간 '미용 목적'으로 분류돼 건강보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탈모를 질환으로 인식하는 사회적 공감대가 확산하고 환자 수가 빠르게 늘면서 제도권 편입 논의가 다시 불붙고 있다. 대한 탈모 치료학회에 따르면 국내 탈모 인구는 약 1000만명으로, 국민 5명 중 1명이 탈모를 겪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정책 검토가 현실화할 때 영향 범위가 광범위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건보 적용 시, 건강보험 재정 확대 우려
의료계와 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지점은 건강보험 재정이다. 현재 자가면역질환인 원형 탈모나 지루 피부염으로 인한 병적 탈모에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만, 유전성 탈모와 노화로 인한 탈모는 비급여로 분류돼 있다. 복지부는 유전성 탈모까지 급여 대상에 포함될 경우 재정 부담이 급격히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이미 건보가 적용되는 원형 탈모, 흉터 탈모 등 질환성 탈모 환자 수만 해도 2024년 기준 약 24만명에 달한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역시 재정 부담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정 장관은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서 “현재 질환으로 인해 생기는 원형 탈모 등의 치료는 건보가 적용되지만, 유전적 요인에 의한 탈모는 적용되지 않는다”라며 “유전적 탈모에 건보가 적용되면 재정에 상당한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전성 탈모 환자가 질환성 탈모보다 훨씬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재정 충격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다.
문제는 건강보험 재정 여건이 이미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복지부가 발표한 제2차 건강보험 종합계획에 따르면 건강보험 재정은 2025년 흑자에서 2026년 적자로 전환된 뒤, 2028년에는 적자 폭이 1조5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탈모는 유병률이 높고 완치가 어려워 장기·반복 처방이 전제되는 질환이다. 급여 대상으로 포함될 경우 약값뿐 아니라 진단·추적 진료 등 연관 비용까지 함께 늘어나 구조적으로 재정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의료계와 복지부를 중심으로 재정 부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관리 가능성을 언급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인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탈모치료제 급여화 시 건강보험 재정으로 연간 1100억~1200억원 수준의 지출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다만 박 의원은 의료 효과가 없는 것으로 알려진 치료에 투입된 건강보험 재정이 누적 2300억원에 달하는 점을 언급하며, 재정 구조 조정을 통해 탈모 치료 급여화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건보 재정은 정기적인 평가를 통해 조정되는 만큼 불필요한 지출을 줄일 여지도 있다”라며 “중증 환자 보장성 확대와 함께 새로운 영역을 검토하는 것도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중증질환 보장성 우선 원칙…의료계 ‘신중론’
의료계 일각에서는 생명과 직결되지 않는 영역에 대규모 보험 재정을 우선 투입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대한의사협회는 “암 등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가 우선돼야 한다”라며 탈모 급여화에 신중한 견해를 밝혔다.탈모치료의 질환 정의와 급여 기준 설정 역시 난제다. 탈모는 노화의 자연스러운 과정인 경우도 많아, 어디까지를 질병으로 보고 급여를 적용할지 경계가 모호하다.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의료 이용이 급증해 재정 누수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해외 주요국 역시 이러한 이유로 탈모치료제 급여화에 보수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영국·프랑스·독일·일본 등 주요국 공적 건강보험 제도에서는 남성형 탈모치료제를 일반 급여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일부 국가에서만 의료용 가발 등 보조 수단을 제한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제약업계의 반응은 더 복합적이다. 급여화가 이뤄질 경우 환자 접근성이 좋아져 시장 규모는 커질 수 있지만, 수익성 측면에서는 부담이 크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건강보험 급여 등재는 곧 약가 인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탈모치료제는 비급여 시장에서 일정 수준의 가격을 유지하며 안정적인 매출을 내고 있다”라며 “급여화 이후 약가가 대폭 인하되면 사용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전체 수익성은 오히려 악화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오리지널 의약품뿐 아니라 제네릭(복제약) 제품을 다수 보유한 국내 제약사들은 가격 인하 압박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미 경쟁이 치열한 탈모치료제 시장에서 급여 등재 이후 저가 경쟁이 심화할 경우, 연구·개발(R&D) 투자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탈모치료제 급여화 논의는 비만치료제와 맞물리며 건강보험 제도의 역할과 방향성에 대한 논쟁으로 확장되고 있다. 두 영역 모두 환자 수가 많고 치료 기간이 길어 재정 소요가 크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전면 급여화보다는 단계적·제한적 적용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거론된다. 중증 탈모나 항암 치료 후 탈모 등 의학적 필요성이 높은 영역부터 선별적으로 적용하는 방식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탈모 치료가 질환 관리 차원에서 제도권으로 들어오는 흐름 자체는 거스를 수 없다”라면서도 “급여화의 속도와 방식에 따라 시장과 재정,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전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중티’ 나는 남자와 ‘팩폭’ 날리는 여자, 시트콤보다 더 시트콤 같은 ‘여단오’ [김지혜의 ★튜브]](https://image.isplus.com/data/isp/image/2026/01/11/isp20260111000031.400.0.jpg)
![면봉 개수 → 오겜2 참가자 세기.. 최도전, 정직해서 재밌다 [김지혜의 ★튜브]](https://image.isplus.com/data/isp/image/2025/12/21/isp20251221000019.400.0.jpg)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경찰 "강선우 출국금지, 김병기 철저 수사…늑장수사 아냐"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박나래 前 매니저, 통화 내용 반박… “5억 요구는 허위, 박나래 감정적 호소로 회유” [종합]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대포폰 유통 공범 알뜰폰업체 잡았는데…제도허점 탓 처벌 난항[only 이데일리]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사모펀드가 '1000원 커피'를 사는 이유[위클리IB]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올해 주목되는 글로벌 바이오시장 키워드 '신경질환·항암·비만'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