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2위의 몰락…홈플러스 사태 키운 낡은 규제 [대형마트 규제 14년, 탈규제 목소리 거세다]②
- 대형마트, 규제 영향 성장 정체…이커머스 반사이익
과거와 달라진 시장 흐름…규제 완화 오히려 긍정적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대형마트 규제가 완화됐다면 홈플러스가 지금과 같은 상황에 놓이지는 않았을 수 있다” “대형마트 규제가 해제됐더라면 홈플러스를 인수하겠다는 곳이 등장했을 수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홈플러스 사태의 원인 중 하나로 ‘낡은 규제’를 꼽는다. 대형마트는 유통산업발전법(이하 유통산업법)이라는 규제에 발이 묶였다. 2012년 법 개정 이후 이듬해(2013년) 추가 개정을 통해 한 단계 더 강화된 유통산업법은 영업시간(오전 0시~오전 10시) 제한과 월 2회 의무 휴업 등이 핵심이다.
기울어진 운동장…홈플러스 사태 키웠다
1990년대 후반 유통 시장 개방 후 20여년 간 이어진 대형마트 3강(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체제가 무너졌다. 업계 2위 홈플러스가 지난해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면서다. 주주사인 MBK파트너스는 회생 전 인수합병(M&A)으로 경영 정상화를 실현하고자 했지만 끝내 실패했다. 특히 MBK는 공개입찰을 통해 원매자 찾기에 적극적으로 나섰음에도 관심 기업 ‘0곳’이라는 처참한 결과물을 받아야 했다.
기업 청산을 피하기 위한 홈플러스의 마지막 카드는 대규모 구조조정이다. 향후 6년 내 40여개의 부실 점포를 폐점하고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슈퍼마켓·SSM)도 분리 매각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홈플러스는 3강 구도에서 탈락하게 된다.
물론 홈플러스가 고강도 구조조정을 포함한 회생계획안을 현실화해도 과거와 같은 경쟁력을 이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대형마트 산업 자체가 좋지 않아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올해 대형마트의 성장률이 마이너스 0.9%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온라인과의 경쟁 심화 등이 이유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유통 산업 내 대형마트 매출 비중은 2015년 26.3%에서 지난해(11월 기준) 8.9%로 17.4%포인트(p) 줄었다. 같은 기간 온라인 매출은 30.2%에서 54.1%로 23.9%p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산업법 이후로 대형마트의 경쟁력 약화가 심화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이번 홈플러스 사태 등으로 업계에서는 규제 완화를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부 기업 노조의 경우는 직접 규제 완화를 촉구하는 입장문을 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규제 실효성 의문 지속
그동안 유통산업법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더 이상 대형마트는 전통시장·소상공인의 생존을 위협하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대구광역시다. 앞서 2023년 대구시는 전국 최초(특·광역시 단위 기준)로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을 매월 두 번째, 네 번째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변경한 바 있다.
대구시의 대형마트 규제 완화는 지역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한국유통학회가 대구시의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 변경 효과를 분석한 결과, 의무 휴업일 평일 전환 후 6개월(2023년 2월 12일~7월 31일) 동안 주요 소매업(대형마트·SSM·쇼핑센터 제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9.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음식점과 편의점의 매출은 각각 25.1%, 편의점 23.1% 늘었다. 대형마트 및 SSM의 매출도 6.6% 증가했다.
이후 일부 지방자치단체(지자체)가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의 평일 전환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2024년 서초구가 서울 최초로 평일 전환을 시행했고, 동대문구 등도 순차적으로 규제 완화 움직임을 가져갔다. 서울뿐 아니라 부산 및 일부 경기지역도 대형마트의 의무 휴업일 변경에 나섰다.
지자체의 이런 움직임은 대형마트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명확한 사례다. 소비자들도 이를 원한다. 국회 청원에는 대형마트 규제를 완화해달라는 글이 게재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대형마트 규제 강화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국회는 지난해 11월 본회의에서 유통산업법을 2029년 11월까지 4년 동안 연장하는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규제 완화 추세인 해외 선진국과 상반된 행보다. 대표적인 사례가 인접 국가인 일본이다. 일본 정부는 1973년 ▲대형마트 출점 ▲영업시간 ▲휴업일수 등을 제한하는 ‘대규모소매점포법’을 제정하고 이듬해(1974년) 본격 시행했다. 하지만 업황 악화 및 소비자 불편 등의 이유로 2000년에 들어서며 폐지됐다.
학계에서는 시대적 흐름을 반영한 제도의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형마트 등에 대한 규제를 할 당시에는 시장 지배력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당시의 관점으로 본다면 지금 가장 규제를 받아야 하는 대상은 이커머스다. 이에 대형마트 규제 완화 등의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해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선 그동안의 규제로 인해 재래시장 활성화 등이 실현됐는지 복기를 해볼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의 유통 환경은 어떤지 자세히 한번 살펴봐야 할 필요는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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