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합병 잡음은 ‘기우’…대한항공·아시아나 직원 절반 이상 "통합 준비 완료”
- 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 설문 결과 입수
임직원 57.4%가 합병 긍정적으로 바라봐
최우선 가치는 ‘안전 운항’...82%가 긍정 응답
임직원 불안 관리는 시급한 과제로 꼽혀
취재 도중 전해 들은 취재원의 불만이다. 수화기 너머로 열거한 복지 내용은 사소했다. 그럼에도 대한항공 직원들은 이 ‘사소한 차이’에 상처를 입었다고 한다. 하지만 대화 중 함께 일하는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에 대한 험담은 전혀 없었다. 그간 대한항공이 해줄 수 있었던 복지를 챙겨주지 않았다는 일종의 서운함이 전부였다.
아시아나항공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일부 논란이 된 갈등은 극소수일 뿐 실제 현장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전해왔다. 마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사이 직원들의 사이가 앙숙처럼 나타나는 부분에 마음이 아프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임직원들의 말처럼, 통합 대한항공을 바라보는 시선은 전혀 냉랭하지 않았다.
외부 잡음에도 끈끈한 내부
28일 본지가 입수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 설문’ 결과에 따르면 임직원 57%는 ‘전체 통합 준비도’에 대해 긍정 답변을 내놨다. 종합 평가 수준은 ‘양호’로 분류됐다. 통합을 위한 7개 화학적 결합 영역(▲전략·비전 ▲리더십 ▲제도·프로세스 ▲직원 심리·감정 ▲조직문화·정체성 ▲이해관계자 관리 ▲시너지) 중 다수 영역에서도 40% 이상이 긍정 응답을 보였다.
이번 조사는 글로벌 메가 캐리어 출범을 1년가량 앞두고, 제도·시스템 통합뿐 아니라 임직원이 체감하는 ‘마음의 합치’를 위해 진행됐다. 대한항공은 외부 전문 기관과 협업해 익명성을 보장했고, 총 24회 심층 인터뷰(FGI)를 병행해 결과의 객관성과 깊이를 보강했다. 참여 인원은 1만5930명(대한항공 1만885명·아시아나항공 5045명)으로 응답률은 57.7%로 집계됐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사이 발생한 ‘일부 잡음’과 달리 조사 결과는 ‘절반 이상이 통합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는 쪽에 가까웠다. 아울러 7개 화학적 결합 영역에서 다수 긍정 응답을 보인 것으로 미뤄 봤을 때, 회사 내부적으로는 ‘통합에 대한 기본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마음 돌보기 나서는 대한항공
자체 설문조사 결과, 통합 대한항공에 있어 가장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과제로 지목된 영역은 ‘직원 심리·감정 상태’였다. 통합 과정에서 제도·프로세스가 바뀌는 것은 예정된 순서지만, 현장 구성원이 그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버텨내느냐에 따라 통합의 완성도가 달라진다. 조사 결과가 꼽은 시급 과제 역시 여기에 맞닿아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느끼는 고민의 차이도 존재했다. 대한항공은 새로운 시스템 도입·교육훈련 확대 등 실무 준비 과정에서 오는 ‘통합 피로감’과 변화로 인한 업무 부담 속 ‘기여에 따른 보상 균형’을 요구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정체성 고민과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확실성, 역할 변화·불이익 우려에 따른 심리적 안정감이 있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항공은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소통 프로세스 전반을 강화할 방침이다. 결정 사항뿐 아니라 진행 중인 사안까지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임직원 마음 돌보기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진단 결과를 기반으로 인사 통합 원칙을 단계적으로 공지하고, 양사 교류 확대 등 보완 대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번 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최고 경영층의 강력한 실천 의지를 담아 진정한 화학적 융합을 이룰 수 있도록 보완된 통합 전략을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며 “진정성 있는 소통의 과정을 통해 향후 직원들의 목소리를 어떻게 반영할지에 대한 계획도 안내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무엇보다 항공업의 본질이자 최우선 가치인 ‘안전 운항’에 대해서는 양사 임직원의 일치된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조직의 변화나 통합 여부 관계없이, 항공운수업의 근간인 안전만큼은 절대 타협하지 않겠다는 직원들의 투철한 의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도 구성원들의 불안을 관리하는 것을 중요한 과제로 지목했다. 통합 과정에서 대한항공 구성원의 역차별을 세심히 관리하고,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의 불안감을 해소해 주는 것이 중요한 대목이라는 것이다.
HR(인적자원)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은 전통적으로 복지와 처우에 대한 내부 만족도가 높지 않았고, 아시아나는 상대적으로 복지가 낫다는 평가가 있었다”며 “통합 과정에서 대한항공 구성원들이 역차별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통합을 비용 관점에서 접근할 경우, 복리후생이 상대적으로 많은 조직이 오히려 구조조정이나 축소 대상이 될 가능성도 있다”며 “결국 관건은 통합 과정에서 얼마나 투명하게 기준을 설명하고, 구성원들의 불안을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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