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일반
이란은 인터넷을 진압할 수 있을까?[한세희 테크&라이프]
- 시위대 뿐만 아니라 인터넷 진압에 나선 이란
[한세희 IT 칼럼니스트]올해 초 불붙은 이란 반정부 시위 진압 과정에서 사망자가 3만명에 이를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란 정부는 21일(현지시간) 시위로 인한 사망자가 3117명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얼마 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이란 보건부 고위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사망자가 3만명에 이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정부 공식 발표와 비공식 추정치 차이가 10배에 이른다. 미국 인권운동 단체 HRANA는 사망자 수를 5137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혼란한 상황에서 정확한 자료 집계를 기대하긴 어렵다. 상황 파악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은 정보의 단절이다. 반정부 시위가 절정으로 치닫던 8일, 이란 정부는 온 나라의 인터넷 연결을 끊어버렸다.
소요 확대를 막기 위한 조치다. 소셜미디어나 메신저, 인터넷 게시판 등 시위를 조직하거나 목소리를 드러낼 매개체가 막혀 버렸다. 시위대의 외침이 외부에 닿을 수도 없었다. 시위 장면을 담은 이미지도, 잔혹한 진압 장면이 찍힌 영상도, 세계를 향한 시위대의 호소도 밖으로 전해질 수 없었다. 외부에서 내부 상황을 짐작할 데이터도 부족할 수밖에 없다.
외부 세계 접속 차단하는 ‘할랄 인터넷’
인터넷이 철저히 차단됨에 따라 심지어 이란 외무부도 한때 인터넷에 접속할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 전산망이 중단돼 현금인출기가 멈췄고, 관영 뉴스 사이트가 접속 불가 상태가 됐다. 정부가 망 접속을 차단한 상황에서도 문제없이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이른바 ‘화이트 심’(White SIM) 카드를 발급받았던 이란 체제 내부자나 기자들도 이번엔 인터넷에 접속하지 못했다.
이는 이례적인 상황이다. 이란의 인터넷은 반정부 시위가 확대되거나 외부와 분쟁이 터지는 등 위기 상황에서 정부가 일반 국민의 인터넷 접속은 차단하면서 행정이나 경제 활동에 필요한 네트워크는 작동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외국 소셜미디어 접속을 막고 내국인의 디지털 행적을 추적할 수 있는 ‘사이버 만리장성’ 안에 자신들만의 인터넷 세상을 만들었듯, 이란 역시 통제 가능한 인터넷인 ‘국가정보네트워트’(NIN, National Information Network)를 구축했다. 이른바 ‘할랄 인터넷’이다. NIN은 지난해 6월 이란 주요 핵 시설 및 군사기지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촉발된 ‘12일 전쟁’ 중에도 이상 없이 작동했다.
하지만 이번엔 격화되는 시위를 막기 위해 인터넷을 통제하는 과정에서 NIN까지 접속을 차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이란 신정 체제가 이번 소요 사태를 심각한 위협으로 간주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강경한 진압으로 사태가 진정돼 감에 따라 이란 정부는 NIN 인터넷 접속 폭도 조금씩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란에서 많이 쓰이는 차량 호출 앱 ‘스냅!’이나 은행 송금 기능 등이 가동되고 있고, 지방 정부 사이트도 온라인 상태로 돌아왔다. 물론, 외국에서는 아직 접속할 수 없다.
시위 조직이나 내부 정보의 외부 유출은 막으면서 국가 내부 시스템은 돌아가게 한다는 NIN의 정책 목적은 성공적으로 달성한 셈이다.
이란에 자유 인터넷 가능할까?
정부의 정보 통제에 맞서 시민의 저항도 계속된다. 차단을 우회해 서로 소통하거나, 외국에 있는 가족, 친지, 지원 단체 등에 소식을 전하려는 시도가 다양한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위성 통신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스페이스X는 이란 시위 기간 중 이란에서 무료로 위성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개방했다. 앞서 2022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재임 시절에도 이란 제재에 대한 예외를 인정받아 비영리단체들이 스타링크 수신기를 이란 내 믿을만한 인권 활동가나 언론인에게 몰래 반입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차츰 이란에 스타링크 수신기 암시장이 형성되고 수천대의 장비가 이란에 암암리에 퍼져 나간 것으로 추정된다. 이란 시위와 관련, 외부에 전해진 몇 안 되는 이미지나 영상은 이들 스타링크 네트워크 덕분이라 할 수 있다. 이란 국영방송 위성채널 신호를 해킹. 팔레비 왕정 마지막 왕세자 레자 발레비가 “이란 군은 국민에게 총을 겨누지 말라”고 호소하는 영상을 송출한 사건도 이란 내 스타링크 사용자에 의해 외부에 알려졌다.
트위터 창업자 잭 도시가 선보인 탈중앙화 메신저 ‘비트챗’(Bitchat)도 혼란에 빠진 이란에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비트챗은 블루투스를 사용하는 각 스마트폰이 노드가 되어 와이파이나 통신 신호가 없는 환경에서도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게 한다. 정부의 인터넷 차단에 맞서 사람들의 풀뿌리 스마트폰 네트워크를 시도하는 셈이다. 정부가 허가한 행정용 이메일 네트워크를 편법으로 활용해 외부 세계에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텍스트 기반의 단순한 브라우저로 차단을 회피하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
독재자는 인터넷을 진압하고 싶다
이란의 이번 대규모 반정부 시위 사태가 어떤 결말을 맺을지 아직 판단하긴 이르다. 다만, 정부의 초강경 진압에 시위가 잠잠해지는 상황으로 보인다. 이란 체제에 대한 저항처럼 이란 인터넷에 대한 저항도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이란 정부가 스타링크 사용자에 대한 단속을 벌이고 있어 시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정부가 4만대의 스타링크 수신기를 정지시켰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군사 작전 수준의 전파 방해로 스타링크 사용을 방해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현재 이란은 정부가 허가한 범위 안에서만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앞으로 아예 정부가 허가한 소수에게만 해외 인터넷 접속을 허용하는 정책을 영구적으로 시행하는 방안을 추진하리란 관측도 나온다. 인터넷을 통한 정보의 확산, 시민들의 결집은 권위주의 체제를 뒤엎는 결과를 낳기도 하지만, 강력한 독재 정권은 인터넷마저 장악해 도리어 통제의 수단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인터넷을 통제하려는 세계 곳곳의 권위주의 정권들은 이란이 시위대뿐 아니라 인터넷까지 진압할 수 있을지 주목해 보고 있을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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