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100년 가는 브랜드 되고 싶어요”…대체커피계 ‘코카콜라’ 꿈꾸는 산스 [이코노 인터뷰]
- 김경훈 웨이크 대표
대체커피 시장 연 8.9% 성장…2030년 7조6000억 규모 전망
국내 최초 원두 없는 커피…“3년 내 블루보틀급 인지도 목표”
[이코노미스트 강예슬 기자] “대체커피는 원두를 사용하는 커피보다 원가가 13% 정도 저렴합니다. 국제적으로 원두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다른 커피 브랜드가 가격을 올릴 때 산스는 오히려 가격을 내릴 수도 있죠.”
대체커피 브랜드 산스(SANS)를 운영하는 김경훈 웨이크 대표는 최근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기후변화로 국제 원두 가격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추세에 따라 대체커피 수요는 점점 커질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산스에서 판매하는 대체커피의 가격대는 4500원에서 6800원 사이로 스타벅스·블루보틀 등과 비슷한 수준이다. 김 대표는 “처음부터 가격을 낮게 설정하면 대체커피를 저평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국제커피기구(ICO)와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아라비카 원두 가격은 250% 가까이 올랐다. 지난 2024년 이후 가파르게 치솟은 아라비카 가격은 지난해 2월 뉴욕 국제상업거래소(ICE) 선물거래소에서 사상 최초로 파운드당 4달러(약 5700원)를 넘어서며 4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인스턴트 커피에 주로 쓰이는 원두인 로부스타도 최근 5년 동안 가격이 2배 넘게 뛰었다.
커피값은 오르는데 커피 소비량은 증가세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그랜드 뷰 리서치는 지난 2024년 2693억달러(약 386조7148억원) 수준이었던 세계 커피 시장 규모가 연평균 5.3% 성장해 오는 2030년 3695억달러(약 530조602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대체커피도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 따르면 세계 대체 커피 시장 규모는 지난 2022년 27억달러(약 3조8772억원)를 기록했다. 연 8.9%의 성장세로 오는 2030년까지 53억달러(7조6108억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커피 애호가에서 대체커피 개발자로
하루에 커피를 서너 잔씩 마실 정도로 커피를 좋아하던 김 대표가 대체커피 개발에 뛰어든 건 지난 2019년이다. 대학원 재학 중이던 그는 커피의 멸종 가능성을 다룬 논문을 읽고 커피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고민했다. 기후변화에 따른 커피의 대안을 만들기 위해 네이버에서 투자받아 푸드테크 스타트업 웨이크를 설립하게 됐다.웨이크가 개발한 대체커피 브랜드 산스는 대추씨·치커리 뿌리·보리 등 12가지 천연 원료를 활용해 국내 최초로 원두 없이 커피의 맛과 향을 구현했다.
산스가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첫 투자를 받은 뒤 1년이면 충분할 거라고 예상했던 대체커피 개발은 시행착오를 거쳐 4년을 훌쩍 넘겨 완성됐다.
대체커피를 개발하며 김 대표가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원료’ 선별이다. 가격 변동이 적고 수급이 안정적인 식물을 먼저 찾고, 커피와 유사한 맛을 내는 방법을 고민했다. 약 80~100개의 후보군을 선정해 하나씩 맛보며 최적의 조합을 찾는 데만 꼬박 2년이 걸렸다.
그 과정에서 한국의 거의 모든 한약재를 달여봤다는 김 대표는 서울의 경동시장·약령시장부터 대전 약재시장까지 대체커피에 쓰일 재료를 찾아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녔다. 중국의 차 박람회에도 방문했다.
다른 대체커피 브랜드와 차별화되는 산스만의 경쟁력으로 김 대표는 ‘맛’과 ‘오프라인 매장 운영’을 꼽았다. 산스를 운영하는 웨이크는 작년 7월 신세계그룹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시그나이트로부터 프리A(Pre-A) 투자를 유치했다.
김 대표는 신세계에서 투자를 결정하게 된 이유 중 하나가 맛이라고 봤다. 그는 “모든 대체커피 제품 가운데 산스의 맛이 가장 뛰어나다고 자부한다”며 “전 세계 대체커피 스타트업 중 매장 운영이 가능하도록 원액과 시스템을 갖춘 곳도 산스뿐”이라고 말했다.
커피 아닌 반도체 만든다…美 우선 공략
산스는 자체 추출·제조 시스템을 통해 콜드브루 형태의 원액을 생산한다. 보통 커피 업계에서는 생두를 직접 볶아 원두를 만들고 판매하는 곳을 ‘로스터리’(roastery)라고 부른다. 산스에서는 대체커피 제조 시설을 반도체 위탁생산을 뜻하는 ‘파운드리’(foundry)라고 칭한다. 식음료(F&B)보다는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을 지향하는 산스의 의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산스는 시작 단계부터 해외 시장을 목표로 삼았다. 우선 진출지로 삼은 건 미국이다. 김 대표는 지난해 10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꿈(KOOM) 2025’ 페스티벌에 참여해 산스를 선보였다.
그는 “생각보다 현지 반응이 굉장히 좋았다”면서 “10명 중 1명 정도가 산스에 관심을 보일 거라고 예상했는데 3~4명 중 1명꼴로 산스의 메뉴를 주문했다”고 전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산스는 올해부터 온라인몰과 오프라인 매장 등을 통해 미국 진출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유의미한 성과를 낼 때까지 미국 시장을 중점적으로 키울 예정”이라며 “미국에서 자리 잡은 뒤 마스터 프랜차이즈(MF)나 조인트 벤처(JV) 방식을 통해 일본, 동남아 등으로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직영 매장을 늘리고 백화점에 입점하는 등 오프라인 매장 확장에 집중할 방침이다. 주요 대기업과의 협업도 강화한다. 현재 산스는 GS25와 RTD(Ready-to-Drink·완제품 형태의 주류·음료) 제품 출시를 논의 중이다. 스타벅스와 협업해 디저트나 프리퀀시 음료 등을 선보이는 게 올해 김 대표의 목표다.
그는 “커피의 새로운 흐름은 ‘웰니스’가 될 것”이라면서 “3년 안에 산스를 미국 프리미엄 커피 브랜드 블루보틀만큼 전 세계적으로 인지도 높은 브랜드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김 대표는 “많은 매출을 내고 성장하는 게 산스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아니다”며 “산스가 코카콜라처럼 인류의 삶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100년, 200년 넘게 영속할 수 있는 브랜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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