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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하지 않아서 즐겁다?”…대세로 떠오른 방치형 게임[서대문 오락실]
[이코노미스트 원태영 기자]최근 출퇴근길 지하철이나 점심시간 식당가를 살펴보면 기이한 풍경을 마주하게 됩니다. 스마트폰 화면 속 캐릭터는 화려한 마법을 휘두르며 몬스터를 사냥하고 있지만, 정작 기기를 든 유저의 손가락은 멈춰 있습니다. 간혹 화면을 톡톡 건드리는 것이 전부입니다. 과거 같으면’이게 무슨 게임이’'는 핀잔을 들었을 이른바 ‘방치형 게임’이 현재 한국 게임 시장의 중심부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방치형 게임의 부상을 설명할 때 가장 먼저 거론되는 키워드는 ‘숏폼’입니다. 틱톡,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 등 1분 내외의 짧은 영상에 길들여진 MZ세대와 알파 세대에게 게임 플레이를 위한 인내심을 요구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과거 MMORPG는 소위 ‘노가다’라 불리는 수백시간에 걸친 사냥과 복잡한 퀘스트 수행을 미덕으로 삼았습니다. 하지만 시간 대비 성능 효율을 중시하는 현대 유저들에게 이러한 방식은 과도한 비용으로 느껴집니다. 방치형 게임은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들었습니다. 게임을 켜지 않아도 캐릭터는 성장하고 접속하는 즉시 수천개의 보상 아이템이 쏟아집니다. 유저는 성장의 ‘과정’이 아닌 ‘결과’만을 빠르게 수확하며 짧은 시간 안에 강력한 효능감을 맛보게 됩니다.
사회경제적 환경의 변화도 방치형 게임 열풍의 기폭제가 됐습니다. 장기화된 경기 침체와 치열한 생존 경쟁 속에서 현대인들은 이미 일상에서 충분한 피로를 느끼고 있습니다. 퇴근 후 집에 돌아온 직장인에게 특정 시간에 접속해 파티원을 모집하고 공략법을 숙지해야 하는 대형 게임은 또 하나의 ‘연장근로’나 ‘숙제’처럼 다가옵니다.
30대 직장인 A씨는 “예전엔 컨트롤의 재미를 찾았지만, 이제는 게임 안에서까지 누군가와 경쟁하고 욕을 먹으며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다”고 토로합니다. 방치형 게임은 이러한 ‘디지털 피로감’에 대한 완벽한 대안입니다. 내가 조작하지 않아도 캐릭터는 배신하지 않고 묵묵히 성장하며 실패에 대한 리스크가 거의 없습니다. 즉 도전과 정복의 대상이었던 게임이 이제는 온전한 휴식과 힐링의 수단으로 재정의된 셈입니다.
과거 방치형 게임은 1인 개발자가 만든 조악한 도트 그래픽이나 단순 반복형 콘텐츠가 주를 이뤘습니다. 그러나 최근의 양상은 판이합니다. 넥슨, 넷마블 등 대형 게임사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방치형 게임은 이른바 도파민 자극기로 진화했습니다.
최신 방치형 게임들은 유저의 시각과 청각을 끊임없이 자극하도록 설계됩니다. 공격력이 100만, 1000만 단위로 급격히 상승하는 것을 시각화해 성장의 쾌감을 극대화합니다. 아울러 유저가 직접 조작하지 않아도 화면 가득 화려한 스킬 이펙트가 펼쳐지며 보는 즐거움을 충족시킵니다. 여기에 조작의 피로도는 낮추되 어떤 동료를 배치하고 어떤 스택을 올릴지 고민하게 만드는 매니지먼트의 재미를 더해 유저가 게임에 몰입할 명분을 제공합니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게임 산업의 비즈니스 모델(BM) 역시 변모하고 있습니다. 막대한 자본과 시간을 투입해 수년간 개발하는 대작 위주에서 낮은 개발 비용으로 높은 회전율을 보이는 방치형 게임 위주로 포트폴리오가 재편되고 있습니다. 유저 입장에서도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의 결제를 요구하는 하드코어 게임보다 소액 결제로도 충분한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방치형 게임에 더 쉽게 지갑을 열게 됩니다.
결국 방치형 게임의 인기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기술의 발전과 사회적 결핍이 맞물려 탄생한 새로운 ‘디지털 놀이 문화’의 정착으로 봐야 합니다.
혹자는 방치형 게임을 보며 “직접 하지도 않는 게임이 무슨 재미냐”고 묻습니다. 하지만 현대인에게 방치는 무관심이 아니라 효율적인 관리를 의미합니다. 내 분신 같은 캐릭터가 내가 쉬는 동안에도 나를 위해 성장하고 있다는 안도감, 그것은 어쩌면 통제 불가능한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가 게임에서 얻고 싶은 가장 절실한 위안일지도 모릅니다. 방치형 게임은 이제 당당히 메인 스트림으로 올라섰습니다. 단순히 방치하는 것을 넘어, 유저의 마음을 어떻게 계속해서 붙들어 매느냐가 앞으로 이 장르가 해결해야 할 다음 과제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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