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모두의 창업’이 ‘모두의 성공’으로 가는 길 [EDITOR’S LETTER]
[이코노미스트 권오용 기자] “전통적인 방식으로 평범하게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창업 사회로 가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국가창업시대 전략회의에서 고용보다 창업으로 국가의 중심을 바꾸는 대전환을 선언하면서 한 말입니다.
어느 정부든 경제 정책의 최우선 순위는 고용을 늘리는 것이지만 실업률이 기대한 만큼 개선된 적은 없었습니다. 특히 청년 실업 문제는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는데, 46개월 동안 청년(15~29세) 확장실업률은 평균 16.7%로, 같은 기간 전체 실업률 평균(2.7%)보다 높습니다. 확장실업률은 일할 능력·의사가 있는 취업준비생과 아르바이트 등을 하면서 구직기간을 버티는 청년을 포함한 지표입니다. 구직활동을 하지 않고 ‘그냥 쉬었다’는 20·30대는 지난해 기준 71만명으로,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3년(31만2000명) 이후 최대치입니다.
청년 실업 문제가 갈수록 악화하는 데는 기업들이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으로 채용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것과 함께 신입보다는 바로 실무가 가능한 경력직을 선호하는 이유도 있습니다. 이에 갓 졸업한 대학생 등 사회 초년생들은 수십 곳에 이력서를 넣어도 퇴짜 맞기 일쑤이고,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 아예 취업을 포기하는 ‘취포자’가 됩니다.
그래서 이 대통령이 의욕적으로 제시한 창업을 국가가 책임지는 ‘국가창업시대’가 청년 실업 문제를 푸는 해법일 수 있어 보입니다. 창업했다가 실패해도 그 경험은 경력으로 남아 취업 등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온 나라에 창업 열풍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첫 행보로 전국에서 창업 인재 5000명을 발굴·지원하는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를 추진합니다. 선발된 창업 인재 중 1000명이 단계별 창업 오디션에 도전하면 이 중 ‘창업 루키’ 100여명을 선발해 대국민 창업 경진대회에서 최종 우승자를 가리는데, 우승자에게는 상금과 투자를 합쳐 10억원 이상을 지원하고 500억원 규모의 ‘창업 열풍 펀드’를 조성해 창업 루키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계획입니다. 전례를 찾기 힘든 파격적 지원인데요, 계획대로 된다면 전국에 창업 열기가 번질 가능성은 충분해 보입니다.
문제는 창업 이후 지속 가능한 회사로 성장하는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창업 생태계가 열악하다는 점입니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CB인사이트에 따르면 작년 10월 기준 전 세계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인 비상장 기업)은 1276개로 집계됐는데, 한국은 고작 13개였습니다. 미국(717개)과 비교하기도 민망한 격차는 국내에서 창업 이후 생존과 성장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원인은 구조적입니다. AI 등 특정 분야에만 자본이 쏠리는 ‘투자의 편식’은 초기 스타트업이 ‘데스밸리’를 넘지 못하고 고사하게 만듭니다. 여기에 낡은 규제와 경직된 노동 구조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뗀 기업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되고 있습니다. IPO에 편중된 회수 구조와 위축된 M&A 시장 역시 투자 선순환을 가로막는 요인입니다.
‘모두의 창업’이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구조적 병목부터 풀어야 합니다. 창업의 문을 넓히는 것만큼이나, 살아남아 성장할 수 있는 길을 함께 열 때 비로소 ‘모두의 창업’은 ‘모두의 성공’에 가까워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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