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이커머스판 흔들린다…불안한 컬리·오아시스 [유통법 손질 논의, 술렁이는 유통가]②
- 대형마트 새벽배송 도입 SSG닷컴 호재
신선식품 강점 플랫폼 경쟁력 약화 예상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이커머스 업계에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촉발된 당정(여당·정부)의 대형마트 규제 완화 의지 때문이다. 2012년 유통산업발전법 도입 이후 14년 만의 대형마트 규제 완화 가능성에 기업 간 희비가 엇갈린다. 업계에서는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이 SSG닷컴에 호재로, 컬리·오아시스에는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형마트 새벽배송 날개…SSG닷컴 웃는다
국회에서는 유통산업발전법 내 신설 조항 삽입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앞서 지난 2월 5일 더불어민주당 김동아 의원 등 15인은 유통산업발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에 대한 새벽배송 허용이다.
노동단체와 소상공인단체 등을 중심으로 반대 의견이 나오지만 대형마트 새벽배송 현실화 가능성은 매우 높아 보인다. 지난해 유통산업발전법을 4년 연장했던 여당이 정부와 머리를 맞대고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에 나서기로 결정한 상태다.
당정의 갑작스러운 대형마트 규제 완화 움직임은 쿠팡 사태와 연결된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시작된 쿠팡 사태는 근로 환경 문제 등이 겹치며 각종 의혹을 낳고 있다. 정치권은 연일 쿠팡을 지적하며 공정한 시장 경쟁을 위해 쿠팡 등 독점적 지위를 갖는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다만 자국 기업 차별을 우려하는 미국 의회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반발이 거세 플랫폼법 도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당정이 최근 디지털 규제가 아닌 대형마트 규제 완화 카드를 꺼내든 것은 미국 측과의 갈등 탓으로 보인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미 의회 등에서 디지털 무역 장벽에 대해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어 플랫폼 규제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며 “지난해에도 한미 통상 문제와 엮이면서 플랫폼 규제가 현실화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최근 움직임을 보면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은 일부 반대에도 실행할 것으로 본다. 이 결정으로 주류인 쿠팡, 네이버를 제외한 나머지 기업들이 영향을 크게 받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대형마트 새벽배송 현실화 시 가장 수혜가 예상되는 기업으로는 SSG닷컴이 꼽힌다. 해당 기업은 신세계그룹 산하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이마트와 퀵커머스 서비스 등 다양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SSG닷컴은 2019년 6월부터 새벽배송을 시작한 후발주자로 관련 시장에서 영향력이 크지 않다. 현재 새벽배송보다 주간배송 비중이 높아 추가 수요 확보의 여지가 많은 편이다. SSG닷컴은 현재 수도권·충청권·전국 광역시·특례시 등에 새벽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이마트 점포를 활용하면 전국 단위 새벽배송 서비스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컬리·오아시스 IPO 재도전 영향 불가피
SSG닷컴과 달리 컬리와 오아시스는 대형마트 새벽배송 현실화가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양사 모두 대형마트의 최대 경쟁력인 신선식품 중심 새벽배송 서비스로 성장해 왔기 때문이다. 컬리와 오아시스의 전체 취급 품목을 보면 비식품보다 신선식품에 무게감이 더 실린다. 양사가 냉장·냉동·상온 등 상황별 분리 운영이 가능한 풀콜드체인 시스템을 자체 구축한 것도 신선식품 차별화를 위함이다.
컬리의 경우는 뷰티컬리 론칭 등으로 비식품 비중을 계속 늘리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컬리의 주요 인기 품목에는 신선식품이 오르내린다. 외부 기업들도 컬리의 최대 강점으로 신선식품을 꼽는다. 네이버가 지난해 9월 컬리N마트를 론칭한 것 역시 컬리의 신선식품 경쟁력 때문이다. 네이버에 따르면 컬리N마트에서 높은 재구매율을 기록 중인 품목은 ▲달걀 ▲우유 ▲두부 등 신선식품이다.
대형마트 업계는 이커머스보다 신선식품에서 우위를 갖고 있다고 자신한다. 업계 관계자는 “신선식품은 수십년 동안 산지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쌓은 구매력이 있다”며 “신선식품의 품질과 가격 측면에서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대형마트 새벽배송 현실화가 컬리와 오아시스의 기업공개(IPO) 재도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양사는 과거 IPO를 추진한 이력이 있다. 현재는 관련 계획을 잠정 연기한 상태다. 당시 시장 환경이 좋지 않아 기업 가치를 온전히 평가받을 수 없다고 판단해서다. 양사는 여전히 IPO에 대한 의지가 있다. 지난해 외형 성장과 협업, 인수합병(M&A) 등에 나서며 IPO 재추진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을 높여왔다.
다만 대형마트의 새벽배송 참전 후에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컬리와 오아시스가 기업 가치를 높게 평가받으려면 대형마트와 차별화되는 요소가 필요하다. 최근 양사가 기존 서비스와 다른 차별화 전략을 꾀하는 것도 이와 연결된 것으로 읽힌다.
컬리는 오후 3시까지 주문하면 자정 전에 물품을 배송하는 ‘자정 샛별배송’을 론칭하는 등 서비스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오아시스는 오프라인 매장인 오아시스마켓 내 무인결제 시스템 전면 도입을 결정하며 인공지능(AI) 커머스 역량 강화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규모 등을 따져보면 신선식품 부문에서는 대형마트가 컬리, 오아시스보다 우위에 있다고 본다”며 “새벽배송 시장에 대형마트가 새롭게 참전하면 신선식품 중심 이커머스 플랫폼들의 타격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형마트 입장에서는 사실상 이번이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에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것이다. 투자 규모에 따라 새벽배송 시장의 변화 속도가 예상보다 더 빨라질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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