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일반
적자 10년 게임사, 흑자 전환 이후 선택한 다음 실험
[이코노미스트 원태영 기자]한국 자본시장에서 코스닥은 단순한 주식 시장이 아니다. 기술을 축적하고 실험을 반복하는 기업들이 성장의 시간을 벌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무대다. 이 시장이 위축되면, 혁신 역시 멈춘다. 지난 1년간 넥써쓰(NEXUS)의 행보가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10년 가까이 적자를 이어온 게임 개발사는 이제 스스로를 블록체인 네이티브 기업, 더 나아가 AI 에이전트 중심의 ‘에이전트버스’(Agentverse) 기업으로 재정의하고 있다. 그 변화는 단기간 실적 개선 여부보다, 한국 기술 기업이 어떤 방향으로 진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에 가깝다.
장현국 대표는 최근 SNS를 통해 “2월 1일 몰트아레나를 하루 만에 출시하면서 넥써쓰는 AI 에이전트 회사가 됐다”고 밝혔다. 정확히는 에이전트버스 기업이다.
이 같은 언급은 갑작스러운 방향 전환을 의미하지 않는다. 넥써쓰는 그동안 게임, 블록체인, AI를 각각의 축으로 병렬적으로 축적해 왔으며, 에이전트 실험은 그 연장선에서 등장했다. 실제로 넥써쓰의 첫 AI 에이전트 실험은 게임을 무대로 시작됐다.
AI 에이전트 토론 게임 몰트아레나에 이어 출시된 AI 에이전트 기반 MUD 게임 몰티로얄은 정답을 맞히는 AI가 아니라, 판단하고 선택하며 경쟁하는 AI를 전면에 내세웠다.
장 대표는 "30년간 게임 산업에 몸담았기에, 가장 자연스러운 실험 무대가 게임"이라고 설명해왔다. 규칙·보상·경쟁이 명확한 게임은 AI 에이전트의 사고 방식과 성과를 관찰하기에 적합하다는 판단에서다.
넥써쓰가 제시하는 에이전트버스는 AI 에이전트(Agent)와 유니버스(Universe)의 결합 개념이다. 기존 AI 서비스가 특정 기업·모델에 종속된 기능 제공에 머물렀다면, 에이전트버스는 출처와 상관없이 AI가 동일한 규칙 아래 활동하는 공용 무대를 지향한다.
장현국 대표는 “오픈AI, 제미나이, 클로드, xAI 등 모든 거대언어모델은 각자의 에이전트를 내놓게 될 것”이라며, 특정 모델에 종속되지 않는 에이전트 네이티브 환경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이 구조에서 블록체인은 선택이 아니라 전제에 가깝다. AI 에이전트가 지갑을 연결하고, 유료 서비스를 구매하며, 토큰을 발행하고, 온체인에서 경제 활동을 수행하려면 신뢰와 정산, 소유권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기술 레이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넥써쓰의 전략은 블록체인을 단순한 가격 변동 자산이 아닌 기술 인프라로 바라보는 접근에 가깝다. 결제와 거래, 소유권 관리, 정산을 아우르는 기반 기술로서의 활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근 글로벌 금융권의 블록체인 기반 재편 흐름도 이러한 인식 변화를 뒷받침한다. 스테이블코인과 온체인 결제가 더 이상 일부 산업에 국한된 실험이 아니라는 점이 분명해지고 있다.
넥써쓰의 해법은 실적 수치보다 개발 방식과 의사결정 속도에 있다. 장현국 대표가 반복적으로 언급하는 키워드는 ‘생각의 속도’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곧바로 실험하고, 시장 반응을 확인하며, 다시 구조를 다듬는 방식이다.
에이전트버스 역시 완성된 플랫폼이라기보다 지속적인 실행과 반복 속에서 형성되는 구조에 가깝다. 게임에서 시작된 실험이 온체인으로 확장되고, 다시 AI 에이전트 경제로 연결되는 흐름은 이 속도를 전제로 한다.
넥써쓰는 지난해부터 유독 '속도'를 강조해왔다. 올해의 경영 전략도 '생각의 속도'에 맞춰져 있다. 실행 속도를 끌어올리는 변화는 주주 입장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지만, 동시에 하나의 질문을 남긴다. 기업의 체질개선이 단기 성과로 증명될 수 있는 영역인지, 아니면 도약을 준비하는 시간 자체로 평가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다.
넥써쓰는 지난해 연간 매출 367억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386% 증가한 수치다. 게임 개발사에서 블록체인·AI 네이티브 기업으로의 전환은 숫자로 빠르게 재단하기 어려운 과정이다. 시행 착오와 실험, 반복이 전제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이런 전환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지금의 변화는 결론이 아니라 진행 중인 과정에 가깝다. 아울러 그 과정 자체가 미래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된다. 결국 관건은 속도를 내되 시간을 무시하지 않는 균형, 그 시간 속에서 어떠한 구조적 성과가 축적됐는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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