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AI 혁명이 가져온 커피 산업의 변화 [심재범의 커피이야기]
- 인간 감각 아닌 알고리즘으로 품질 판단
피할 수 없는 자동화...선택 아닌 생존 전략
[심재범 커피칼럼니스트] 온두라스 커피연구소가 지난해 9월 주최한 스페셜티 커피 옥션이 커피 산업 전문가들의 커다란 관심을 모았다. 보통 커피 옥션은 참가자들이 직접 커피를 시음한 뒤 가격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참가자들은 커피를 마시기 전에 먼저 낙찰 예정 가격을 적어냈다. 기준은 향미 노트가 아니라 주최 측이 제공한 데이터였다.
그동안 옥션에서 제공되던 정보는 ▲재배지 ▲농부의 이력 ▲가공 방식 정도였다. 이번에는 생두의 ▲당 함량 ▲산미 전구체 ▲지질 성분 ▲밀도 ▲수분 활성도까지 세밀한 분석 자료가 공개됐다. 참가자들은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품질을 가늠하고 가격을 판단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에 기반한 ‘넥스트젠’ 커피 옥션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자리였다.
한국 스타트업이 바꾼 커피 평가 공식
이 실험은 온두라스 커피연구소와 한국 스타트업 에그스톤이 함께 진행한 ‘넥스트 젠’(Next Gen) 옥션이다. 에그스톤은 생두에 특정 파장의 빛을 통과시켜 화학적 조성을 분석하는 분광 기술을 활용한다. 당 함량과 산미 구조 및 지질 비율 등을 바탕으로 향미의 방향성을 예측하는 방식이다. 쉽게 말해 커피를 볶고 내리기 전에 그 잠재력을 데이터로 가늠하는 것이다.
결과는 예상보다 명확했다. 데이터 기반 예측과 전문가들의 사후 커핑 점수가 거의 일치했다. 이는 AI의 정확성을 보여주는 사례이면서 그동안 절대적 기준으로 여겨졌던 인간의 감각이 이제는 알고리즘과 함께 품질을 판단하는 단계에 들어섰음을 의미한다.
이전까지 스페셜티 커피는 전문가 중심 산업이었다. 윌렘 부트와 팀 웬델보 같은 세계적 테이스터와 국제 심판관의 평가가 가격과 명성을 좌우했다. 다만 기존 구조는 평가 비용과 편차라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새로운 데이터 시스템은 일정한 기준 아래 반복 가능한 평가를 가능하게 한다.
변화는 생두 단계에 머물지 않는다. 로스팅 영역에서도 데이터는 점점 중요한 도구가 되고 있다. 한국의 스트롱홀드와 같은 업체들은 데이터 기록 기능을 결합한 로스터기로 새로운 흐름을 만들고 있다. 스트롱홀드는 전기 기반 정밀 제어와 데이터 기록 시스템을 이용해서 프로파일을 수치화하고 공유했다. 그 결과 한국 최초 세계 로스팅 대회 공식 머신으로 채택됐다.
이제 로스팅은 더 이상 개인의 노하우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기록은 자산이 되고 데이터는 표준이 된다. 또 다른 국내 스타트업 리오나이는 생두 분석 데이터를 바탕으로 로스팅 곡선을 제안하고 과정 중 변수를 조정하는 AI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로스터의 역할이 불을 다루는 기술자에서 데이터를 해석하고 공정을 설계하는 전문가로 확장되고 있다.
선택 아닌 필수...커피 산업 달라진다
커핑(커피 시음)과 로스팅에 데이터 기반 AI가 자리를 잡았다면 커피를 내리는 바리스타의 영역은 어떨까. 핸드드립은 숙련된 바리스타가 섬세한 물줄기로 직접 내려야 의미가 있다는 믿음이 오랫동안 통용돼 왔다. 그러나 아침 출근 시간처럼 주문이 밀려드는 상황에서 한 잔 한 잔 정성스럽게 내린 커피를 기다리기 어렵다. 이는 손님뿐 아니라 매장에도 부담이 된다.핸드드립 커피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 되고 있는 것이 푸어스테디와 엑스블룸 같은 자동 브루잉 머신이다. 대형 머신에서 사용하는 푸어스테디는 정교한 온도 제어와 바리스타의 붓기 동작을 재현해 안정적인 브루잉 커피를 구현한다. 가정용으로 시작한 엑스블룸은 스페셜티 로스터의 원두 정보를 AI 기반으로 추적해 ▲향미 ▲질감 ▲후미와 같은 섬세한 요소까지 발현한다. 최대 3그룹까지 운영이 가능한 푸어스테디는 프랜차이즈 ▲할리스커피 ▲커피리브레 ▲엘카페 ▲나무사이로 등 스페셜티 카페에서 핸드드립을 대체하고 있다. 엑스블룸은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아이덴티티 카페에서 활용되고 있다.
전자동 에스프레소 머신도 빠르게 시장에 안착하고 있다. 스타벅스를 시작으로 할리스 및 엔제리너스 심지어 파리바게트까지 대부분의 프랜차이즈가 자동 머신을 도입했다. ▲원두 분쇄 ▲탬핑 ▲추출 ▲우유 스티밍 ▲세척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이 자동화돼 있다. 프랜차이즈 커피 산업에서 자동화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생존 전략과 연결된다.
대형 커피 매장은 최고의 한 잔을 지향하기보다 최악의 결과를 방지하는 시스템으로 발전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다양한 전자동 머신은 ▲추출 시간 ▲압력 ▲온도 ▲우유 거품 상태까지 알고리즘으로 관리하며 인간의 실수 가능성을 최소화한다.
후각과 미각에 의존하는 커피에 새로운 기술이 적용되는 과정은 커피 산업 전체적으로 커다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결과적으로 AI와 자동화는 바리스타의 손을 단순히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역할을 재정의한다. 과거의 바리스타가 숙련된 손기술의 소유자였다면 미래의 바리스타는 경험을 설계하는 사람이 된다. 어떤 기술과 철학을 기반으로 경험을 구성하느냐에 따라 커피 산업의 판도 역시 달라질 것이다.
자동화가 확산되고 있음에도 커피는 여전히 사람을 연결하고 하루를 시작하게 하며 대화의 매개가 된다. 올해 어쩌면 인간과 AI 바리스타를 구분하는 일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시대가 이미 시작됐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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