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5K 프라이스, 단순 저가 공세 아니다” [짠물소비에 뜨는 갓성비]②
- 윤상원 이마트 상품본부 MD혁신담당 MD기획팀장
인기 품목 누적 판매량 100만개 돌파
통합 매입 체계 ‘규모의 경제’…“저가에도 품질 유지”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고물가·고유가·고환율 등 3고(高) 현상 심화로 성장 둔화를 넘어 생존까지 위협받는 상황에서 유통사들이 저마다의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해 8월 선보인 자체 브랜드 ‘5K 프라이스’로 위기를 돌파하려고 한다. 이마트의 30년 넘는 상품 개발 역량을 바탕으로 기획된 이 브랜드는 론칭 당시 전 상품을 5000원 이하로 구성한 초저가 전략과 신선식품 경쟁력을 전면에 내세웠다.
타사 비교 불가 5000원의 마법
윤상원 이마트 상품본부 MD혁신담당 MD기획팀장은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에서 “5K 프라이스는 단순한 저가 공세가 아니라 기획부터 매입 그리고 운영까지 모든 과정의 구조를 새롭게 짠 ‘수익형 가성비 브랜드’”라고 강조했다. 5K 프라이스의 본질은 단순히 원가를 쥐어짜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치와 유통사의 수익성이 교차하는 최적의 균형점을 찾는 데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론칭 당시 최고 가격을 5000원으로 제한한 가격 정책에는 명확한 이유가 있다. 윤 팀장은 “5000원이라는 가격은 소비자가 구매 결정을 빠르게 내릴 수 있게 한다”며 “또한 ‘이 가격이면 실패하지 않는다’는 신뢰를 주는 심리적 기준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요 타깃층은 품질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실속을 챙기려는 1~2인 가구와 가성비·효율을 동시에 중시하는 가족 단위 고객이다. 무작정 가격을 낮추는 ‘초저가 타이틀 경쟁’에서 벗어나 실수요층이 실질적으로 원하는 가격과 품질의 밸런스에 집중했다”고 덧붙였다.
5K 프라이스의 시장 반응은 나쁘지 않아 보인다. 윤 팀장은 “전 카테고리에서 목표치를 크게 웃도는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고 했다. 이마트에 따르면 대표 상품인 ‘맛있는 두부(400g, 980원)’와 ‘맛있는 콩나물(400g, 980원)’은 출시 6개월 만에 각각 130만개, 150만개 이상 팔렸다. 같은 기간 ‘우유(3컵우유 750ml 1480원, 저온살균우유 750ml 1980원)’는 약 700톤이 팔렸다.
긍정적 실적이 이어지면서 취급 품목도 늘고 있다. 이마트는 현재 총 353종의 상품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론칭 당시(160여종)와 비교하면 운영 상품 품목이 약 120% 늘어난 것이다.
유통업계에서는 저렴한 가격 탓에 5K 프라이스와 균일가 생활용품점 다이소 또는 중국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을 비교한다. 모두 초저가라는 유사한 콘셉트를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마트 측은 타사와의 비교가 불가능하다고 선을 긋는다.
윤 팀장은 “5K 프라이스는 ▲기획 방식 ▲매입 구조 ▲협력사 선정 ▲운영 품목까지 전 과정이 기존 시스템과 완전히 독립적으로 설계된 카테고리”라며 “특정 업체나 기존 로스 리더(미끼상품) 전략과 명확히 구분된다”고 역설했다.
이런 자신감의 배경에는 압도적인 ‘규모의 경제’가 자리를 잡고 있다. 윤 팀장은 “5K 프라이스는 ▲이마트 ▲이마트 에브리데이 ▲쓱(SSG)닷컴의 통합 매입 체계를 가동해 바잉파워(구매력)를 극대화했다”며 “전체 상품의 약 25%를 글로벌 제조사와의 전략적 협업으로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산지 직수입과 글로벌 OEM(주문자위탁생산) 등 핵심 역량을 활용해 가격은 낮추되 품질은 유지·개선하는 촘촘한 공급망을 구축했다. 무엇보다 이마트가 수십 년간 쌓아온 식품 소싱 노하우와 엄격한 품질 관리 체계가 밑바탕에 있어 저가이면서도 품질이 확실히 보장되는 신선·가공식품을 제공한다는 점이 가장 큰 차별화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제조사 공동 원가 재편으로 수익 구조 확립
최근에는 가격대를 1만원 이하로 확장하고, 가전 등으로 상품군을 대폭 확대했다. 사실상 기업이 수익성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윤 팀장은 “절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5K 프라이스의 비즈니스 모델은 철저하게 ‘효율’에 맞춰져 있다”며 “단순히 납품 단가를 낮춰달라고 압박하는 구시대적 방식이 아니라 제품 설계 단계부터 유통사와 제조사가 원가 구조를 공동으로 재편하는 방식을 취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이마트는 ▲판매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요가 확실한 품목을 선별해 초기에 대량 발주 구조를 짜는 ‘전략 품목 중심 사전 기획 소싱’ ▲원물과 간편식류 중심의 ‘직소싱 비중 확대’ ▲가격 경쟁력을 갖춘 신규 공장과 소싱 국가를 발굴하는 ‘공급망 다변화’ 등을 통해 5K 프라이스 관련 비용을 최소화하고 있다.
윤 팀장은 “기획 단계부터 ‘수익이 나는 구조’를 전제로 설계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원가 효율이 높은 품목과 전략 상품을 정교하게 조합해 브랜드 전체 기준의 손익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만들었다. 이런 전략은 매장 내 ‘연관 구매’ 시너지로 이어져 5K 프라이스 상품이 고객의 매장 체류 시간을 늘리고 전체 장바구니 단가(객단가)를 키우는 강력한 보완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론칭 첫해부터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한 5K 프라이스는 올해 공격적인 외형 확장에 나선다. 윤 팀장은 “초기에는 식품 중심의 본업 경쟁력을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면 올해는 키친·리빙 등 비식품 카테고리까지 영역을 넓혀 총 SKU를 500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마트는 5K 프라이스와 함께 추가 론칭한 생활용품 기반 초저가 편집숍 ‘와우샵’(WOW Shop)도 적극 육성할 방침이다. 와우샵은 초저가 트렌드에 맞춰 이마트가 직접 기획·소싱한 생활용품을 모은 매장 내 초저가 편집샵이다. 현재 ▲홈퍼니싱 ▲주방용품 ▲여행용 액세서리 ▲운동용품 ▲뷰티용품 ▲문구류 등 일상생활 필수품을 중심으로 상품을 구성해 왕십리·은평·자양·수성·고덕·중동·산본·울산 등 8개 점포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
윤 팀장은 “현재 운영 중인 와우샵 점포별 고객 반응과 판매 데이터를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며 “올해 5K 프라이스의 취급 품목 확대 전략과 연계해 향후 운영 카테고리를 다각도로 검토하고 매장 확대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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