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믿을 건 삼전닉스”라지만…반도체 ‘투톱’ 질주에 코스피 지수 좌우
- [중동 위기, 外人 귀환 가능성은] ②
외국인, 3월에만 ‘반도체 투톱’서 26조 순매도
“반도체 업종 편중 심해지며 변동성 높아져”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국내 증시가 갈수록 반도체 ‘투톱’으로 쏠리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양강 구도로 심해질수록 국내 지수 변동성도 함께 확대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반도체 업황 호황에 힘입어 코스피 상승이 진행돼 왔지만, 동시에 두 종목에 대한 외국인의 집중 매도가 발생할 경우 시장 전체가 변동성에 취약해지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삼전닉스’ 영향 커지며 사이드카 7차례 발동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코스피 흐름은 사실상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방향에 따라 좌우돼 왔다. 두 기업의 최대 실적 기대감이 주가 급상승을 견인했고, 코스피 상승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했다.
올해 1분기 삼성전자는 57조2000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거뒀다.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으로, 반도체 사업에서만 약 50조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가의 올해 삼성전자 연간 영업이익 전망은 기존 200조원 안팎에서 300조원 이상으로 크게 높아졌다.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250조원 안팎에 달한다. 메모리 반도체의 전례 없는 슈퍼 사이클과 고환율이 두 기업의 실적을 견인하는 모습으로, 사상 최대 실적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
이 같은 실적 기대는 코스피 상승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올해 초 코스피가 6000선을 돌파하는 과정에서도 반도체 투톱의 상승 기여도가 절대적이었다. 시장에서는 내년 삼성전자가 엔비디아를 제치고 글로벌 시가총액 1위에 오를 수 있다는 전망까지 제기되며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다만 두 기업의 주가가 높아질수록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확대되며 ‘쏠림’ 구조가 심해지고 있다. 4월 16일 기준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1271조5655억원을 기록했고, SK하이닉스는 823조1712억원으로, 두 기업의 시가총액 합계는 코스피 전체의 40%를 넘어선다. 일부 반도체 상장지수펀드(ETF)에서는 두 종목 비중이 50% 안팎에 달한다.
증권업계는 전 산업에 인공지능(AI)이 확산되는 흐름 속에서 반도체 사이클 전환에 따라 특정 종목으로 투자금이 쏠리는 흐름은 불가피하지만, 특정 종목의 등락이 곧 지수 변동으로 직결되는 구조 심화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실제로 개별 종목에 대한 외국인 수급 변화는 지수 변동성을 키우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외국인은 3월 한 달 동안 삼성전자를 18조2438억원, SK하이닉스를 8조1492억원 순매도하며 국내 증시에서 가장 큰 매도 규모를 기록했다. 이 기간 코스피는 중동 전쟁 여파와 맞물리며 급등락을 반복했고, 매수·매도 사이드카가 총 7차례 발동됐다. 변동성완화장치(VI) 발동 건수도 3월에만 2627건으로 전월 대비 급증했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전쟁 이슈뿐 아니라 국내 반도체 업종의 실적 변동성이 높은 점도 외국인 매도의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이 분석에 따르면 외국인 지분율이 70%가 넘는 TSMC와 삼성전자의 매출 대비 영업이익을 비교해 보면, 삼성전자 영업이익 증가율의 변동성(표준편차)은 TSMC의 10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코스피 평균 일중 변동성은 4.85%로 집계됐으며,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5.77%, SK하이닉스는 6.83%를 기록해 코스피 평균을 웃돌았다. 그만큼 두 기업의 변동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시가총액 비중이 40%를 넘어선 1월 말 이후 외국인 지분율이 떨어졌다”며 “반도체 업종의 편중이 심해진 가운데 변동성 위험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주가 상승에도 변동성이 높아져 위험 대비 수익률 기준으로 매력이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美는 매그니피센트7 의존도 낮아지는 중
4월 들어와 외국인 수급을 3월과 비교하면 변화 조짐을 나타나고 있다. 4월 들어 지난 15일까지 외국인은 SK하이닉스를 2조5628억원, 삼성전자를 1조9757억원 순매수하며 다시 매수 우위로 돌아섰다. 중동 정세가 단기적으로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반도체 중심의 외국인 자금 유입이 재개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여전히 반도체 투톱을 제외하면 ‘허리 역할’을 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군은 국내 증시에서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의 경우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아마존닷컴, 알파벳, 메타 플랫폼스, 테슬라 등 ‘매그니피센트7’이 2022년 이후 미국 증시 상승을 주도했지만, 최근에는 다른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매그니피센트7은 지난해 말부터 지수 대비 저조한 흐름을 보였고, 기술력과 실적이 우수한 다른 기업으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매그니피센트7을 제외한 대형주에 투자하는 ETF인 ‘디파이언스 라지 캡 엑스-매그니피센트7 ETF’(XMAG)에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으며, 4월 들어 빠른 가격 회복세를 보였다. 이에 해당 ETF 가격은 4월 14일(현지시간) 기준으로 전쟁 전 수준을 회복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반도체 기업들이 현재와 같은 실적 개선 흐름이 이어질 경우 코스피 상승을 뒷받침할 수 있지만, ‘피크아웃’ 인식이 확산될 경우 상황은 반대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 경우 외국인 수급 변화에 따라 출렁이는 ‘롤러코스터 장세’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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