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파두 사태 3년…IPO 시장은 달라졌나 [IPO의 새 지평을 열다]③
- [IPO의 새 지평을 열다]③
상장 건수 줄고 공모가 유지율 높아져
거래소·주관사 책임 강화에 달라진 시장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지난 2023년 파두 사태는 국내 IPO 시장의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기술력과 성장성을 인정받아 기술특례 방식으로 상장한 기업이 상장 직후 실적 쇼크를 기록하면서 기술특례상장 제도의 신뢰성이 흔들렸다. 주관사와 회계법인, 기술평가기관 등 상장 생태계 전반의 검증 체계가 도마 위에 올랐다.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는 상장 심사와 사후관리 체계를 강화하며 시장 신뢰 회복에 나섰다.
3여년이 지난 현재 IPO 시장은 상장 기업 수보다 기업의 질과 검증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지만, 기술특례상장을 둘러싼 정보 비대칭과 투자자 보호 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파두 사태의 충격이 컸던 이유는 단순히 개별 기업의 실적 부진에 그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술특례상장은 실적이나 이익 규모가 부족하더라도 우수한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은 기업에 상장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바이오·헬스케어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인공지능(AI) 기업들의 대표적인 자금조달 창구로 자리 잡으며 코스닥 시장 성장의 핵심 축 역할을 해왔다.
실제 기술특례상장 기업 수는 꾸준히 증가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제도 시행 초기인 2005년부터 2014년까지 10년간 기술특례상장 기업은 15곳에 불과했지만 이후 빠르게 늘어났다. 2020년 31개사, 2021년 31개사, 2022년 35개사에 이어 2024년에는 41개사가 기술특례 방식으로 상장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38개 기업이 해당 제도를 통해 증시에 입성했다. 기술특례상장이 사실상 혁신기업의 코스닥 입성을 위한 핵심 통로로 자리 잡은 셈이다.
기술특례상장의 비중이 커질수록 시장 신뢰의 중요성도 커졌다. 파두 사태 이후 거래소가 상장 심사와 사후관리 체계를 강화한 배경이다. 거래소는 최근 기술특례상장 기업이 상장 이후 평가받은 핵심 기술이나 사업과 무관한 이종사업을 확대할 경우 상장적격성 심사를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기술성을 인정받아 상장한 기업이 본업과 무관한 사업으로 방향을 전환할 경우 기술특례상장 제도의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IPO 시장의 분위기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기술력과 성장 스토리가 상장 심사의 핵심 요소였다면 최근에는 ▲수익 구조 ▲사업 지속 가능성 ▲내부통제 체계 ▲지배구조 안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증하는 방향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IPO 제도 개선도 영향을 미쳤다. 금융위원회는 기관투자자의 의무보유확약 우선 배정 확대와 주관사 책임 강화를 골자로 한 IPO 제도 개선 방안을 시행했다. 이에 따라 기관투자자들도 수요예측 과정에서 보호예수 비율과 상장 후 추가 물량 출회 가능성(오버행) 등을 과거보다 면밀하게 검토하는 분위기다.
한 IPO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수요예측에서 공격적으로 참여한 뒤 상장 직후 대응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보호예수 비율과 오버행 가능성까지 함께 본다”며 “주관사 역시 공모가를 과거처럼 공격적으로 산정하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고 말했다.
실제 IPO 시장의 성과도 일부 개선되는 모습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신규 상장 기업(스팩 제외) 13곳 가운데 10곳이 최근 종가 기준 공모가를 웃도는 주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신규 상장 기업 수가 30곳에 달했던 점을 감안하면 상장 건수는 절반 이하로 줄었지만 상장 이후 주가 흐름은 개선됐다.
상장 초기 투자심리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상장 첫날 종가 기준 공모가 대비 2배 이상 상승한 ‘따블’ 또는 ‘따따블’을 기록한 기업은 8곳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여곳 이상 늘었다. 리센스메디컬·액스비스 등은 상장 이후에도 공모가를 소폭 웃도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양보다 질’ 중심으로 IPO 시장이 재편되는 과정으로 해석한다. 과거에는 상장 건수 확대가 시장 활성화의 기준이었다면 최근에는 상장 이후 기업의 실적과 투자자 수익률이 더욱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심사 문턱이 높아졌다고 해서 기술특례상장을 둘러싼 구조적 문제가 모두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기술특례상장 기업은 현재 실적보다 미래 성장성과 기술력을 평가받아 상장하는 만큼 상당수가 상장 이후에도 장기간 적자를 지속하거나 보유 기술을 실제 매출로 연결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최근에는 기술특례상장 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 효율성에 대한 문제 제기도 나왔다. 지난 3월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금융감독연구’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23년까지 코스닥 시장에 신규 상장한 912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기술특례상장 기업의 R&D 투자 가운데 43.4%가 투자 비효율성이 가장 높은 상위 25% 그룹에 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32.9%는 두 번째로 비효율적인 그룹으로 분류됐다.
연구진은 시설투자의 경우 일반 상장사와 기술특례상장 기업 간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지만 R&D 투자에서는 기술특례상장 기업의 비효율성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기술 개발 성공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고 정보 비대칭성이 높아 투자 성과를 외부 투자자가 검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기술특례상장이 안고 있는 구조적 한계를 보여준다. 혁신기업 육성을 위해 미래 성장성을 중심으로 상장 문턱을 낮췄지만 상장 이후에는 기술 개발 성과와 사업화 가능성을 투자자가 충분히 확인하기 어려운 구조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임상 결과와 연구개발 성과, 사업화 진행 상황 등 기술 관련 정보는 기업 가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투자자들이 현재 실적보다 미래 기술 가치에 투자하는 구조인 만큼 기술 관련 공시의 정확성과 신뢰성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본시장연구원 관계자는 “기술특례상장 기업은 재무 성과보다 기술 개발 성공 여부에 따라 기업 가치가 크게 변동하는 특성이 있는 만큼 기술 관련 공시 체계와 불공정거래 감시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기술성 평가의 신뢰도 제고와 투자자 보호 장치 보완이 이뤄진다면 기술특례상장 제도는 향후 코스닥 시장에서 더욱 중요한 상장 경로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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