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매수 의견 내놨는데 ‘거래정지’…JTBC 사태에 증권가 당혹 [증권가 레이다]
- 콘텐트리중앙 거래정지에 리서치 신뢰도 시험대
증권사 익스포저 위험 수위 낮지만…분석 역량엔 상처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JTBC를 비롯한 중앙그룹 핵심 계열사들이 잇따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증권업계의 기업 분석 능력과 리서치 신뢰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거래가 정지된 콘텐트리중앙에 대해 회생 신청 직전까지도 다수 증권사가 ‘매수’ 의견을 유지하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고군분투 평가 잇따랐지만…그룹 리스크 놓쳐
올해 들어 증권사들이 발간한 콘텐트리중앙 관련 리서치 보고서는 총 16건에 달한다. 특히 중앙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수면 아래에서 확대되던 시기인 5월에도 다수의 긍정적인 보고서가 나왔다.
IBK투자증권 지난 5월 22일 ‘전년 동기 대비 개선된 실적’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콘텐트리중앙에 대해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1만3000원을 유지했다. 해당 보고서는 “실적은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악화된 재무구조는 부담 요인”이라며 “향후 재무구조 개선 여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메리츠증권 역시 같은 달 15일 ‘어려운 상황 속 고군분투’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증권사는 실적 추정치를 반영해 목표주가를 기존 1만5000원에서 1만2500원으로 낮췄지만 투자의견은 여전히 ‘매수’를 유지했다. 대신증권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놓으며 사업 정상화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하지만 이 같은 평가가 나온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중앙그룹은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
JTBC는 6월 12일 만기가 도래한 206억원 규모의 유동화 차입금을 상환하지 못하며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했다. 이후 콘텐트리중앙과 중앙홀딩스, 중앙피앤아이, 메가박스중앙 등 주요 계열사는 14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서울회생법원 회생2부는 이튿날인 15일 JTBC를 비롯해 콘텐트리중앙, 중앙홀딩스, 중앙피앤아이, 메가박스중앙에 대한 보전처분과 포괄적 금지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콘텐트리중앙 주식은 거래가 정지됐고 투자자들의 피해 우려도 커지고 있다.
종합 미디어 콘텐츠 사업자인 콘텐트리중앙은 드라마·영화·매거진 콘텐츠를 제공한다. 중앙홀딩스의 100% 자회사인 중앙피앤아이가 콘텐트리중앙 지분 38.6%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중앙일보도 2.4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단순히 중앙그룹의 유동성 위기 자체보다 이를 사전에 포착하지 못한 증권가의 분석 역량에도 의문을 제기하는 분위기다. 실제 일부 보고서에서는 재무구조 악화를 언급했지만, 그룹 차원의 유동성 리스크에 대해서는 경고가 없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리서치센터가 기업의 실적 전망과 산업 분석에는 강점을 보이지만 비상장 계열사나 그룹 차원의 자금 흐름까지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이번 사태는 재무 분석과 신용 리스크 점검의 중요성을 다시 보여준다”고 말했다.
일단 JTBC 사태로 인한 증권업계의 직접적인 재무적 피해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나이스신용평가가 전날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앙그룹 관련 금융권 익스포저는 은행권이 8329억원으로 가장 많고, 증권업계는 1251억원 수준이다.
나이스신용평가(나신평)에 따르면 증권사 가운데서는 한양증권의 노출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양증권은 JTBC 540억원, 중앙일보 300억원 등 총 840억원의 익스포저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현재까지 파악된 규모만으로는 증권업계 전반의 건전성을 위협할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증권 리서치의 역할에 대한 논란을 다시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이 기업가치 평가뿐 아니라 잠재적인 재무 위험에 대한 조기 경보 기능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고군분투’와 ‘실적 개선’을 이야기하던 기업이 갑작스럽게 법정관리 절차에 들어가면서 증권가의 신뢰도 역시 상처를 입게 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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