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계약 연장도 답 아니다…더네이쳐홀딩스의 아이러니 [잘 나가던 라이선스 브랜드의 덫]②
- F&F 따라 내셔널지오그래픽 신화 썼지만
계약 연장해도, 새 IP 찾아도 반복 ‘한계’
[이코노미스트 서지영 기자]
계약이 끝나도 고민, 이어가도 고민이다. F&F그룹을 벤치마킹해 국내 라이선스 패션의 성공 신화를 쓴 더네이쳐홀딩스가 가장 아이러니한 시험대에 올랐다. 대표 라이선스 브랜드인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성장세가 한풀 꺾인 가운데 글로벌 지식재산권(IP) 보유사 디즈니와의 계약 만료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은 디즈니와 내부 논의 끝에 IP 계약을 이어가는 방향으로 합의했지만, 계약을 연장하더라도 식어가는 브랜드의 생명력을 되살려야 하는 이중 리스크를 안게 됐다. ‘소유하지 못한 브랜드’로 성장한 기업이 마주한 라이선스 비즈니스의 또 다른 아이러니다.
이러나저러나 ‘걱정’
더네이쳐홀딩스는 F&F가 만든 라이선스 비즈니스 모델을 가장 성공적으로 벤치마킹한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F&F는 미국 다큐멘터리 채널 ‘디스커버리’를 운영하는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의 IP와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IP를 활용해 국내 대표 패션 브랜드를 키워 라이선스 사업의 성공 공식을 만들었다. 더네이쳐홀딩스 역시 미국의 과학·탐험 전문 매거진이자 다큐멘터리 채널로 잘 알려진 내셔널지오그래픽의 브랜드 IP를 아웃도어·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재해석하며 성장, 라이선스 패션의 대표 성공 사례로 자리 잡았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은 다큐멘터리 채널이라는 기존 이미지를 벗어나 롱패딩과 플리스 열풍을 타고 의류를 넘어 신발·가방·캐리어·키즈로 사업을 확장했다. 더네이쳐홀딩스는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선전에 힘입어 2020년 코스닥 상장(IPO)까지 성공했다. F&F처럼 라이선스 브랜드도 국내 패션기업의 핵심 성장동력이 될 수 있음을 입증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시장 분위기는 점차 달라지기 시작했다. 차별화 요소로 부각됐던 라이선스 브랜드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되면서 패션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기 시작했다. ▲대학 로고 ▲스포츠 리그 ▲각종 방송 채널 ▲우주항공기관까지 수십 개의 글로벌 IP가 의류 시장으로 쏟아지며 라이선스 브랜드의 희소성이 희미해졌다. 소비자의 관심도 분산되면서 라이선스 이름만으로는 더 이상 지갑을 열기 어려워졌다.
실제로 더네이쳐홀딩스의 지난해 매출은 5169억원, 영업이익은 301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5.7%, 55%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 역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감소세를 이어갔다. 경기 침체와 함께 의류 시장이 위축된 데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의 부진도 뼈아팠다.
업계에 따르면 더네이쳐홀딩스와 내셔널지오그래픽 IP 보유사인 디즈니 계열과의 라이선스 계약은 올해 말 만료를 앞두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디즈니와 내셔널지오그래픽 IP 계약 연장에 합의한 상태로, 아직 계약 기간이 남아 9~10월께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계약 연장 가능성이 높지만 라이선스 사업의 구조적 불안은 사라지지 않는다. 브랜드 가치와 매출을 아무리 키워도 상표권은 IP 보유사가 갖고 있어 사업자는 브랜드의 최종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없다. 계약 조건과 로열티, 사업 방향 역시 IP 보유사의 판단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월트디즈니가 2024년부터 국내에서 디즈니 캐릭터와 스토리 등 IP를 활용한 소비재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데 특히 패션 부문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내셔널지오그래픽과 계약을 이어가더라도 언제 디즈니가 방향을 바꿀지 알 수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전했다.
정답은 대박 날 IP 찾기뿐?
IP 계약을 연장했다 해서 고민이 끝나는 것도 아니다. 성장이 둔화하는 내셔널지오그래픽을 다시 궤도에 올려놓아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업계 관계자는 “라이선스 사업은 결국 브랜드의 라이프 사이클을 함께 떠안는 구조”라며 “트렌드가 빠른 패션 시장에서 인기가 정점을 지난 브랜드는 계약을 연장하더라도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드는 일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포스트’ 내셔널지오그래픽을 찾기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더네이쳐홀딩스는 2020년 미국 프로풋볼리그(NFL) 라이선스를 확보하며 차세대 성장 브랜드로 육성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국내 시장 안착 이후 중국 등 해외 시장으로 확대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하지만 NFL은 라이선스 브랜드 경쟁 심화 속에서 기대만큼 존재감을 키우지 못했고, 결국 지난해 국내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브랜드를 키우기 위해 적지 않은 계약금과 마케팅 비용, 유통망 구축 등에 투자했지만 계약 종료와 함께 사업도 막을 내리게 됐다. 특히 최근에는 NFL의 미국 공식 라이선스 파트너인 뉴에라가 국내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면서 경쟁 환경도 더욱 복잡해졌다. 하나의 글로벌 IP를 둘러싸고 사업자 간 경쟁이 벌어질 경우 마케팅 환경이 더 어려워진다.
현재 더네이쳐홀딩스는 내셔널지오그래픽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새로운 글로벌 IP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스트리트 아티스트 마크 곤잘레스의 이름을 딴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 ‘마크곤잘레스’, 영국 프리미엄 자전거 브랜드 브롬톤의 IP를 활용한 ‘브롬톤 런던’ 등을 잇달아 확보하며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나섰다. 특히 마크곤잘레스를 2030년까지 매출 1000억원 규모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새로운 IP 확보가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또 다른 라이선스 계약에 의존할수록 라이선스 사업의 역설이 되풀이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라이선스 사업은 성공하면 계약 리스크가 커지고, 실패하면 투자금을 잃는 구조”라며 “결국 내 브랜드를 키우는 사업이 아니라 끊임없이 새로운 IP를 발굴하고 관리하는 사업에 가깝다. 계약을 연장해도 고민이고, 계약이 끝나도 고민인 구조 자체가 가장 큰 아이러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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