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
스페이스X, 상장 한 달 만에 잔혹사…시총 1500조 증발하며 공모가 붕괴
- 시험비행 중단·막대한 부채
[이코노미스트 정길준 기자]
스페이스X가 역대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로 화려하게 증시에 입성한 지 불과 한 달 만에 심각한 주가 부진에 직면했다. 막대한 부채 부담과 인공지능(AI) 투자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증폭되는 상황에서 차세대 우주선 발사 중단 사태까지 겹치며 최고점 대비 1500조원이 넘는 시가총액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17일(현지 시간) 뉴욕 증시에서 스페이스X는 전 거래일보다 5.43% 떨어진 123.9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달 10일 이후 6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간 결과다.
이에 스페이스X의 시가총액은 1조6100억~1조6316억 달러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지난달 16일 기록했던 역대 최고 시가총액인 2조6400억 달러와 비교해 한 달여 만에 1조 달러(약 1492조~1500조원) 이상이 증발한 수치다.
주가의 지지선 역할을 해야 할 공모가마저 힘없이 무너졌다. 스페이스X는 이달 15일 처음으로 장중 공모가인 135달러 선을 밑돈 데 이어, 16일부터는 종가 기준으로도 공모가를 회복하지 못하며 하방 압력을 고스란히 노출하고 있다. 상장 초기 초과 청약이 몰리며 투자자들의 낙관론을 자극했던 흐름이 급격히 꺾인 모양새다.
조 길버트 인티그리티 자산운용 매니저는 "투자자들이 위험 회피 포지션을 잡고 있고 낙관주의가 서서히 꺼지면서 기업 가치에 대해 재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스페이스X의 주가 급락 원인으로 대규모 부채와 공매도 세력의 집중 타깃이 된 점을 꼽는다. 스페이스X는 지난달 10일 글로벌 증시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기업공개를 단행하며 총 857억 달러(약 130조원)를 조달했지만 불과 2주 뒤인 같은 달 23일 부채 상환을 목적으로 250억 달러(약 38조원) 상당의 회사채를 추가 발행하며 자금 압박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키웠다.
여기에 하드웨어 개발 리스크가 더해졌다. 스페이스X가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고 150억 달러를 투입해 개발해 온 124m 높이의 차세대 초대형 발사체 '스타십'의 13번째 시험비행이 돌연 중단되면서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다.
하반기에도 대형 악재가 기다리고 있다. 스페이스X는 다음 달 5일이나 6일쯤 상장 이후 첫 분기 실적을 공개할 예정인데, 실적 발표 후 2거래일째 되는 날부터 기관 투자자들의 보호예수 물량이 대거 시장에 풀린다. 해제 예측 규모만 9억주 이상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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