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철의 예술’ 아반떼, 정의선 회장 안전 철학 새겼다
- 안전성능팀이 전한 남양연구소 분위기
최우선 가치는 안전, 적극적인 지원도
뿌리 깊게 박은 안전 철학, 車로 구현
차량을 바라보다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단단한 철판을 이처럼 여러 차례 접고 굴곡을 만들면 강성이 약해지는 것은 아닐까. 보기 좋은 디자인을 구현하려다 안전을 일부 양보한 것은 아닐까. 돌아온 대답은 단호했다. 안전 문제에 있어서는 절대 타협하지 않는다는 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실제 남양연구소 내부에서도 안전을 대하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고 한다.
지난 29일 ‘디 올 뉴 아반떼 테크 데이’에서 만난 현대차 안전성능팀 관계자는 “차량 개발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디자인이나 상품성을 먼저 정한 뒤 안전성을 끼워 맞추는 것이 아니라, 개발 초기부터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차량의 형태와 구조를 결정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남양연구소의 기조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것”이라며 “안전에 필요한 재원이나 지원에 대해서도 관련 부문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법규와 충돌 평가에서 요구하는 기준만 넘기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도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예상 밖 사고까지 고려 대상에 넣는다는 것이다.
안전팀의 역할도 차량 개발 마지막 단계에서 충돌 시험 결과를 확인하는 수준에 머물지 않는다. 차의 밑그림을 그리는 초기 단계부터 디자인팀에 필요한 조건을 제시한다. 엔진룸에 어느 정도의 충돌 흡수 공간을 확보해야 하는지, 승객 공간을 지키기 위해 어떤 부위를 보강해야 하는지, 차체의 각 부분이 충돌 때 어떤 순서로 변형돼야 하는지 등을 미리 전달한다.
디자인팀이 원하는 형태가 안전팀의 기준과 충돌하면 조정도 불가피하다. 차량 앞바퀴와 범퍼 끝 사이의 거리인 프론트 오버행이 대표적이다. 오버행을 짧게 만들면 차가 역동적으로 보이지만 엔진룸에서 충격을 흡수할 공간은 줄어든다. 앞부분이 받아내지 못한 충격은 승객이 타는 공간으로 전달된다. 에어백과 안전벨트만으로 이를 상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안전팀은 차량 개발 초기부터 양보할 수 없는 조건을 제시한다. 디자인이 한 차례 확정된 뒤에도 시험 결과에 따라 차체 구조와 외형을 다시 수정한다. 시제품과 시험 차량을 거치는 동안 디자인팀과 안전팀의 협의가 반복되고, 이 과정은 양산 직전까지 이어진다. 안전 확보에 필요한 의견은 회사가 가장 우선해 살펴볼 정도라고 한다.
안전을 최우선에 둔다는 말이 자동차를 무조건 단단하게 만든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현대차가 설명한 안전한 차의 원리는 그 반대에 가까웠다. 사고가 나면 찌그러져야 할 곳은 확실하게 찌그러지고, 사람이 타는 공간은 끝까지 버텨야 한다는 것이다.
보닛과 펜더 등 차량의 외형을 이루는 철판은 충돌 에너지를 직접 견디는 핵심 구조물이 아니다. 실제 충격을 받아내는 것은 외판 안쪽에 있는 프론트 사이드 멤버와 대시 패널, 사이드실, B필러 등이다. 외판에 여러 선을 긋고 굴곡을 만들었다고 해서 충돌 안전성이 약해지지 않는 이유다.
겉으로 보이는 외판은 과감하게 구부리고 접었지만 그 안쪽 골격은 오히려 더 강하게 만들었다. 신형 아반떼는 차체 주요 부위에 1기가파스칼(GPa)급 이상의 핫스탬핑 강판과 초고장력 강판 적용을 확대했다. 차체 전체에서 초고장력 강판이 차지하는 비율은 기존 52.6%에서 58.7%로 높아졌다. 평균 인장 강도도 718MPa로 기존보다 4.7% 향상됐다.
충돌 순간 엔진룸은 계획된 순서에 따라 찌그러지며 에너지를 흡수한다. 반면 승객이 탑승하는 캐빈은 초고장력 강판과 보강재를 통해 변형을 최소화한다. 현대차 안전성능팀 관계자는 “차체가 찌그러지지 않고 버티면 그 에너지는 결국 승객이 받게 된다”며 “엔진룸은 최대한 찌그러뜨려 충돌 에너지를 흡수하고 승객 공간은 최대한 살리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안전 철학은 차체 구조에만 머물지 않았다. 신형 아반떼에는 측면 충돌 때 운전자와 동승자가 서로 부딪치는 것을 막는 센터 사이드 에어백이 적용됐다. 운전석 시트 안쪽에서 에어백이 펼쳐져 두 탑승자 사이를 가로막는 방식이다.
이전 아반떼에 없던 운전석 무릎 에어백도 기본으로 넣었다. 뒷좌석에는 사이드 에어백과 함께 충돌 순간 안전벨트를 당기는 프리텐셔너, 탑승자의 가슴에 가해지는 하중을 줄이기 위해 벨트를 일정 수준 풀어주는 로드리미터를 기본 적용했다.
안전벨트 작동 방식도 더욱 세밀하게 다듬었다. 충돌 초기에는 탑승자의 몸을 강하게 붙잡고, 이후에는 설정된 하중에 따라 벨트를 단계적으로 풀어주는 이중 로드리미터를 적용했다. 현대차 연구진은 이전 아반떼에도 관련 기술이 들어갔지만 신형 모델에서는 작동 과정과 제어 수준을 더욱 정교하게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겉으로는 철을 자유롭게 접어 디자인의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안쪽에서는 더 강한 철을 촘촘하게 배치해 사람이 타는 공간을 지켰다. 신형 아반떼를 보면 현대차가 말하는 안전 철학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디자인을 위해 안전을 양보한 것이 아니라, 안전을 전제로 디자인의 한계를 넓혔다.
이 같은 변화는 특정 차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기술 고도화에 맞춰 안전 기준도 함께 끌어올리려는 현대차의 전반적인 개발 기조와 맞닿아 있다는 설명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는 늘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있다. 특히 자율주행과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등 자동차 기술이 발전하고 전자제어 영역이 넓어지면서 안전을 한층 더 강조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된 것도 사실”이라며 “차량의 기술 수준이 높아질수록 안전에 대한 요구와 메시지도 강해지고 있는데, 이러한 흐름이 남양연구소의 개발 과정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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